유지어트 도전기 d-71 나는 운동을 좋아한다

3주 만에 찾아온 평화

by 민지숙

거의 3주 만에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보통 생각이 복잡하거나 일이 바쁠 때 글을 더 쓰고 싶어지는데 지난 4월은 그 반대였다. 프로필이 끝나고 그동안 억눌러왔던 식탐이 스물스물 몸과 정신을 지배하기 시작했고, 미뤄둔 신혼여행 휴가가 9일 동안 이어졌다. 몇 달 동안 잡지 못했던 술자리 약속에 일반식을 먹기 시작하면서 하루하루가 롤러코스터를 타는 기분이었다.

바디프로필 처음 시작하던 한 달 동안 가장 많은 마음고생을 했던 것처럼 달라진 생활에 익숙해지기까지 시간이 필요했다. 그리고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에도 당장 이번 주말에 입이 터지지 않을까. 언제쯤 입이 터진다는 말을 쓰지 않게 될까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 아슬아슬한 줄타기는 당분간 어쩔 수 없이 이어질 것 같다.

그럼에도 몇 가지 새로 실감하고 있는 사실을 몇 가지는 정리해 보고 싶다. 먼저 나는 기본적으로 운동을 즐거워 하는 사람이다. 꾸준히 운동을 해나가면 여러 가지 장점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하루 동안 쌓인 ‘정신적인 찌꺼기’를 몸 밖으로 빼내는데 가장 효과적이었다. 누군가를 만나 수다를 떨고, 맛있는 음식이나 술을 마시는 방법도 있지만 일상적으로 매일 반복할 수 있는 활동 가운데 가장 확실하고 거의 전적으로 내 의지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

지난해 이맘때쯤 아침에 일어나 출근을 하는 것이 너무 싫어, 새벽 운동을 시작한 것이었다. 아직 해가 뜨지 않은 고요한 시간에 일어나 복싱장에 들어서 줄넘기와 스탭, 근력운동으로 이어지는 자연스러운 흐름에 몸을 맡기는 것이 좋았다. 어느 정도 땀을 흘리고 몸이 풀릴 때쯤이면 출근을 준비하는 발걸음이 한결 가볍다. 그 익숙한 흐름이 내 뜻대로 이뤄졌을 때 오는 만족감이 그날 하루와 또 다음날을 계속 살아갈 작지 않은 동력이 되어 주었다.


2주 정도 운동을 아예 쉬었다가 이번 주 다시 복싱장에 나가기 시작하면서 더 확실하게 느꼈다. 식탐도 운동을 하지 않고 무기력하게 지냈을 때 더 심하게 느껴지는 것이었다. 조금 강도 있는 운동을 하고 나면 음식보다는 다른 일들에 좀 더 집중할 수 있게 된다. 지금까지는 몸을 만드는 게 내 모든 일상의 중심이었고, 그게 사라지면서 조금 헐거워진 일상에 당황했던 것 같다.


사실 빠른 시간 안에 살을 빼고, 근육을 만드는 목표에 따라 운동을 하는 데 지쳤던 것 같다. 그런 목표는 어디까지나 결과일 뿐이지 모든 운동의 동기나 지속해야 할 강제적인 이유가 되어서는 안 된다. 체중은 늘었지만 더 이상 뼈가 삐그덕 거리는 느낌으로 운동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게 이렇게 좋은 일일지 생각지 못했다. 운동을 하면 반드시 체중이 줄어야 하고, 매일 얼마의 운동을 반드시 해야 한다는 지나친 강박은 운동의 재미를 크게 깎아 먹는 것이었다.


따뜻해진 날씨 덕분인지 자연스럽게 운동과 식사에 어느 정도 평화가 찾아왔다. 지금 이렇게 생각을 정리할 수 있게 되어 정말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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