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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지숙 Mar 22. 2022

나를 마주할 용기가 없어, 거울 대신 쇼윈도로 도망쳤다

<세이노의 법칙>

 일을 하면서 만나는 사람이 제한적이라면 꼭 한번 읽어보면 좋을 책이다. 좋은 의사, 변호사를 구하는 방법 두 챕터만 읽어봐도 인생의 위기가 닥쳤을 때 번쩍 머리를 스칠만한 확실한 조언들이 눈에 띈다. 학교에서 가르쳐 주지 않는 생존 방식에 대해서 단편적인 교훈을 빠르게 습득할 수 있다. 특정 표현과 말투가 거슬릴 수 있어도 책을 끝까지 읽고 나면 나보다 먼저 세상을 산 어른에게 무언가를 배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저자는 1955년도에 태어났다. 우리 아버지와 동년배가 거침없이 적어 내려간 글을 읽으면서 여러 생각이 교차했다. 그의 말에 반기를 들고 싶은 마음과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의 시스템을 더 자세히 가르쳐줬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고개를 끄덕이는 내용과 눈을 감고 스크롤를 쭉쭉 내리는 내용이 번갈아 등장했다. 그래서 내가 취할 것은 취하고 버릴 것은 그대로 남겨두기로 했다.      


 뼈를 때리는 몇몇의 문장들이 좋았다.      


“이 세상은 네가 네 자신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려면, 먼저 무엇인가 우선 성취하여 놓아야 한다고 한다.”   

  

“문제가 있으면 문제를 해결하려고 덤벼드는 것이 올바른 태도이다. 문제는 그대로 남겨둔 채 그 문제로 인하여 생긴 스트레스만을 풀어버리려고 한다면 원인은 여전히 남아 있는 셈 아닌가. 휴식을 충분히 갖고 쉬라고? 웃으라고? 한 달을 바닷가 해변에서 뒹굴어 보아라. 백날을 하하 호호 웃어봐라. 문제가 해결되는가?”      


“사람들이 무엇인가 열심히 하다가도 육체적 정신적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고 결국은 “건강이 최고다”는 말에서 피난처를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그 노력의 결과가 즉각 가시적으로 나타나지 않기에 기쁨을 즉시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노력이란 당신이 좋아하는 것을 더 많이 하는 것이 아니라 당신이 이런 핑계, 저런 핑계를 대면서 하기 싫어하는 것을 더 많이 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 노력이란 싫어하는 것을 더 열심히 하는 것이다.”     


 5년 뒤 10억을 만들겠다면서도 당장 지출을 통제하지 않는 나. 언젠가 회사를 나와 세계 곳곳을 누비겠다면서도 지금 당장의 일에 집중하지 못하는 나. 하나의 목표를 위해 달리다가도 “건강이 최고다”며 현재의 스트레스와 타협해 버리는 나 자신이 떠올랐다. 문제가 있는데 그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스트레스에만 반응하는 스스로에 대해서도 되돌아보게 되었다. 자신을 마주할 용기가 없어 거울이 아닌 쇼윈도 앞에만 머무르는 시간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해보게 되었다.       


 저자가 살던 시대와 2022년 현재는 많은 것들이 다르다. 하지만 본질적인 것은 그대로 일지 모른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사업으로 4억의 빚을 지고도 다시 일어서기 위해 일주일에 7일을 일하고 있다. 오늘과 다른 내일을 꿈꾸며 퇴근 후에 공부에 매달리거나, 배달 알바를 하고 있을 수도 있다. 하루가 24시간인 것도, 무언가를 욕망하고 그것에 집중하는 사람에게 더 많은 기회가 찾아온단 사실도 그대로일 것이라 믿는다.      


  오늘 이렇게 달려도, 오늘 이렇게 낮은 곳으로 내려가도, 오늘 이렇게 준비를 해도 달라질게 없다는 생각. 진짜 인생이 달라지려면 현실적으로 감당할 수 없는 초인적인 노력이나 운이 따라줘야 한다는 오해, 그런 것들에 대해서 아니라고(say no) 외치는 한 사업가의 이야기를 홀린 듯이 따라 읽어갈 수 있는 그런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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