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기탄잘리 92편 外
by
수말스런 여자
Jan 1. 2021
아래로
기탄잘리 92편
라빈드라나트 타고르
나는 압니다. 언젠가는 이 대지를 보는 나의 시야를 잃을 날이 오리라는 것을. 생명이 침묵 속에 작별을 고하며 내 눈 위에 최후의 장막을 드리우리라는 것을.
하지만 별들은 여전히 밤을 지킬 것이고, 아침은 변함없이 밝을 것이며, 시간은 바다의 파도처럼 굽이치며 기쁨과 고통을 해안에 밀어 올릴 것입니다.
나의 이러한 마지막 순간을 생각하면 시간의 장벽이 모두 무너집니다. 그리고 죽음의 빛에 의지해 나는 봅니다. 소박한 보물들로 가득한 당신의 세계를. 그곳에서는 가장 낮은 자라도 소중하고, 가장 미천한 삶도 귀합니다.
내가 헛되이 갈망했던 것들과 내가 이미 손에 넣은 것들, 그것들을 모두 내려놓게 하소서. 그리고 내가 일찍이 거부하고 무시했던 것들을 진실로 소유하게 하소서.
산다는 것
나는 모릅니다.
철없는 아이가 되어 놀았던 어제까지만 해도, 친구들 카톡방이 오늘 고인을 추모하는 애도의 물결이 일렁이는 장이 될지를
나는 모릅니다.
오직 죽음만이 탄생만큼이나 기쁨과 화해의 장이 되고, 최고의 축제의 장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나는 모릅니다.
우리 친구들이 어딘가를 향하던 바쁜 움직임을 멈추고, 카톡 마당에 하나 둘 나오는 신비스러운 일들을.
나는 생각합니다.
죽음만이 나의 최고의 스승이요 내 삶의 완성임을, 마음속에 아프게 새기면서 한 발을 내딛겠지요.
keyword
작별
죽음
생명
25
댓글
2
댓글
2
댓글 더보기
브런치에 로그인하고 댓글을 입력해보세요!
수말스런 여자
직업
프리랜서
수말스런 여자의 브런치입니다. 삶의 후반기를 지나가는 시간에 제가 살아가는 얘기, 저보다 나이드신 어르신들의 삶, 또 같이 나이들어 가는 친구들의 얘기를 나눠보겠습니다.
팔로워
63
제안하기
팔로우
작가의 이전글
아가, 하나님
정오의 우물가로 가라
작가의 다음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