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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마냥 Mar 22. 2023

시간에 갇힌 삶을 놓아줘야겠다.

(삶을 가른 나의 시간들, 몽골 초원에서 만난 아침)

새벽 다섯 시, 눈을 비비며 일어난다. 추운 날씨에 일어나기 싫다. 무거운 눈꺼풀을 열고 잠자리에서 일어났다. 서둘러 운동복 차림으로 체육관으로 향한다. 서둘러야 운동을 끝내고 출근할 수 있다. 서두르지 않으면 밥 먹기가 빠듯하다. 오전 근무를 하고 점심시간, 잠시 눈을 붙여야 밤까지 이것저것 할 수 있다. 점심시간도 소홀이 할 수 없어 분단위로 쪼개가면서 하루의 삶을 살았다.


세월이 마구 흘렀다. 세월이 흘러 은퇴를 하고 몹시 당황했다. 사막에 홀로 남겨진 기분, 시간을 보낼  방법을 몰랐다. 시간 사용 방법을 모르고 살았기 때문이다. 그것도 잠시, 점차 시간이 흐르며 적응되어 갔다. 시간을 조금은 느슨하게 이용하는 방법을 알아냈다. 새벽에 하던 운동을 늦게 시작하면 되는 것이었다. 잠도 조금 늦게 자며, 모든 일을 느긋하게 해 나가는 것이 생활에 적응되면서 할 일들이 생기게 되었다.


친구들과 자전거도 타야 하고, 산에도 가야 한다. 가정의 대소사에 일일이 참견해야 하니 몸이 더 바빠졌다. 일할 때보다 더 늘어난 일이다. 남은 시간이 소중해, 잠시도 쉴 짬 없이 시간을 보냈다. 새벽부터 운동을 해야 남들보다 잘 사는 것 같았다. 밤늦게 까지 취미생활을 하면서 살아왔다. 평생의 습관은 느슨하게 살고자 했던 은퇴 후의 삶을 내버려 두질 않았다. 지금껏 살아온 습관에서 헤어 나올 수가 없었다. 느슨하게 살고자 했던 생각이 나도 모르게 제자리고 돌아오고 말았다. 

페루, 티티카카 호수의 아름다움

새벽부터 늦게까지 시간 단위로 나누어서 사용하기 시작했다. 한 시간도 허비하는 시간 없이 한 가지 일이 끝나면, 다음 일이 찾아야 했다. 일도 하지 않으면 불안했고, 남보다 덜 살고 있는 기분이었다. 새벽에 시작한 일이 저녁 아홉 시가 되어야 끝이 났다. 몸이 피곤했고 아침에 일어나는 것도 힘에 겹다. 은퇴 전보다도 더 고단했다. 체육관에서 운동을 하고 자전거를 타러 가야 했다. 시골집을 돌보고 산에도 가야 했다. 색소폰 연주도 해야 하고, 수채화도 하러 가야 했다. 가끔 친구들도 만나야 하고, 철 따라 여행도 해야 했다. 몸이 바빠 어쩔 줄 모르며 시간에 갇혀 살아가고 있다. 


언제부터 시간에 갇힌 삶을 뿌리칠 수 있을까? 시간에 얽매이는 것을 싫어하는 편이다. 그러면서도 시간에 얽매여 산다. 시간에 얽매이는 삶이 싫어 드라마 등은 일체 생각이 없다. 드라마 시간에 얽매이기 싫어서다. 하고 싶은 일에는 너무 얽혀 산다. 이젠 시간에 갇혀 살아가는 삶을 놓아줘야겠다. 여유로운 마음의 찾아보자고. 고단한 몸에 휴식을 줄 수는 없을까? 휴식을 통한 마음의 안정을 위해서다. 

아이슬란드 여행 중 만난 아침

책을 읽고 즐거움을 위해 시작한 것이 브런치 활동이었다. 오래전 블로그를 잠시 접어두고 글쓰기를 시작한 것이다. 글을 쓰는 일이 쉬울 리가 없다. 제대로 공부를 한 적도 없고 전공과는 다른 분야이다. 생각만 했을 뿐 공부를 한 적도 없다. 글쓰기를 시작하고 할 일에 하나가 더해진 것이다. 언제나 글쓰기를 부러워했기에  한두 가지를 정리하려 했다. 무엇을 그만두어야 할까? 선택이 쉬지 않다. 


바쁘게 살면서 잠시라도 한가하면 또 일을 시작한다. 몸과 마음이 피곤할 수밖에 없다. 세계여행이 멈추었기에 그나마 한가한 편이다. 온 세계를 헤매며 다니고 있었다. 남미 여행이 잠정 중단되어 있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가 기다리고 있다. 페루와 볼리비아 그리고 칠레를 보았고, 멕시코와 쿠바를 만났었다. 궁금한 남쪽을 향할 차례, 몸을 위해서 쉬어야 하는 세월이 다행이다. 한가한 삶을 살고 싶지만 어려워 걱정이다. 시간을 놓아주어야 할 것을 또 고민해야겠다. 이젠 시간 속에 갇힌 삶을 놓아주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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