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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은후 Apr 03. 2022

<순이 삼촌>과 함께 기억해 보는 제주 4.3 항쟁

또다시 4월이다.

여기저기서 봄을 알리는 소식들로 술렁이는 4월.

옛날에도 지금처럼 개나리, 진달래가 소리 없이 피고, 벚꽃의 화려함에 시선을 빼앗겼겠지. 봄기운을 만끽하는 것도 잠시, 춘궁기를 견디기 위해, 봄의 허기를 달래기 위해 들로 산으로 나물을 캐러 다니고 했겠지.



대학에 입학하고 나서야 제주의 4월을 어렴풋이 알게 되었던 나.

믿어지지 않던 그 아픈 역사를 조심스레 들여다보며 분노와 미안함을, 아픔을 느꼈던 오래 전의 기억이 4월이 다가올때마다 새록새록 되살아난다.


4월이 다가올 무렵 다시 읽기 시작한 책은 몇 해 전 제주를 여행하다가 독립서점 한편에서 발견한 후 나에게로 온 <순이 삼촌>이다. 아직 한 세기도 지나지 않은 생생한 역사 이건만 너무 오랜 기간 동안 침묵이 강요되었던 제주의 상처를, 현기영 작가는 중단편 소설을 통해 세상에 꾸역꾸역 밀어내어 존재를 알리기 시작했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 수록된 현기영 작가의 연보는 살아 있는 제주 근현대사의 역사이자 기록이다.


총 여섯 페이지에 달하는 연보의 내용 중, 재구성하여 발췌한 내용의 무게만으로도 어마어마하게 다가오는 현기영 작가님의 역사이다. 암흑의 세월을 교직에 머물며 오로지 문학 작품으로 아로새겨 세상을 향해 끊임없이 꾸역꾸역 밀어내었을 그의 고된 작업이 영상처럼 스쳐 지나갔다.



<순이 삼촌>이 발표될 당시만 해도 4.3 사건은 논의 자체가 금기시되었다.
4.3 사건과 관련해서는 피해자들의 어떠한 신세한탄도 공개적으로 허용되지 않았다. 그나마 사람들은 제사나 굿마당에서 4.3 사건을 이야기하고 울음을 터뜨릴 수 있었다. 
이렇게 구전되던 4.3의 이야기를 기록으로 전환시킨 최초의 소설이 바로 <순이 삼촌>이다. 문학에서만이 아니라 공식화된 문헌으로서도 최초였다.

-<순이 삼촌>의 해설 글 중



그거였다. 문학에서만이 아니라 공식화된 최초의 문헌이 바로 <순이 삼촌>이었다.

작품 발표 이후, 작가가 얼마나 고된 시간을 보냈을지... 

만 7세부터 기억 속에 선명히 새겨진 그때의 영상을 작품으로 승화시켜 내기까지의 인고의 시간이 얼마나 지난했을지... 감히 상상을 할 수가 없다.


제주에 갈 때마다 여행이라는 설렘 속에서도 어쩔 수 없는 죄책감과 미안함으로 편하지만은 않았던 기억들. 제주의 검은 돌담이 왜 내게도 스산하게 다가왔는지를 이 책을 읽으며 비로소 알게 되었다.


제주의 아픔을 알게 된 지 30년이 된 오늘에야 나의 공간에 제주의 아픔을 기록으로 남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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