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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이다

by 수말스런 여자

다행이다



이제 마지막 밤꽃의 향기로 안다.


밤꽃이 필 때는 무더운 여름이 성큼 다가온다는 걸

살다 보니 더러는 아는 게 늘어나기도 하네


여전히 모르는 것 투성이요 미숙함과 실수는


김장철에 배춧잎처럼 사방에 널브러져 있건만


참 다행이다

이러고도 사는 게


내 사는 아파트가 요즘 도색작업이 한창이다


며칠 전 줄에 매달려 작업하는 이에게 물었다


아니, 내가 물을 때쯤에는 이미 감을 잡았다


외벽의 금이 간 부분에 칠을 하기 전 단계 작업인 걸


도색 전 얼룩진 페인트 자국들이 늘 의아했으니


참 다행이다

이러고도 사는 게


흰 눈 속에 선혈처럼

동백은 자태를 드러내고


매화도 방긋 돋아난 하얀 이를 드러내듯 피어나고


거기에 목련, 개나리, 벚꽃, 진달래, 라일락, 철쭉


얼마 전 아카시아도 향기로 존재감을 날렸다


여름을 반기는 듯 밤꽃의 향기도 나날이 진해진다


늘 피고 지는 자연과 눈 맞아 사는 일상이 좋다


요즘 나날이 짙어지는 온통 초록의 물결이 좋다


다행이다

시퍼런 만 원권만 좋은 게 아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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