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 광보 삼춘의 편지
얼마 전 두 사람의 만남이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중도보수통합을 목표로 하는 혁신통합추진위원회(혁통위) 박형준 위원장과 대권 잠룡으로 불리는 원희료 제주도지사가 보수통합 신당에 참여와 관련해 대화를 나누는 자리였습니다.
이 자리에서 혁통위 박형준 위원장은 원 지사에게 “설 전에 보수통합 신당 참여를 결정해 달라”고 공식적으로 요청했다고 합니다. 이에 원 지사는 보수통합 신당 참여에 대해 “숙고하겠다”는 말로 답했다지요.
원 지사님,
도대체 왜 이러십니까? 왜 자꾸 도민들 가슴에 못을 박으려 하시지요? 혁통위가 어떤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입니까? 전두환 정권 시절 공안검사 출신이나 판사 출신들이 모여 있던 곳 아닙니까? 특히나 법제사위원장으로 계시는 여상규 국회의원이 떡 하니 버티고 있는 자유한국당이 포함된 그곳으로 가는 것을 고민하시겠다는 겁니까? 여상규 의원이 누구입니까? 1981년 진도 간첩이라고 대대적인 공안사건으로 떠들었던 석달윤, 앉지도 서지도 못할 정도로 고문을 당한 그를 법정에서 보셨으면서도 그에게 어떤 판결을 했습니까? 무기징역이었지요? 김정인은 어떻습니까? 사형을 선고했습니다. 항소, 상고가 모두 기각되어 김정인은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지요. 그런 여상규 같은 인물들과 같은 정치를 하겠다는 제안을 고민하고 말 일입니까?
아니 이게 원 지사님과 무슨 상관이냐고요?
그럼, 원 지사님과 조금 더 가깝게 설명해 드릴까요? 원 지사님이 도정을 펼치시고 계신 제주에 간첩으로 조작되었다가 무죄가 된 사람이 몇 명이나 되는지 아십니까? 아니 그중 한사람이라도 아는 분이 계십니까? 제주시의 김평강, 강광보, 허간회, 강희철, 김용담, 대정의 임문준, 한경의 양한병, 양동우, 그리고 사망한 오성재, 오재선, 이장형, 김태주 등등 이렇게 많은 사건이 있는 줄 아십니까? 그리고 지금도 재심을 하고 있는 중문의 오경대 씨까지.....
그런데 말입니다. 이 분들 중 상당수가 전두환 정권 때 간첩으로 조작된 분들이란 겁니다. 눈 시퍼렇게 뜨고 멀쩡한 대낮에 납치되듯 끌려가서 수십일을 고문당하고 멀쩡한 시민이 간첩이 된 그런 사람들이란 말이지요.
그런 전두환 정권 당시 판사였던 여상규 같은 인물과 손을 잡는 건 절대 안될 일이지요.
더 하나 이야기 해볼까요?
요 사진 기억나시죠?
이 사진을 보고 전두환 정권에서 간첩으로 조작된 강광보, 김평강, 허간회, 오재선, 이장형 씨 등등 마음이 어땠겠습니까? 전두환에게 넙죽 절하는 도지사가 어떤 마음인가 피해자의 마음을 헤아려나 보셨나요?
86년 보안대에 끌려가 고문당해 간첩으로 몰린 강광보 씨는 매일 텔레비전 뉴스에서 등장하는 원 지사님 얼굴을 볼 때마다 울화가 치민다고 합니다. 아직도 이발소에서 머리를 감는 것을, 잠 잘 때 불을 켜고 자야하는, 신호등 없는 곳은 건너지 못하는 이런 후유증을 안고 사는 도민의 마음을 알기나 하시는 겁니까?
정치는 사람의 마음을 아우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려면 아픈 곳부터 찾으십시오. 가까이 있는 된의 상처도 보지 못하면서 어찌 큰 정치를 하시려고요. 가까운 도민의 상처부터 통합하십시오. 어설픈 육지 것들 정치에 기웃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그 시간에 여기저기서 스스로 아픔을 가지고 하루하루 견뎌가는 국가폭력피해자들을 찾아 어루만지고 위로하십시오. 그것이 큰 정치인 되시는 겁니다.
시간되시면 제가 있는 ‘수상한집’에 오셔서 차 한 잔 하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그곳에 새겨진 제주의 국가폭력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둘러보시기를 마지막으로 꼭 권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