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을 보내며, 스페인에서 만난풍경)
그렇게 가을은
소리 없이 갔다
오고 간단 한마디 말도 없이
긴 발자국만 남기고 떠났다
그렇게 가을은 갔다
넓은 들판 휑하니 열어
하얀 눈 소복이 쌓일 수 있게
넓은 자리 펴놓고 소리 없이 갔다
가을이 떠나갔다
가진 것 모두 내놓고 가을은
한 줌의 미련도 없는 듯이
서둘러 겨울 자리 비워주고
긴 모퉁이를 돌아서 갔다
가을이 훌쩍 떠났다
가슴 설레는 빈 가슴만 남기고
사랑하는 사람 떠나 듯
가을은 한 점의 후회도 없이
긴 논길로 가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