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닌, 그들이 나를 도왔다.

(자그마한 정성이 주는 것, 모로코 사하라 사막에서 ;본인 촬영)

by 바람마냥

며칠 전, 우편함에 무엇인가 꽂혀있다. 무엇인가 꺼내보니 연하장이다. 얼마 전에 메일로도 연락이 왔던 연하장이다. 어엿한 여고생의 환한 얼굴이 들어있다. 오래전부터 이웃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중간 역할을 해주고 있는 월드비전에서 온 것이다. 매월 작은 성금으로 도와준 학생이 월드비전을 통해 보낸 것이다. 오래전부터 해온 일이다. 가정 사정이 어려운 학생에게 직접 도움을 주기도 했었다. 다른 방법을 택하기로 했다. 학비를 받고 있는 학생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다른 방법으로 도울 방법은 없을까 고민을 했다. 어떤 방법이 없을까?


고심 끝에 근처 동사무소에 도움을 요청했다. 동사무소에서 알려준 학생에게 몇 년간 학비를 보내 주었다. 몇 년이 지났다. 알고 보니 그 학생도 다른 곳으로부터 도움을 받고 있었다. 다른 곳을 찾던 중에 월드비전이라는 단체를 알게 되었다. 그때부터 월드비전을 통해 국내 아동 한 명과 외국 아동 두 명에게 후원금을 보내주고 있다. 우리가 후진국이라고 부르는 국가의 아동과 도움을 받지 못하는 국내 학생이었다. 아무도 모르게 돕고 있는 학생들이다. 외국에 있는 두 아이는 초등학교를 마치고 중학교에 진학하게 되었고, 국내 학생은 초등학교에서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생이 되었다.


국내에 있는 학생은 고등학생이 되어 진학에 많은 고민을 했었다. 지금은 자리를 잡고 안정된 생활을 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외국에 있는 학생들도 잘 살고 있다는 소식이다. 가끔 안부 편지를 전해오기도 한다. 외국에 있는 아이들도 월드비전을 통해 살아가는 소식을 전해 오기도 하고, 가끔은 사진을 보내주기도 한다. 조금씩 보내주는 나의 정성이 아이들한테는 많은 도움이 되는 듯해 항상 뿌듯했다. 내가 조금만 아끼면 되는 일이기에 그렇게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모습을 전하는 연하장이 도착한 것이다.


그동안의 작은 정성이 얼마나 도움이 되었는지 자세히는 모른다. 작은 돈이기에 큰 무리는 없는 도움이다. 하지만 내가 도움을 주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 늘 생각이다. 언제나 그랬다. 그들이 받은 것보다 내가 받는 것이 훨씬 많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잘 살아간다는 말에 감동을 받는다. 나도 모르게 뿌듯함을 안고 살아간다. 나도 남을 도우며 살아간다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하루하루 다르게 성장하는 아이들이 눈에 보인다. 작은 정성이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 남에게 표시 없이 한다는 것도 좋은 점이다. 그렇게 도운 것이 20여 년이 지났다.


누구도 모르게 하는 일이 어느 날 가족들에게도 알려지게 되었다. 그 후, 가끔 ARS를 통한 이웃 돕기도 참여한다. 아이들이 보는 곳에서 하기도 한다. 아이들도 배우라는 뜻도 담겨 있다. 어느 순간에 감사의 편지가 도착해 있다. 내 것인가 하고 이름을 보니, 아내 것도 있고 가끔은 아이들 것도 있다. 내가 돕는 것을 보고 식구들도 이웃을 돕고 있는 것이다. 나도 모르게 이웃 돕기에 참여하고 있는 것이다. 이웃 돕기 시작을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다. 많은 돈은 아니지만 누구에게 도움이 된다니 좋지 않은가?


올해도 어김없이 연말연시가 되었다. 하지만 코로나 19로 어수선하고 답답하다. 남을 돕자는 말이 쉽게 나오지 않는 이유일 것이다. 예전 같았으면 이웃을 돕자는 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되었을 것이다. 사회적으로 어려움이 있어 그러리라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작은 정성이 누구에게는 큰 도움이 되리라는 생각이다. 모두가 살아가기 어려운 세월이다. 작은 정성이 이웃에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오랫동안의 생각은, 작은 정성이 남을 도와주는 것보다 더 큰 감동 되어 되돌아온다는 것이다. 조금이라도 남을 돕는 일이, 남을 돕는 일이 아니라 바로 나를 돕는 일이라는 생각이 드는 계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