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가 준 세상살이, 미얀마 인레호수)
초등학교 다니는 손녀는 외갓집을 자주 찾아온다. 시골에 작은 집을 마련하고 더 그렇다. 집을 마련하고 먼저 한 일이 '손녀의 꽃밭'을 무상으로 무기한 대여해 준 일이었다. 작은 꽃밭을 만들어 주자 올 때마다 꽃을 사들고 찾아온다. 꽃밭을 치장하고, 풀도 뽑아주며 꽃들이 지치도록 물을 주며 즐거워한다. 화단 틀을 잡아주면, 외할머니와 꽃으로 꾸며 시골집은 꽃으로 가득해 부자가 된듯했다. 언제나 꽃으로 가득 채워주기 때문이다. 코로나 19가 불안감을 주던 때도 시골집을 자주 찾아왔다.
화단에 물을 주기도 하고 그림을 그리기도 한다. 가끔 텔레비전 앞에 앉아 어린이 프로를 보던 손녀였다. 오늘도 손녀는 화단에 물을 주고 좋아하는 그림을 그린다. 얼마 지나면 엄마에게 부탁해 어린이 프로를 보던 아이였다. 그림을 그리던 손녀, 옆걸음으로 텔레비전을 지나친다. 텔레비전을 외면하는 것이다. 우연이 그랬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몇 번을 봐도 텔레비전 화면을 외면한다. 뉴스 시간엔 소리 나지 않는 곳으로 가 버린다. 깜짝 놀라 딸에게 물었다.
코로나 19가 오면서 각종 매스컴은 코로나에 관한 보도를 시작했다. 감염속도가 빠르고 전 국민을 불안하게 만들기에 당연한 일이었다. 텔레비전에 보이는 코로나 19의 모습은 엄청난 공포와 불안을 주었다. 유치원에서 수도 없이 손을 닦아야 했다. 엄마가 수없이 당부하는 주의에 수시로 손 소독과 손을 씻어야 했다. 자그마한 손이 수없이 젖었다 말랐다를 반복했다. 작은 손이 건조할 수밖에 없다. 손이 건조했지만 그래도 어린것이 참아야만 했다. 어느 날 손녀가 텔레비전을 보게 되었다. 끔찍한 바이러스의 모양에 깜짝 놀라 눈을 돌리고 말았단다. 소리도 듣지 않으려 했단다. 손녀의 눈에는 바이러스의 모습이 엄청난 공포를 준 것이었다.
텔레비전에서는 바이러스 모습을 강렬하게 보여주려 한다. 경각심을 주기 위해서이다. 화면에 나타나는 바이러스 모습은 붉은빛에 흉측한 돌기가 돋아있다. 무서운 바이러스가 언제나 화면에 자리하고 있다. 이런 화면이 하루에도 수없이 화면을 장식한다. 사람이 얼마나 확진이 되었고, 얼마가 죽었다는 소식이 화면에 가득하다. 손녀는 끔찍한 바이러스의 모습이 무서웠다. 수없이 죽어간다는 소리에 눈과 귀를 막아버린 것이다. 학교에 입학했지만 감염방지를 위한 정책으로 가끔 등교한다. 바이러스 감염이 무서워 학교급식도 마다하고 입을 막고 살았단다. 하루 종일 입을 막고 살아야 하는 고통을 사람들은 알고 있지 않은가?
시골집을 찾아 밝은 표정으로 잔디밭을 뛰어노는 모습이 귀엽다. 잠자리를 따라 뛰어다니고, 비눗방울을 하늘에 날리며 동네가 시끄럽다. 시골 동네가 오랜만에 사람 사는 동네임을 알려준다. 아침나절, 멀리에서 온 아이에게 포도라도 사줄 생각으로 함께 포도밭엘 갔다. 차에 태우고 포도밭에 가는 길에 손녀는 신이 났다. 길가에 핀 코스모스를 이야기하며 신기해한다. 하늘에 나타났다 사라지는 구름 이야기에 신이 났다. 이러는 사이 포도밭에 도착했다.
포도밭엔 시골 할머니들이 포도를 손질하고 계신다. 손녀를 내려 주려 조수석으로 가는 순간 손녀는 혼자 내렸다. 어느새 마스크를 쓰고 사람 곁을 머뭇거린다. 깜짝 놀라 얼른 마스크를 썼다. 할머니는 포도송이를 건네며 먹어보라 하신다. 머뭇거리고 있다. 괜찮다고 하자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포도송이를 받았다. 포도를 받고 먹을 생각을 하지 않는다. 마스크를 쓰고 있어 먹을 수 없는 것이었다. 마스크를 벗고 먹어보라고 말에 마스크를 벗고 포도를 먹는다. 포도를 먹는 모습이 너무 슬프게 보인다.
마스크를 순간적으로 내린 후, 포도 한 알을 입에 넣는다. 다시 마스크를 쓰고 포도를 오물거린다. 마스크를 순간적으로 내리고 껍질과 씨를 뱉는다. 다시 마스크를 썼다 순간적으로 내린다. 포도 한 알을 입에 넣는다. 다시 마스크를 올리고 포도를 오물거리는 어색하고도 슬프게 포도를 먹는다. 공기가 맑고 신선해 괜찮다고 하자 편안하게 포도를 먹는다. 잠시 포도 먹는 것을 포기하고 마스크를 쓰고 마는 것이 아닌가?
코로나 19는 우리의 삶을 변화시키고 말았다. 씁쓸한 생각으로 싱싱한 포도 한 상자 사서 되돌아왔다. 시골집에 도착한 손녀는 이제야 마스크를 벗고 신이 났다. 어린 손녀는 어려서부터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다. 오늘은 맑고 신선한 마당에서 그림 솜씨를 뽐내고 있다. 잔디밭 평평한 디딤돌에 갖가지 그림을 그려놓았다. 맑은 가을 하늘 아래서 마스크를 벗고, 갈고닦은 그림 솜씨를 발휘하고 돌아갔다.
페루의 나스카 라인을 생각하게 한다. 들어오는 대문 입구에는 '환영'이라는 글자를 무지개와 함께 그려 놓았다. 시골에서 만날 수 있는 '숲'과 '바람' 그리고 '자연', 옆에는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옆으로는 손녀가 만났던 자연을 그림으로 남겨 좋았다. 사랑이라는 글자와 함께 '하트 모양'을 그렸고, '초승달'과 '물'을 그렸다. '바람'과 '자연' 그리고 '물'이라는 것을 상상으로 그린 그림은 유명 화가 그림에 모자라지 않다. 옆에는 언제나 긴 머리 자신의 모습을 그렸다. 마스크를 벗고 그림을 그리는 손녀의 모습은 평화롭기만 했다. 가을 하늘과 어우러지는 한 폭의 그림이었다. 손녀가 명품 시골집을 선물했다. 코로나 19가 어서 종식되기를 오늘도 기대해 보는 하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