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 너머 어렴풋이
오늘도 무사히 보내었다는 사실에 안도할 무렵, 아이의 짜증 섞인 울음 한방이 애써 균형을 잡고 있던 나를 처참하게 넘어뜨린다. 왜 갑자기 울음을 터뜨렸는지 알고 있으니 잘 다독여주면 금방 지나갈 상황일 텐데, 그 순간을 참지 못하고 불쑥 올라오는 감정은 온전히 내 입장에서 나를 방어하기에 바쁘다. 얼굴은 어느새 잔뜩 굳어있고, 입으로는 '그만 울어, 엄마 우는 거 싫어.'와 같이 나를 위한 말만 줄줄이 나온다.
그리고 마침표를 찍음과 동시에 이미 눈물이 한가득 차있는 아이의 두 눈을 보면서, 이내 후회와 자책에 휩싸이기 시작한다. 또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고 아이 탓을 하고 말았다는 사실이, 도망치고 싶을 만큼 나 자신을 부끄럽게 만든다. 그 사실을 깨닫자마자 아이를 안아주며 많이 속상했냐고, 엄마가 화내서 미안하다고 사과를 건넨다. 그러면 아이는 눈물을 그치고 미소를 띠며 다시 천진난만한 모습으로 돌아온다.
아이는 금세 감정을 회복해서 다행이지만, 내 감정은 여전히 내 안에서 요동치고 있다. 결국 멀리 한강이 내다보이는 다용도실로 몸을 옮겨본다. 한쪽에서는 세탁기가 세찬 소음을 내며 돌아가고 있고, 나는 그 소리를 방패 삼아 잠시 창문을 열고 바깥공기를 들이켜며 감정을 추스른다.
노을이 지고 있는 하늘과 반짝반짝 빛을 내기 시작한 건물과 자동차들. 그리고 저 멀리 하늘을 가로질러 날아가는 비행기까지. 저 움직이는 빛을 따라 지구 반대편으로 날아가고 싶은 마음이 이내 차오른다. 누군가 내가 살고 있는 이곳을 바라보고 있다면, 창가에 기대서서 어딘가에 시선이 꽂혀있는 나를 종종 발견할지도 모르겠다.
네 식구의 삶에서 나라는 사람, 엄마라는 사람의 삶은 어떤 시간을 더 살아내야만 마음의 평온을 되찾을 수 있는 걸까. 엄마가 되었으니 다른 식구들이 균형을 잡을 수 있도록 이 무거운 책임감을 오롯이 감당해야만 하는 걸까. 불쑥 치밀어 오르는 감정들마저 온전히 내보이지 못하고, 글을 쓰면서 풀어낼 수밖에 없는 이 현실이 나를 더 답답하게 만들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