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바다는 잘 있습니다 Aug 13. 2020

관계에서의 적당함

근무지를 옮겨오기 전 교실


화분을 하나둘씩 모으다 보니 어느덧 화분만 12개. (1개는 원무실 내 책상으로 갔다.) 근무지를 이동한 뒤로 가장 마음에 드는 점은 교실이 남향이라는 것. 덕분에 키우고 싶었던, 햇빛을 좋아하는 식물들도 마음껏 키울 수 있게 되었다. 물을 줄 때는 이제 아이들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화장실 개수대까지 아이들이 화분을 옮겨준다

이중에 가장 오래된 식물은 3년, 2년. 국화는 작년 초겨울에 꽃을 피었어서 단풍이 질 쯤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하얀 도자기 화분에 담긴 식물들은 올 3월에 새로 구입한 식물들이다. 그래서 아직 나랑 만난 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이 식물들은 여전히 낯설다.

지금 우리 교실


너무 자주 물을 주어도, 주지 않아도 안 되는 그 까다로움 때문에 식물 키우는 것은 쉽지만은 않은 일. 그래도 3년간 식물들을 키워오면서 그 적당함이란 것에 어느 정도 감을 잡았다.
적당함. 식물이 나를 필요로 하는 그 순간을 알고 식물이 원하는 만큼 물을 주는 것. 3년간 죽이는 것 없이 식물들을 키워오고 있는 나는, 어느새 식물과 나의 관계에서 적당함을 맞출 줄 알게 된 것 같다.

그런데 인간관계는 또 다르다. 적당한 사랑과 관심, 적당한 때. 알면서도 머리대로 안 움직이는 게 사람의 마음이라 내 마음을 경영하는 것은 쉽지 않다. 다른 이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은 더더욱 그렇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