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 월드컵 조별 예선 마지막 경기인 포르투갈전을 이기고 16강에 진출할 확률은 8%였다. 8%의 확률은 ‘가능성이 희박한’이라는 뜻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는 옛말과 같이 너무 큰 기대를 하지 않으려 했다. 다만 항상 학생들에게 이야기했듯이 이기지 않아도 최선을 다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첫 골을 실점하고 늦지 않게 동점골로 따라가는 경기의 흐름이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후반 종료 전까지 동점 상황이 지속되었고, 이대로 끝나면 16강 진출은 다음 월드컵으로 미뤄야 했다. 후반 종료 직전, 정규 시간을 다 보내고 추가로 주어진 시간에 대한민국 주장 손흥민은 하프라인 부근에서부터 드리블을 시작했다. 포르투갈의 수비수들에게 공을 뺏기지 않고 빠른 속도로 페널티 박스까지 이르렀다. 그러나 이 순간 너무 많은 수비수들에게 에워쌓여 더 이상 전진이 어렵게 됐다.
나는 속으로 이 좋은 기회는 여기서 끝났다고 생각했다. 아쉬운 한숨이 내 입에서 터져 나오는 순간 손흥민은 포르투갈 수비수 다리 사이로 패스를 연결했다. 손흥민의 패스는 황소처럼 달려오는 황희찬에게 정확히 연결되었고 골키퍼와 일대일 상황에서 원터치 논스톱 슛을 정확히 골대 구석에 꽂아 넣었다. 대한민국 월드컵 역사상 최고의 골이 바뀌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8%의 확률이 실현되었다. 16강 진출을 확정하고 선수들이 태극기를 들고 환호할 때 한 문구가 눈에 띄었다. 국가대표 선수들이 들고 있던 태극기에는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고 쓰여 있었다. 8%의 확률이 기적처럼 실현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사실 이 문구가 카타르 월드컵에서 처음 쓰였던 것은 아니다. e스포츠 ‘리그오브레전드’의 월드컵인 롤드컵에서 언더독 DRX 데프트가 예선 패배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다음 경기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나온 말이다. 이후 DRX 데프트는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세계 최강 페이크를 잡아내며 우승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아무도 이기리라 예상치 못한 팀들을 차근차근 잡아내며 우승까지 하는 기적의 행보가 팬들의 가슴을 울리며, 스포츠의 언더독 신화를 상징하는 낭만적인 문구로 각인되었다.
2002년은 ‘꿈은 이루어진다’였다. 20년이 지난 지금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다. 작년 도쿄올림픽에서도 높이뛰기 국가대표 우상혁 선수는 ‘꺾이지 않는 마음’을 보여주었다. 할 수 있다고 믿었고 최선을 다했다. 비록 메달을 목에 걸진 못했지만 마지막 시도를 실패하고 환하게 웃는 표정에서 ‘꺾이지 않는 마음’을 갖고 최선을 다했다면 후회는 없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국민들은 아쉬워하지 않고 응원했다.
포르투갈을 이기지 못하고 16강에 진출하지 못했어도 괜찮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선수들의 ‘꺾이지 않는 마음’을 봤으니 말이다. 사실 내가 학생들에게 항상 강조하는 것도 이와 다르지 않다. ‘최선을 다했다면 이기지 않아도 괜찮아’라는 문구로 학교 강당에 입식 배너를 만들어 학생들이 항상 볼 수 있도록 게시하고 있다. 이 문구도 결과보다 과정을 소중함을 담고 있다. 결과가 좋으면 더 좋지만 좋지 않을 수도 있기에 연연해할 필요는 없다. 다만, 결과가 어떻게 되든지 포기하지 않고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면 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결과가 아니라 꺾이지 않는 마음처럼.
학생들이 체육과 스포츠를 통해 과정의 소중함을 알고 성장할 수 있도록 알려주고 싶다. 어찌보면 그것의 나의 ‘꺾이지 않는 마음’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