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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지숙 Apr 27. 2016

기업 구조조정에 '정치'는 빠져야 하는가?

한진해운 자율협약 신청에 대한 3사 보도(조선, 한겨레, 한국)


하나의 사건을 둘러싼 세가지 다른 이야기가 있다.


1. 구조조정, 운명의 한달.. 시간끌면 망한다.

2. 구조조정, 대주주 책임부터 물어야 한다.

3. 대주주 책임도 확실히 물어야 할 한진해운 구조조정


각각 어떤 신문사의 기사제목인지 알아맞출 수 있겠는가?


- 보도된 '사실'


 한진해운이 25일 오후 조양호 한진해운 회장의 경영권 포기각서와 함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자율협약(채권단 공동관리)' 신청서를 제출했다. 산업은행은 신청서를 접수하되, 추가로 보완 자료를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사실상 자율협약 신청을 반려한 셈이다.

 한진해운은 부채가 5조 6,000억원에 달해 부채비율이 정상범위의 4배인 800%를 넘는다. 게다가 6월 말 1,900억원의 회사채 만기가 도래한다. 한진그룹은 "한진해운이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놓여 독자적 자구노력만으로는 경영 정상화가 어렵다고 판단해 자율협약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 세 가지 맥락의 이야기


 먼저 산업은행이 한진해운의 자율협약 신청을 반려한 이유를 살펴보자.


 <조선일보>는 "기존 계획보다 3000억원을 더 마련하겠다는 자구 노력방안까지 더했지만, 신청서를 신청시키지도 못했다"며 산은의 결정에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뒤이어 경제 전문가 6일의 발언을 인용해 "고통 따르지만... 썩은 사과를 솎아내야"한다며 기업구조조정에 따르는 해고와 설비 감축의 불가피함을 호소했다. 산업은행이 신청을 반려한 이유를 설명하기보다 '긴급 위기 상황이기 때문에' 구조조정 절차를 한시라도 빨리 통과시켜야 한다는 입장을 내세운다. 실업대책 등에 집착할 땐 판이 깨진다는 경고의 메시지가 담겼다.


 한편 <한겨레>는 '손실회피 의혹'을 받고 있는 최은영 일가의 주식매각에 관한 기사로 시작한다. 보도에 따르면 한진해운 전 회장인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 일가가 자율협약 신청 이전에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한진해운 주식을 모두 처분했다는 의혹에 관해 금융당국이 조사에 나선 상태이다. 최 회장 일가가 주식 매각을 통해 회피한 손실액은 5억원가량이다. 여기에 기업이 적자를 낸 상황(2013년)에도 17억원의 보수를 받았으며, 2014년에도 퇴직금 명목으로 52억을 받았다는 사실을 함께 언급했다.


 <한겨레>는 "기존 계획보다 3000억원이 추가된 자구책"의 총액이 4112억원이라는 사실을 구체적으로 밝힌다. 기존에 한진해운이 구조조정을 위한 출자 규모를 천 억원 정도로 구상 중이었다는 것이다. <한겨레>는 현대상선의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300억원의 사재를 출연한 것을 함께 언급하며 특정 기업에 대한 특혜나 형평성 시비가 불거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구조조정을 위해 대주주 책임'부터' 물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마지막으로 <한국일보>는 한진해운 경영진의 사재 출연이 요청되는 이유를 논리적으로 설명한다. 먼저 산업은행 채권단이 자율협약 신청을 반려한 것은 오너 일가의 사재 출연이라는 추가적인 자구안을 압박하기 위함이라는 관측을 내놓았다. 그리고 사재 출연의 법적 근거가 없다는 사실을 먼저 언급한다. 주식회사의 주주는 출자금액에 대해서만 유한 책임을 지는만큼 부실이 심하다고 개인의 돈을 내놓으라고 강요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같은 사실에도 불구하고 한진해운 오너의 자기 희생적 자세가 요구되는 사회적 맥락이 있다. 우리 나라 기업 오너들이 마치 황제처럼 회사의 과실을 독차지 하면서 한껏 누려온 점을 감안하면 회사 부실 시 누구보다 큰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는 게 국민정서라는 설명이다. 더구나 똑같은 자율협약을 신청한 현대상선은 현정은 회장이 이미 300억원의 사재를 내놓은 만큼 한진 오너만 예외가 될 순 없을 것으로 내다보았다. 더욱이 세계 해운사 순위 8위인 한진해운은 현대상선(18위)보다 규모가 크다는 점에서 , 오너 사재 풀연도 현대상선보단 많아야 한다는 논리도 나온다.


