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이브의 달
달아, 달아, 밝고 이쁜 달아! 태곳적부터 세모도, 네모도 아닌 둥글 줄밖에 모르는 우직한 나의 달아!
이 밤도 셀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은 너를 바라보며 못다 이룬 간절한 소망을 품게 하는 다정한 나의 달아!
그런 게야, 분명 네가 있어서 나도 점점 이렇게 둥글어지고, 너도 점점 저렇게 둥글어지는 게야.
어둠처럼 깊어지는 침묵 속에 너를 기다리며, 어찌 둥글어지지 않고 버틸 수 있으랴!
네가 둥글 수 있다는 것은,
달의 네 원래 모습은 둥글었던 게지.
무언가에 가려서 보이지 않았을 뿐이야.
나도, 너도 둥글었을 우리도 무언가에 가리어져서, 모가 난 거친 형태로 비치었을 뿐. 본래의 우리 모습은 둥글었을 게야.
보름달처럼 풍요롭고, 한가위처럼 넉넉했을 본래의 내 얼굴이, 추석 날 밤에 볼 수 없었던 달처럼 두 눈에 잡힐 듯 말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