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뜰 앞의 소나무, 잠비아 빅토리아 폭포)
살아가면서 참, 걱정거리도 많다.
한 가지가 해결되면 또 한 가지 걱정, 그것이 해결되면 또 나타나는 것이 걱정인가 보다.
수많은 걱정거리가 있지만 실제로 걱정해야 하는 일은 많지 않다. 밤새도록 걱정이 되었지만 눈을 뜨면 저절로 해결되기도 한다. 하늘이 무너질까 침식을 잊고 걱정했다는 杞憂에 관한 고사도 있다.
햇살 맑은 날, 뜰 잔디밭에 서 있는 소나무가 눈에 띈다. 늘 보던 소나무이다. 어째 소나무 기력이 없어 보인다. 누릇한 소나무 잎이 가지에 붙어 있다. 푸르른 잎도 기운이 없어 보인다. 푸른 잎이 축 늘어진 느낌이다.
언제나 푸르름을 과시하던 나무인데, 뭐가 잘 못 되었나 걱정이 앞선다. 앞 산 소나무는 괜찮은 것 같다.
지난겨울이 오기 전에 소나무 잎이 말라가면서 기운이 없어 보였였다. 그 후 기운을 받고 푸름으로 겨울을 났다. 오늘 보니 낙엽을 안고 기운이 없어 보인다. 큰 일 났다. 우리 집 수호신이 기운이 없어 보인다.
소나무는 시골집을 지켜주고 있는 상징이기 때문이다.
봄부터 여름을 지나면서 푸름이 절정에 다다랐었다.
가을이 왔다. 가을이 되면서 서서히 겨울을 준비해야 한다. 살아 남아 내년 봄을 준비하려면 몸을 추슬러야 하기 때문이다. 소나무도 예외일 수 없다. 나무도 살아갈 방도를 찾느라 일 년을 같이했던 소중한 잎마저 떨구어내야 했다. 낙엽이 되는 것이다. 가지 아래쪽으로 난 잎이 누렇게 낙엽이 되어 붙어있다.
아마 잎이 나온 지 오래된 것이 누렇게 낙엽이 된 듯하다. 잎이 돋아나고 2년이 되면 낙엽이 된다고 한다. 낙엽이 붙어 있었지만 남은 잎은 싱싱함을 자랑했던 것이 시들해 보이는 것이다.
지난가을에 보았던 잔디밭에 있는 소나무 이야기이다.
앞산 소나무는 잎이 푸르러 역시 소나무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서서히 날이 풀리며 봄기운이 돌았다.
앞 산에도 봄이 찾아왔고, 뜰에도 가득히 봄이 왔다. 찾아온 햇살은 맑은 기운을 가득 품었다.
날씨가 서서히 따스해지면서 며칠 전에 비가 내렸다. 대지가 촉촉하도록 비가 온 것이다. 어느 날 정원을 바라보다 깜짝 놀랐다. 소나무를 보고 깜짝 놀란 것이다. 어느 순간에 소나무가 살아난 것이다. 푸름이 역력하다.
잔디밭 가장자리에 당당하게 서서 시골집을 지켜주는 소나무이다. 푸르름이 가득 내려앉았다.
누런 소나무 잎은 여전히 붙어 있다. 하지만 활기가 없던 소나무 잎이 푸르게 변했다. 어떻게 활력이 생겼는지 힘이 없던 잎이 곳곳이 섰다. 푸름을 잔뜩 먹었다. 며칠 사이에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푸름을 찾았다. 누런 잎이 붙어 있는데도 푸름이 그 빛을 압도하고 있다. 쓸데없는 걱정을 한 것이다. 자연의 위대함을 잊고 걱정을 한 것이다. 아무 쓸데없는 걱정을 한 것이다. 푸른 소나무에 힘을 받아 덩달아 나도 힘을 받는다.
서둘러 정원 끝자락을 손질한다. 어느새 노란 산수유가 꽃망울을 내밀고 있다. 땅은 얼어 삽이 들어가지 않는 곳이다. 씩씩한 산수유가 봄을 알리러 그 속에서 왔다. 참, 신기한 봄이 시작된 것이다. 지난해에 심어던 국화 잎도 나왔다. 추운 곳에서 어떻게 버틸지 걱정이 되었었다.
하지만, 국화도 산수유도 살아날 걱정은 하고 있었을 것이다. 내가 걱정할 것이 아니라 그들이 걱정할 일이다.
오묘하고도 위대한 자연의 힘을 믿고, 나는 나만의 일을 하면 되는 것이었다.
살아감엔 늘 걱정이 뒤 따른다. 크게 걱정할 일도 아닌데 또 걱정을 한다.
며칠 후에 비가 많이 온다고 하는데 걱정이 된다. 잔디밭에 물이 고일 것도 걱정이 되고, 혹시 물이라도 새면 어떻게 할까도 걱정이 된다. 정원에는 푸르른 새싹이 돋아 난다. 그런데 풀이 또 같이 자라고 있다.
풀을 뽑아야 하는데 또 걱정이 된다. 걱정은 끝도 없이 꼬리를 문다. 사람이 사는 것이 그런 것인가 보다.
걱정거리가 많다. 하지만 지나고 보면 대단한 것이 아니다. 웬만한 것은 저절로 해결이 되는 것들이다.
다시 찾아온 봄이다. 정원에도 곳곳에 푸름이 눈에 띈다. 노란 산수유는 벌써 봄을 알려주고 있고, 가으내 싱싱하던 국화도 잎을 내밀었다. 지난해에 심었던 구절초는 겨울을 잘 버티어 주었다.
벌써 꽃 잔디가 봄기운을 받아 꽃을 준비한다. 어김없이 봄이 찾아온 것이다. 겨울을 걱정했는데 봄이 왔다.
삶에도 겨울이 있다. 겨울이 왔다고 걱정할 이유가 없다. 언젠가 봄이 오고 꽃이 피리라.
삶에도 그렇게 넉넉한 봄이 왔으면 좋겠다. 따스한 봄이 가슴에도 한 가득 내렸으면 좋겠다.
온갖 시름 걷어내고 봄을 맞이하는 여유가 그리운 계절이다. 모두에게 실한 봄이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