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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정길 Aug 18. 2020

코로나가 망쳐버린 내 수업

고등학교 첫 체육수업 실패기

“선생님 경기는 안 해요?”

평소 운동을 좋아하는 여학생이 물어왔다.

“안 하는 게 니라, 못하는 거지..”

나의 대답에 “네, 어쩔 수 없죠”라는 말을 남기고 터벅터벅 돌아가는 여학생의 뒷모습에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그런 여학생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나 또한 같은 마음을 느꼈다.     


갑자기 찾아온 코로나는 계획했던 고등학교 첫 학기 체육수업을 송두리째 바꿔 놓았다. 첫인사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미뤄지다 결국 온라인으로 맞이한 체육수업은 그에 맞게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해야 했다. 언제 등교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기존에 계획했던 수업 내용을 온라인 상황에 맞게 변형해 운영해야 했고, 부랴부랴 만들어진 교육청 원격수업 지침에 맞춰 진도계획과 수행평가 등을 바꿔야 했다. 모두가 처음이었지만 위기는 또 다른 기회를 만든다는 스포츠 명언과 같이 조금씩 원격수업에 적응하려던 그때 등교수업이 시작되었다.   

  

이때까지는 긍정적으로 지금의 이 상황을 미래교육에 대비할 기회라고 여겼었다. 코로나로 인해 제법 빠르게 찾아오기는 했지만 언젠가 찾아올 온라인을 활용한 미래교육에 대비해 좋은 경험을 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등교수업 이후 그동안 삐거덕거렸던 책상을 수리하듯 하나씩 하나씩 체육수업을 다듬어 원래 가지고 있던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오도록 노력했다. 비록 코로나로 인해 마스크를 착용하고 적정거리를 유지하는 등 수업 진행의 어려운 요소가 많았지만 온라인이 아닌 학교에서 수업을 할 수 있음에 감사함을 느꼈다. 기회와 감사는 딱 기까지였다.      


코로나 청정지역이었던 광주의 지역 내 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상향되었고, 학교도 다시 원격수업으로 회귀했다. 계획했던 모든 것이 다시 다 틀어졌다. 이번에는 일주일 단위로 등교와 원격수업을 번갈아 하는 병행 수업의 형태로 진행되었는데 온라인과 학교의 현실적인 차이로 인해 결국은 많은 것을 포기해야 했다. 퇴근길에 꽉 막힌 도로를 피해 내비게이션이 추천 경로를 새로 알려주듯 매번 상황에 따라 변해야 하는 수업은 참 많이도 돌아갔다. 이렇게 굴곡진 고등학교 첫 학기 체육수업은 아쉬움과 함께 끝나버렸다.     


1학기 끄트머리에 2주간의 짧은 여름방학이 찾아왔다. 첫 학기 체육수업을 망쳐 울고 싶은 내 마음을 알아서 그런지 유난히도 비가 많이 온 방학이었다. 습기를 머금은 장맛비가 내리던 방학 어느 날 ‘지나간 것은 잊고 새롭게 출발하자’라는 마음으로 찾은 카페에서 나는 잊어야 하는 과거를 붙잡고 있었다. 새로 다가올 2학기 체육수업을 계획하기 위해 켠 노트북의 배경화면을 그저 멍하니 바라보며 잊어야 하는 1학기의 망했던 체육수업을 생각했다. 눈은 노트북 배경화면을 응시한 채 머리는 과거를 되살리고 있었다.     


첫사랑이 잊히지 않는 이유는 흔히들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라 한다. 러시아의 심리학자 블루마 자이가르닉은 1927년 오스트리아 빈에 있는 한 식당의 웨이터를 통해 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종이에 적지도 않고 여러 손님의 주문을 정확하게 기억하고 서빙하던 웨이터는 계산을 끝낸 더는 볼일 없는 손님의 주문은 기억하지 못했다. 끝마치지 못한 일이 있으면 심리적으로 긴장하게 되고 줄곧 남아 있는 일에 미련을 두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오랫동안 잊지 못하고 뇌리에 남아서 기억하게 된다. 이루지 못한 첫사랑은 끝나지 않은 드라마처럼 쉽게 지워지지 않는. 나에게 고등학교 첫 체육수업은 첫사랑과 끝나지 않은 드라마가 되었다.     


그러나 동전의 양면처럼 때론 아쉽고 찜찜한 잊히지 않는 과거의 기억이 새로운 목표를 향해 나아가게 하는 중요한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노인과 바다』를 쓴 헤밍웨이도 미완의 글쓰기를 통해 수많은 명작을 남겼듯이 말이다. 기억 속에 존재하는 미완의 경험을 통해 실패를 거울삼아 노력한다면 반드시 좋은 결과가 따라올 것이라 믿는다. 이런 믿음이 노력으로 이어져 다가오는 새 학기에는 모두가 만족하고 행복한 체육수업이 되기를 꿈꿔 본다.


원격 체육수업 학습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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