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문 서핑 로그_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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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지숙

“내가 무슨 나머지 공부하러 왔어?!”

참다못한 화가 터져 나왔다. 억울하고 창피하고 분한 기분 끝에는 아무리 용을 써도 잡히지 않는 파도가 있다. 피크를 쫓아 이리 패들, 저리 패들하다 한 대 맞고 나동그라지길 한 시간째. 미치고 팔짝 뛸 만큼 파도는 잡히지 않았다. 결국 같이 레벨업 강습을 듣고 있던 남편에게 폭발하고 말았다. 나보다 먼저 서핑에 빠져든 그는 이젠 운이 좋으면 제법 사이드를 가르는 실력이 되어 있었다.


왜 안 되는 걸까. 재능이 없는 걸까. 집중력이 부족한가. 끈기가 없는 건가. 어느 순간 나 빼고 다 잘 타게 된 것 같아 속이 상했다. 결국 즐겁자고 하는 취미 생활인데 이렇게까지 괴로울 일인가. 나만 멍청이가 된 것 같아서 모래사장에 털썩 앉아 애꿎은 바다만 노려봤다. 분이 풀리지 않아서 남편에게 짜증만 잔뜩 내고. 영문을 모르고 재밌게 타고 있던 남편은 미안하다는 말만 스무 번이 넘게 했다.


입문 강습을 들은 게 4년 전 여름. 주말마다 기사문 바닷가를 뻔질나게 드나들었는데 왜 나는 매번 파도 구경만 하다 말려 나오는가. 제대로 잡는 파도는 하루에 하나 있을까 말까하고. 패들은 하는데 내가 잡는 파도는 열에 아홉 그대로 내리꽂힌다. 내 보드에 얼굴을 맞고, 내 리쉬에 발가락이 감기고, 내가 헤엄쳐 나간 라인업에서 커다란 파도에 말려 꼬로록 물먹기 일쑤다.


웬수 같으니. 장판일 때는 무슨 10센티도 안 올라오다가. 사람들이 파도 좋다고 해서 따라 나가보면 내가 넘볼 수 있는 파도는 없다. 개나 소나 파도가 잡힌다는 ‘매직보드’ 왈든인데. 내가 해리포터라도 되는지 매직보드 마법을 무력화시킨다. 서울 뭍으로 돌아와 노트북으로 이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눈살이 찌푸려진다. 그러면서 또 바다에 나가고 싶어 죽겠다. 미친년 널뛰기가 따로 없다.


누군가에게는 버킷리스트, 누군가에게는 자유로운 일상, 누군가에게는 짜릿한 활력소. 요즘 많은 이들 입에 '인터넷 서핑'보다 많이 오르내리는 '파도 타기'에 대한 글을 써보려고 한다. 이제 올림픽에서도 파도 타기 실력을 겨루고 그것을 중계하는 시대가 되었다. 아직 입문하지 못한 이들만큼이나, 나처럼 입문 딱지를 떼고도 몇년째 제자리걸음하며 속터져 하는 '중고신입' 서퍼들이 잔뜩일거라 믿어본다. 그 미쳐 팔짝 뛸 것 같은 마음을 기록으로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