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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지숙 Jul 07. 2016

할리우드, 찰리우드에 맞서

글로벌 컨텐츠 경쟁력, 우리 사회를 사유하는 힘



 
 전세계인이 월트 디즈니, 드림 웍스와 같은 글로벌 미디어 컨텐츠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는 <주토피아>가 흥행한 이유를 그들이 국경을 뛰어 넘어 인류 보편의 정서를 주제로 삼았기 때문이라 설명한다. 하지만 이는 앞뒤가 뒤바뀐 분석이다. 지역과 국경을 넘어 공감대를 끌어낸 이야기들은 사실 개별 사회와 특정 국가가 겪고 있는 구체적인 문제를 다루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주토피아> 속 세계는 인종, 종교, 문화적 배경이 다른 집단이 함께 살아가는 미국 사회를 그려낸다. 연약한 토끼도 능력을 인정 받을 수 있는 사회이지만, 동시에 순진한 얼굴로 테러를 꾸미는 양과 같은 인물도 공존한다. 태생이 이민자들의 국가였던 미국 사회가 오랫동안 고민해왔던 수많은 문제들을 현실적으로 풀어낸 결과물이었다.
 
 지엽적인 문제를 파고들수록 결과적으로 시대와 국경을 초월한 보편적인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 문제 상황을 사실적이고 객관적으로 그려낼수록 더 많은 사람들이 등장인물에 스스로를 이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토피아는 인종과 성별, 종교 등 다양한 사회적 편견과 차별을 정면으로 다루면서 화해를 시도했다. 한민족 국가라는 인식인 강한 한국인 역시 늘어나는 외국인 이주민들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를 얻고, 경제적 불평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각종 문제들에 대해 돌아보게 된다. 각자가 처한 위치에 따라 영화 속 다양한 주인공들의 입장이 되어 같은 문제를 고민하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지역적 특수성에 대한 이해를 거듭 요구하는 콘텐츠는 결과적으로 더 많은 국가, 여러 세대로부터 사랑 받는 진정한 경쟁우위를 얻게 된다.
 
 대한민국 역시 한국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들을 진정성 있게 다룬 컨텐츠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지역주의, 세대 갈등, 지나친 경쟁 문화 등 우리가 진짜 고민하고 있는 문제들을 솔직하고 깊이 있게 다룰 때 전 세계인의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 기업 내 서열과 경쟁 문화를 정면으로 다룬 드라마 <미생>은 상사 문화가 있는 일본뿐만 아니라 중국에서도 큰 관심을 모았다. 한 개인이 직장 생활에서 겪는 문제를 우리 현실 그대로 사실적으로 담아냈을 때 많은 사람들은 그 이야기 속으로 쉽게 몰입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대우 인터내셔널’이라는 드라마 속 배경을 ‘월 스트리트’로 바꿔 미국에서 리메이크될 것이란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특정 사회가 겪고 있는 문제를 진정성 있게 담아내었을 때 그 이야기는 다양한 사회에 얼마든지 대입될 수 있는 보편성을 갖게 된다.    
 
 대한민국 미디어의 경쟁력은 우리 시대 문제를 진지하게 사유하는 힘에서 나온다. 이는 미디어 산업을 주도하는 ‘할리우드’와, 막대한 차이나 머니를 앞세운 ‘찰리우드’에 맞설 수 있는 우리만의 길이다. 헐리우드의 문법을 따라가면 영원히 선두주자가 될 수 없고, 중국 자본에 의지할수록 중국 문화권에 종속되기 마련이다. 우리는 한때 이산가족상봉과 남북평화회담을 통해 세계인의 공감을 이끌어냈던 경험이 있다. 2016년 현재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불평등과 이기주의의 문제를 우리 나름의 방식으로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청년실업, 노인빈곤, 부의 세습화, 세월호와 같은 문제들을 사실적으로 그려내고, 이에 대한 작은 희망에 대해 노래해보는 것이다.
 
 톨스토이가 살던 옛날,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했다. 하지만 세계화가 진행되어 고립화의 목소리까지 커져가는 오늘날,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이유로 불행해 한다. 우리는 우리 사회와 국가가 겪고 있는 문제에 집중하여 희망을 발견하는 과정에서 동시대의 세계인들과 공감할 수 있다. <주토피아>의 주인공 토끼는 사람들로부터 무시당하고 여러 가지 장벽에 부딪혀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해냈다. 하지만 영화의 결말이 해피 엔딩인 것은 아니다. keep on making new mistakes, Try everything. 새로운 실수를 계속해나가라는 노랫말로 끝난다. 현실에 존재하는 문제를 정면으로 응시하고, 새로운 시도와 실수를 계속해나가자는 희망의 메시지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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