* 그렇다면 이 사태를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 기업 구조조정에 정치적 의사결정 노력은 필요 없을끼?


기업 구조조정 문제를 해석하는 3사의 목소리가 서로 달랐듯, 그들이 해결방안으로 힘주어 제시하는 대안 역시 차이가 있다. 먼저 <조선일보>는 "구조조정, 정치권이 개입해선 안된다"고 못받는 입장으로 정리된다. 이 기사를 통해 새누리당 김종석 여의도연구원장은 "과거에 정치권이 자꾸 간섭을 해 '감 놔라 배놔라' 하니까 당사자들이 위축이 되고 서로 보신주의에 빠져서 구조조정이 지연됐던 선례가 많이 있다"며 구조조정 절차를 전적으로 경제 전문가들에게 맡길 것을 주문했다. 이에 덧붙여 더불어민주당 주진형 전 부실장은 "실업 대책에 대해서도 정치권에서 운운하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며 "실업 대책에 대해 아무 일도 안 하다가 특정 대기업에서 실업이 생기면 그걸 갖고 온 나라가 시끌시끌해지는 이 풍토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우리에게 '실업 대책'을 비롯한 사회 안전망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 정당이 필요한가? 국민의당 천정배 국회의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경제부통리는 기업의 부실을 초래한 경영진과 대주주의 경영 실패에 대한 초점을 둔 채 구조조정을 말하고 있다"며 이는 명백이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당과 함께 법인세를 과거 수준인 25% 기준으로 회복시키는 법안을 통과해 늘어난 법인세수를 기업 구조조정에 필요한 재원으로 사용하는 방안을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겨레>는 보다 적극적으로 정당정치 개입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구조조정을 제대로 하려면 여야정협의체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구조조정의 '골든타임'이 지난 이유를 지배주주, 노동조합, 채권은행, 감독당국 등 4개의 핵심 이해관계자들의 암묵적 단합 구조에서 찾았다. 이를 근본적으로 깨트리기 위해서는 각 이해관계자들의 직접 개입이 아닌 여야정협의체를 통한 정치적 의사결정의 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국회 중심의 협의체를 통해 발언된 사안이어야만 이해관계자들이 진정한 의미의 결정과 책임의 주체로 소환될 수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마지막으로 <한국일보>는 나머지 두 신문에서 비중있게 다루지 않은 '국책은행의 부실문제'를 개별 기사화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 수출입은행이 주요 조선, 해운사에 빌려준 여신 규모는 21조 2,000억원에 달한다. 국가적인 구조조정 대상이 된 두 분야에 수십조원에 달하는 돈을 빌려준 국책은행의 부실문제를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부실 규모가 커진 1차적인 원인은 국책은행들이 구조조정에 미적대며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 지원을 해 온데 있다는 것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기업재무구조개선(워크아웃)이 개시된 상장기업 39곳 가운데 시중은행을 주채권은행으로 둔 기업의 워크아웃 개시시점은 한계기업(영업 활동으로 벌어들인 돈으로 이자를 갚지 못하는 상태가 3년이상 지속되는 기업)으로 식별되는 시점보다 평균 1.2년 앞섰다. 반면, 3개 국책은행의 워크아웃개시시점은 1.3년 늦었다.


 이같은 늦장 대응에는 정치권이나 금융당국 등 외부 입김에 자유롭지 못한 국책은행이 산업적 고려를 명분 삼아 구조조정을 차일피일 미뤄왔다고 지적한다. 김동환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귀원에 따르면"성완종 사건에서 드러나듯 구조조정 대상이 대기업인 경우 정관계를 통해 구명 로비를 하면 국책은행으로서는 견뎌낼 도리가 없다"면서 "최근에는 채권단을 함께 구성하는 시중은행에 대하 국책은행의 발언력 역시 상당히 약해져 국책은행 중심의 구조조정 능력이 크테 떨어진 상태"라고 진단했다. 각 이해집단의 영향력을 대신 막아줄 정치적 협의체의 필요성이 요구되는 지점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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