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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지숙 Jan 15. 2022

결국, 무대가 내게 다가오게 만들 것

<이제 우리의 이야기를 할 때입니다> 서평

어떤 이들은 위대하게 태어나고, 
어떤 이들은 위대함을 성취하고, 
어떤 이들은 위대함을 떠안는다
- <십이야>, 셰익스피어


우리는 위대하게 태어난 사람을 쉽게 질투한다. 태어난 순간 이미 한 인간이 평생에 걸쳐 쌓아가야 할 재능이나 재력을 갖춘 인물들이다. 일정 규모 이상의 부나 직업적, 학문적인 성공은 가문이라는 토양과 떼어 놓고 생각하기 어렵다. 그 모든 성취를 상대적으로 ‘쉽게’ 얻었다고 치부해버릴 수 있기 때문에 질투와 자격지심을 느낀다. 필요 이상으로 그들의 노력을 평가절하하면서도 시선을 떼지 못한다. 지금 내가 가진 것과 비교하면서 양가감정을 느끼기 쉽다. 부모님이 수십억짜리 부동산을 물려주었건, 다양한 해외 경험을 누릴 수 있었건, 미적인 소양을 길러주거나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의 자연스러운 관계성을 물려받은, ‘주변인’의 이야기다.


그러면서 위대함을 떠안는 사람은 쉽게 존경한다. 영화 <두 교황>에 등장하는 두 나이 든 교황이 떠오른다. 시대와 사회의 부름을 받고 무대로 끌려 나온 사람들이다. 세상이 그들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막중한 책임감을 감당해야 하는 인물들이다. 젊은 시절 만난 남편이 미국의 대통령이 된 미셸 오바마도 그렇다. 그들의 삶과 이야기에 감동하기 쉽다. 근거는 부족하지만 나의 인생에 도움이 되는 교훈이나 마인드를 알려줄 것만 같다. 보통 나와는 너무 먼, 사실 가까워질 필요성도 별로 느끼지 못하는 인물들이다.


평범한 내가 위대함을 성취하기 위해 노력하는 이유는 자격지심을 줄이고, 찬사를 보내는 기쁨은 누리기 위해서가 아닐까. 월드포럼이나 TED에서 저절로 초청장이 날아오지 않는 관객석의 인생을 살면서도 하루하루 성장하는 기쁨을 만끽하고 싶어서 그렇지 않을까. <이제 우리의 이야기를 할 때입니다>의 저자도 그런 보통의 사람들, 아직 위대함을 성취하지 못했을지언정 희망을 가지고 살아가고 싶은 이들을 향해 글을 쓰지 않았을까. 오프라 윈프리의 스피치를 보면서 질투를 느끼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하지만 내가 만약 오프라와 친구라면 그에 대해 주변 사람들에게 칭찬의 말을 하게 될 기회를 얼마나 기다리게 될까.


우리가 아는 위대한 연설의 대부분은
이미 사회에서 특정한 지위나 영향력을 획득한 사람들이
자신의 지난 경험이나 자신의 생각에 대해 말하는 것이다.
그들은 우리의 마음을 얻기 위해 별다른 노력을 할 필요가 없다.
- <이제 우리의 이야기를 할 때입니다>, 비브 크로스콥



중요한 것은 ‘누가’ 말하느냐이다. 무엇을, 어떻게, 왜 말하는지를 압도한다. 이 책은 여러 장을 할애해 행동강령을 가르쳐 준다. 하지만 그 문장들이 나에게 큰 깨달음을 주지 못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는 물론 더 많은 성장 기회를 얻기 위해 부지런히 무대를 찾아 나서야 한다. 하지만 결국 그 무대가 나에게 다가올 수 있도록 스스로 힘을 가진 사람이 되어야 한다. 내 인생에 있어 진짜 힘이란 10년 이상의 방송 경력이 될 수 있고, 수 만 명의 구독자가 될 수 있고, 해외 사업을 꾸려나갈 수 있을 만큼의 외국어 실력이 될 수 있다. 파워 자세를 연습하고, 테드 강연을 따라하는 것보다 근본적인 변화에 집중하는 것이 더 진실에 가까울 수 있다.


탁월함은 모든 차별을 압도합니다.
- 오프라 윈프리


구체적인 행동 요령보다 탁월한 무기를 손에 쥐고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한 번 더 상기했다는 점에서 도움이 되는 책이었다.




책을 읽고 나서 액션? 

- 2022년 팟캐스트 시작 [30대 여자들의 돈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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