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내지 않는 국민들의 목소리가 들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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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 9단과 구글의 인공지능 알파고의 대국이 몇 시간 앞으로 다가왔다. 아직까진 인간의 지능이 승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우리의 자식 세대가 사회에 나설 즈음엔 전세가 어떻게 역전될지 모르는 일이다. 데미스 하사비스 딥마인드 대표는 " 알고리즘을 직관의 힘으로 풀어내는 수준에 도달했지만 그 이상의 간극이 있다"며 인공지능이 인간의 수준에 도달하려면 30년은 걸릴 것으로 예상해 눈길을 끌었다. 2016년 대국에서는 패배할지라도 2046년에 가서는 승리를 점쳐볼 수 있다는 뜻이다. 앞으로 단 한 세대 후의 미래다.
IBM사의 인공 지능 '왓슨'이 2016년 미국 대선에 대통령 후보로 출마할지 모른다는 말까지 나왔다. '왓슨 2016 재단'은 왓슨 후보의 공략으로 홈리스의 종식, 전 국민 의료보호 체계, 무료 대학교육을 내걸었다. 살아있는 인간보다 편견과 이해관계에 얽매이지 않는 투명하고 중립적이며, 합리적 의사결정이 가능한 인공지능이 더 훌륭하게 국정을 운영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일반 국민 한 사람의 표와 정재계 주요 인사 한 사람의 정치적 지향이 같은 의미를 갖지 않는 현대 민주주의에 시사점을 던지는 소식이다.
http://blog.naver.com/kips1214/220634511646
하지만 인공지능이 보편화된 미래에 여전히 민주주의가 기능할 수 있을까? 로봇이 제품 생산을 도맡아 하고, 인공지능이 알고리즘으로 관리 유통부터 서비스업까지 도맡아 하면 사람이 할 일이 뭐가 있을까? 인간이 모든 것을 편안하게 누리기만 하는 장밋빛 미래를 상상하는 것만큼이나, 일자리를 빼앗긴 미래만을 고민하는 것 역시 잘못되었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정신적 영역까지 대체할 수 있는 미래에는 민주주의 정치 제도 자체가 성립하지 않을 수 있다.
먼저 비약적으로 발전한 인공지능의 생산력은 기하급수적인 실업을 낳을 것이다. 생산활동에 참여하지 못하는 경제 주체는 소비활동을 위한 화폐를 얻지 못한다. 소비의 주체가 줄어들수록 생산의 필요성 자체가 줄어든다. 경제활동의 근간이 무너지게 되는 것이다. 이 같은 4차 혁명의 미래를 대비해 논의되고 있는 것이 '기본소득'이다. 이는 국민들이 스스로의 삶을 경영할 정도의(생산품이 재고로 쌓이지 않을 정도의) 소비 생활을 지속할 수 있도록 국가가 일정 금액의 소득을 지급해주는 것이다. 기본 소득 개념은 이미 오래전부터 논의되기 시작했지만, 최근 시장자유주의의 선봉인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도 현실적인 도입을 고려해 실험 프로젝트를 시도할 정도가 되었다. 신자유주의 가치의 수호자가 현대 사회에서 모든 개인이 생활이 가능한 수준의 임금을 스스로 획득하는 일이 '불가능'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한 셈이다.
문제는 기본소득 개념이 보편화된 다음의 일이다. 민주주의는 세금을 내는 주체인 국민이 스스로의 권력을 행사함으로써 가동된다. 국민 개개인이 경제생산활동을 통해 스스로 획득한 재화 중 일부를 국정 운영의 재원으로 지급하고 그만큼의 발언권과 정치적 영향력을 갖는 것이 전제가 되어야 작동하는 시스템인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국민이 국가로부터 소득을 보장받는 상황이라면 어떨까? 산유국인 중동 국가에서는 임금님이 전 국민들에게 월급을 나눠준다. 이런 나라들에서 민주주의의 가치와 원칙은 유명무실하다. 세금을 내지 않는 국민들의 목소리가 권력자의 귀를 얼마나 거슬리게 할 수 있을까?
인공 지능을 비롯한 4차 산업혁명으로 인간의 생산능력은 점차 '대체 가능한 것'으로 여겨질 것이다. 기능적 삶에 적응한 개체일수록 더 쉽게 더 빠르게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다. 일차적으로는 독자적인 가치 창출 능력을 훈련받지 못한 개인이 사회에서 배제될 것이다. 고민해야 할 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이 같은 불평등 문제를 '기본소득'으로 풀려는 시도 역시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를 유지하기 위한 부수적인 방법들과 함께 도입되어야 한다. 당장 경제적 자립 능력이 없는 개인이 가정과 사회에서 어떤 발언권도 갖지 못하는 현실을 생각해봤을 때, 당장 세금을 내지 못하는 국민이 국가 정치에 관여하고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