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음악회를 마치고, 멕시코에서 만난 저녁)
어렵게 마련한 '가족 음악회'를 마쳤다. 10여 명의 색소폰 동호회원들과 함께 여는 연말 연주회이다. 매년 일 년간 틈틈이 갈고닦은 실력을 가족과 친지들을 초청해 보여 주는 연주회이다. 그것도 올해가 11년째가 되었으니 꽤 나이를 먹은 셈이다.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적극적으로 지원해주는 회원들이 있어 잘 버티어 오고 있다. 갖가지 사연으로 연습하기도 어렵고, 연주회를 할 장소를 물색하기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서로를 위로하고 격려하면서 색소폰 연주회를 매년 하고 있음이 뿌듯하다.
우리 사회도 경제적으로 안정이 되었서인지 공적인 공연장소를 물색하기도 참 어렵다. 많은 단체들이 공연이 수월하고 대부분의 시설이 완비된 장소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올해는 장소 물색이 대체적으로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시에서 운영하는 예술의 전당 소공연장을 대여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관람인원을 대략 300명 정도까지 수용 가능하여 공연장소로는 적당한 크기의 공연장이다. 세세한 공연 계획서를 제출하고 많은 대상팀들 중에 심사를 받아 통과되었다. 그것도 10월의 마지막 날이다. 가을이 무르익을 무렵이라 더 좋은 날이다.
보통은 200명 가까운 지인들이 오시곤 했는데, 연주회를 하는 조건이 코로나 19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할 수 있는 인원, 즉 100명 이내라는 조건으로 연주회를 해야 했다. 회원들에게 양해를 구해 그 선을 지키려 초청인원을 최소화할 것을 부탁했다. 사회적으로 문제 되는 코로나 19가 혹시 문제가 되면 큰일 아닌가? 홍보도 하고, 연습도 하면서 조심스레 준비했다. 어느 회원은 내년으로 연기하면 어떠냐는 의견도 있고, 그대로 하자는 의견도 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가능하면 그대로 진행하자는 것이었다. 이유는 코로나 19가 조금은 안정이 되었고, 발표회를 위해 그간 연습해온 회원들이 많기 때문이었다. 한 번의 연주를 위해 수없이 노력한 대가를 어느 정도 보상해 주어야겠다는 생각이었다.
몇 년간 연주회를 주관하면서 생각은 이렇다. 대부분이 연주하기를 꺼려하는 듯하지만 내심으로는 상당히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많은 가족 친지들 앞에서 연주하는 것을 은근히 기대하고 있다. 연주회를 겪고 나면 대단한 자부심이 생기고, 실력이 쑥 오른다는 것이다. 연주회를 거치고 나면 실력이 늘고, 자부심과 자신감으로 동호회 운영에 많은 도움이 된다. 연주회 동영상을 보고 또 보고, 사진을 보면서 몇 달을 즐겁게 보낸다. 회원들을 보면 어떻게든지 연주회를 진행하고 싶다. 동호회 회원들을 설득하여 차근차근 준비를 하고, 연주회 당일 서둘러 회원들과 함께 공연장으로 갔다.
코로나 19 방역 수칙에 따라 발열체크와 설문조사 등 모든 준비를 끝냈다. 리허설까지 완벽하게 끝내고 손님을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 기대했던 초청인원들의 입장 속도가 매우 늦다. 시간이 거의 다 되었는데도 50여 명 밖에 보이지 않는다. 조금은 당황이 되었지만 시작을 해야 했다. 연주회 사회자로는 모 방송국의 유명한 리포터를 섭외해 놓았었다. 매년 자리를 같이해 음악회 진행을 맡아 했었는데, 경제적인 조건에 민감한 모양이다. 올해는 시간이 맞지 않는다며 신의를 지키지 않아 좀 아쉬웠다. 할 수 없이 회원들과 손님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사회까지 맡아야 했다. 이렇게 연주회는 시작되었다.
문제가 생겼다. 코로나 19로 인원을 축소해서 초청했는데, 인원도 찾지 않는 행사가 될 것 같다. 초청하기도 부담스럽고, 찾아오기도 부담스러운 말 못 할 코로나 19가 있는 까닭이다. 연주회가 끝나면 간단한 저녁식사를 대접했었는데, 올해는 먹는 것은 일절 금지였다. 회원들이 적극적으로 연주회 초청을 하지 못한 이유이다. 코로나 19가 부담되어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를 부담스럽게 생각하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이런 사연을 안고 시작한 연주회는 처음엔 50여 명의 가족 친지들을 모시고 연주회를 진행해야만 했다.
1부는 15명의 합주가 성공리에 끝이 났다. 2부에서는 개인별로 준비한 곡을 연주하는 순서이다. 모두가 가장 기대하기도 하고, 긴장을 하는 순서이다. 처음으로 많은 관중들 앞에 서는 자리라 많이들 긴장을 한다. 더러는 청심환을 먹고 연주를 하기도 한다. 한 명씩 또는 두 명씩 듀엣으로 연주하면서 긴장했지만 대부분 무난히 연주를 끝냈다. 같은 악기로 한 시간여를 연주한다는 것은 관중 입장에서 보면 지루할 수도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하여 서둘러 연주회를 진행했다. 시간이 지나자 초청 인원은 거의 100여 명이 되어 조금 안심이 된다. 서둘러 3부 합주 끝은 가수 이용의 '잊혀진 계절'을 연주하고, 앙코르곡으로 이종용의 '너'를 끝으로 연주회가 끝이 났다. 100여 명의 친지 가족들이 대단한 박수와 환호로 격려해준다. 모두가 훈훈한 연주장이 되어 사진을 찍고, 꽃다발을 주고받는 모습이 연주회 준비과정의 어려움을 잊게 한다.
연주회를 끝낸 회원들의 표정과 소감은 기대했던 대로였다. 모두가 뿌듯해하고, 자랑스러워했으며 서로를 격려하는 모습이 매우 훈훈하다. 그간의 노고가 스르르 녹는 기분이다. 어렵게 연주회 장소를 물색하고, 일 년간 연습에 연습을 했다. 하지만 연습을 하는 중간중간엔 어려움도 많았다. 모두가 생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라 바쁜 사람들이 피곤한 몸으로 연습을 해야 했다. 이런저런 어려움을 안고 연습을 했고, 연주회 리플릿과 현수막을 제작하러 동분서주해야 했다. 마지막으로 연주장소의 준비를 위해 고심을 해야 했다. 이런 어려운 과정을 지나 연주회를 마쳤다.
언제나처럼 연주회를 마치고 난 후의 생각은 내년엔 더 열심히 해봐야겠다는 마음이다. 어럽지만 일 년간의 연습으로 마련한 연주회를 그렇게 즐거워하고, 그렇게 뿌듯해하는 회원들을 위해서이다. 지나온 과정에선 당장이라도 그만두고 싶은 생각이 없을 리 없지만, 지나고 난 후의 뿌듯함과 자랑스러움으로 또 한 해가 지나가고 있다. 이런 노력이 없이 그만한 장소에서 개인적인 연주를 얼마나 더 할 수 있을까? 개인적으로도 영광스러운 연주회 자리이기 때문이다. 조금 아쉬운 것은 매년 참가하던 각종 색소폰 경연대회가 모두 취소되었다는 것이다. 회원들과 같이 연습하고, 경연 대회에 참여하는 기회가 없어진 것은 아쉽다. 가끔 결혼식장에 초청되어 축하연주를 하는 기쁨도 있어 오늘도 음악실로 가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