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감의 지혜, 명사산 월하천)
동호회원들이 색소폰 합주를 한다. 10여 명이 모여 연말 음악회 준비를 하는 것이다. 끝나면 가끔 소주 잔도 나누며 살아가는 이야기로 끝날 줄을 모르는 동호회원들이다. 어느 날 연습 중 쉬는 시간이다. 느닷없이 회원 중에 엄지 손가락이 아프다며 하소연이다. 너무 열심히 연습을 해서 그렇단다. 엄지 손가락이 아파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연습을 했단다. 엄지 손가락이 왜 아플까? 옥타브 키는 살짝 눌러주면 된다. 엄지 손가락에 힘을 너무 많이 주어 손상이 온 것이다. 아파서 병원엘 가봐야겠단다. 검지 손가락이 아프다는 회원도 있다.
학창 시절 공 던지기 연습을 한다. 한 때 입시에 포함되는 체력장 시간이다. 몸으로 하는 것이니 공부하는 것보다는 훨씬 쉬운 듯하다. 모두가 열심히 던지고, 목숨 걸듯이 뜀뛰기를 한다. 공부도 그렇게 했으면 걱정할 이유가 없을 것 같다. 온몸이 땀에 젖도록 운동장을 돈다. 언제나 던지기에 소질이 없는 학생, 있는 힘을 다 주어 공을 던졌다. 힘껏 움켜쥐고 있던 공은 하늘 높이 날아 코앞에 떨어지고 만다. 손에 힘을 빼고 유연하게 던져야 하는 데 있는 힘을 다 주고 던진 결과이다.
수영을 배우면서 고민이 많았다. 내 몸이 물에 뜰 수 있을까? 남들이 하는 것을 보면 쉬워 보인다. 나라고 못할 이유가 없다. 용기를 내어 몸을 던졌다. 불안한 마음에 팔과 다리에 힘을 주며 휘저어 본다. 아무리 손과 발을 움직여도 몸이 가라앉는다. 점점 내려가 바닥에 닿으려 한다. 불안해서 더 힘을 주어 휘저어도 마찬가지이다. 몸이 무거워서 일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창피하기도 하다. 어떻게 해 볼 수가 없을까? 고민 끝에 다시 시도해 봐도 결과는 마찬가지이다. 참, 희한한 일이었다.
수영을 가르치는 강사, 몸에서 힘을 빼라고 한다. 색소폰을 가르치는 강사도 온몸에서 힘을 빼라 한다. 특히, 손가락에서 힘을 빼고 운지를 하란다. 엄지 손가락은 옥타브 키를 살짝만 누르란다. 힘을 주지 말란다. 하지만, 그것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던지기를 하면서 팔에 힘을 빼야 하고, 수영을 하면서도 마찬가지란다. 색소폰을 연주하면서는 모든 손가락과 온몸에서 힘을 빼야 한단다. 힘을 빼지 않으면 소리가 제대로 나오지도 않고, 운지도 제대로 되지 않는다.
악기를 연주하면서 몸에 힘을 주어보자. 손가락을 놀리는 속도가 늦다. 속도를 도저히 낼 수가 없다. 색소폰에서 나는 소리가 자연스럽지 못하다. 어딘가 이상한듯한 소리가 난다. 드럼을 치는 경우엔 힘을 주면 속도를 따라갈 수 없다. 속도도 나오지 않지만, 무리한 힘이 들어가면 어깨 통증도 유발하게 된다. 힘을 주면 손가락뿐 아니라 얼굴에도 나타나게 되어 어색하다. 어떤 악기든 적응해 가면서 힘이 빠지면 정상적인 소리가 되는 것을 알 수 있다. 골프가 그렇고 야구가 그렇다. 탁구도 힘을 빼고 해야 부드러운 공격이 나온다. 모든 운동이 힘을 빼지 않으면 제대로 되지 않는다. 몸이 경직되어 부드러운 행동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대중 앞에 말을 해야 하는 경우는 어떤가? 긴장하여 몸에 힘을 들어가면 헛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가끔은 말을 더듬고 만다. 시간이 지나 적응되면 제대로 말이 된다. 긴장이 풀리며 힘이 빠지고 자연스러워지기 때문이다. 입술과 혀 등 말하는데 필요한 부위의 힘을 풀어주어야 함을 알 수 있다. 마음까지도 힘이 빠진 상태가 되어야 한다. 글을 쓰는 경우는 어떤가? 글을 쓰는 일도 예외가 아니다. 써야 한다는 강박관념으로 책상 앞에 앉았다. 몇 자도 제대로 쓰이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마음까지 여유를 갖고 자연스러워야 하기 때문이다.
일상에서도 힘 빼고 살아감은 더없이 필요하다. 과도한 힘의 과시는 권위와 위상보다는 교만으로 비친다. 목에 힘이 너무 들어간 것 아냐? 목에 깁스를 했어? 일상에서 자주 오고 가는 소리이다. 몸에 힘을 빼면 부드럽고도 자연스러운 행동이 된다. 표정이 너그럽고 분위기가 부드럽다. 힘을 주면 경직되고 둔화되어 표정이 부자연스럽다. 모든 동작이 끊어지고 경직된 행동이 된다. 무엇인지 모르지만 어색하고 불편하다. 힘을 빼고 사는 일, 살아가는 일 중에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다. 모든 일이 유연하고 막힘이 없어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삶엔 힘을 이용해야 하는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다. 하지만 힘을 빼려면 힘은 언제나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필요한 힘을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필요한 힘을 준비하려면 끝없는 훈련과 내공이 필요하다. 행동이 그렇고, 마음이 그렇다. 끝없는 훈련과 내공으로 힘이 얻어지면 마음에 평정이 찾아온다. 악기 연주가 그렇고, 운동이 그렇고 모든 삶이 그렇다. 피나는 훈련과 연습이 있을 때, 힘이 생기고 여유가 생겨 마음까지 평정을 얻을 수 있다. 마음의 평정까지 얻을 수 있으면 자연스럽고 부드러운 삶이 된다. 그래도 힘의 적당한 조절은 언제나 고민되는 일이다. 적당한 힘을 어떻게 조절할 수 있을까? 어려운 일이지만 삶의 묘미를 주는 묘한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