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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지숙 Jan 13. 2022

똑똑한 뇌보다 건강한 감정이 더 도움이 될 수 있다

<동물과의 대화> 2편

 우리 집 고양이들은 <동물과의 대화>라는 제목의 책을 읽을 수 없다. 600페이지에 가까운 글을 전부 읽었지만, 고양이가 하는 말은 여전히 알아들을 수 없다. 고양이는 사람의 언어로 대화하지 않기 때문이다. 나와 고양이의 소통은 얼굴을 부비거나, 체온을 느끼며 함께 잠들거나, 맛있는 간식을 주거나, 장난감으로 놀아주는 방법으로 이뤄진다. 동물은 사람이 쓰는 말을 알지 못해도 생존을 위한 수많은 역할을 수행하고 다양한 감정을 느낀다.      


 사실 인간도 인간의 언어로만 소통하지 않는다. 우리 생각보다 훨씬 많은 비중으로 몸짓과 표정, 우리가 입고 있는 옷과 머리 모양 등 ‘비언어적’으로 대화한다. 그런 것들로부터 느껴지는 ‘감정’으로 서로가 전하고자 하는 바를 이해하고 또 이해받을 수 있다. 동물과 대화를 하겠다면 일단 비언어적인 소통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감정적인 소통에 대해서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동물과의 대화는 언어로 이뤄지지 않는다. 그보다는 그들의 감정을 이해하고 느끼는 게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동물에게도 감정이 있다는 명제를 인정해야 한다. 동시에 그 감정을 느끼는 과정이나 가장 강력하게 느껴지는 감정의 종류에는 차이가 있다는 사실도 받아들여야 한다. 동물은 무언가를 사랑하는 동시에 증오할 수 없다. 그들은 충직하게 한 가지 감정에 따른다. 사람과는 다르게 말이다.


  인간만이 언어를 사용한다는 자각 때문에 인간의 인지 능력이 과대평가되는 경향이 있다. 인간은 언어를 사용해 더 많은 정보를 ‘전해들을’ 수 있는 대신, 정작 눈앞에 있는 정보 대부분을 놓치고 만다.     


  우리는 ‘언어, 이성적 > 비언어, 감성적’ 이라는 도식을 가지고 있다. 말을 더 논리정연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감정에 호소하기 보다는 이성적인 판단과 객관적인 근거에 기초해 소통해야 한다 그런 식이다. 하지만 사실 우리는 언어보다 비언어적인 영역에서 더 많은 정보를 얻고, 이성적인 판단보다 정서적인 판단 덕분에 목숨을 구하기도 한다는 이야기가 신선하게 느껴졌다. 그렇기 때문에 언어로 소통하지 않는 동물이 인간과 같은 감정을 느끼고, 어떤 경우에는 인간보다 더 뛰어난 지각 능력으로 위험을 피해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인간의 전두엽 아래에는 동물의 뇌도 남아 있다. 우리는 동물이 보는 모든 것을 똑같이 볼 수 있지만, 그것을 인지하지 않는다. 보고 있는데 보지 못하는 것이다. 때로는 동물의 뇌를 이용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다른 사람이 전하는 정보를 간접적으로 이해한 뇌가 아니라 우리가 건강하게 가꿔온 스스로의 정서에 따라 무언가를 판단하는 것이 더 옳은 선택이 될 수도 있다. 건강한 정서. 자유로운 말이든 행복한 반려견이든 건강해 보이는 정서를 가진 동물의 눈과 가슴으로 미래를 계획해볼 필요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게 더 나의 생존에 도움이 되는 길일지 모른다.      


건강한 동물은 감정의 공백과는 완전히 반대 입장에 서 있으며, 항상 건전하면서도 감정에 기초한 결정을 내린다. 그렇지 않으면 죽음을 맞게 된다.
동물의 감정이 하는 가장 중요한 역할 한 가지를 꼽으라면, 동물에게 미래를 예측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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