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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는 잘 있습니다 Sep 16. 2020

조제

조제가 츠네오에게, 두더지가 바람에게



몸 하나 겨우 누울만한 자리 하나 파고 손바닥만 한 작은 창으로 밖을 보며 달과 친하게 지냈습니다

어느 날 불쑥 창 틈새로 당신이 들어왔습니다 질끈 묶은 머리카락 끝자락이 당신을 타고 흔들거렸고 두려운 나머지 이불속으로 숨었다 눈을 드니 당신이 나를 보고 웃고 있었습니다

당신은 그냥 지나가는 바람이 아니었나 봅니다 자꾸만 나를 휘젓고 흔들고 휘청거리게 하는 바람
나는 당신 앞에 머리칼을 풀어헤치고 섰습니다
나를 쓰다듬어 주세요

당신이 드나들기에 창문이 너무 작은 것 같아 창과 마주한 자리에 문을 하나 만들었습니다 남으로 향하는 문이 생기자 당신은 더 거세게 불어오고 빛도 친구 하자 합니다 여태 나는 어둠 속에서 살았나 봅니다 당신이 내게 불어온 뒤에야 알았습니다 당연한 줄 알고 살아왔건만 이제는 돌아갈 수 없습니다 달보다 해가 좋아지고 꽃도 키웁니다

나는 당신을 사랑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거센 감정의 다음은 무엇일까요 행동이 아닌 마음으로만 당신을 사랑하고 싶었나 봅니다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https://youtu.be/m0N-qk6rd8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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