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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마냥 Mar 13. 2023

노부부의 함박웃음, 넋을 놓고 말았다.

(노부부의 웃음, 카리브해의 석양)

아내와 볼 일을 마치고 나니 점심때가 되었다. 한 끼라도 아내 짐을 줄여주자는 생각에 식당을 찾았다. 어디로 갈까? 아내가 좋아하는 복지리를 먹으러 갈까? 아니면 간단하게 초밥을 먹으러 갈까? 곳곳에 점심특선이란 이름으로 그럴듯한 곳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갑자기 생각 난 곳은 코다리찜을 맛있게 하는 집이다.


언젠가 선배가 전화를 했다. 막걸리 한잔 하자는 전화였다. 막걸리를 무한정으로 마실 수 있다는 집, 바로 코다리 집이었다. 막걸리가 무한리필, 막걸리를 얼마나 마실 수 있을까? 기껏해야 두어 잔인데 많은 사람이 찾는 곳이다. 아내도 좋다는 반응이다. 서둘러 찾아간 코다리 집은 사람들로 가득하다. 서두르지 않았다면 줄을 서야 할 상황, 자리를 잡고 주문을 했다.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기에 음식이 바로 준비된다. 아내와 막걸리 한 잔을 마시며 점심을 먹었다. 잠시 후, 허리 많이 굽은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들어오셨다. 노부부는 들에서 일을 하다 오신 복장이다. 할머니는 허리가 많이 굽어 움직임도 부자유스럽다. 음식 주문을 하자 밑반찬이 금방 제공되었고, 곧바로 할머니가 일어나신다. 어디 가느냐는 할아버지 말씀에도 상관치 않으신다.


잠시 후, 할머니는 막걸리 주전자 들고 오셨다. 허리가 굽으셔서 걷기도 불편하시다. 얼른 할아버지가 주전자를 받으며 웃으신다. 할머니가 술잔을 건네고 술을 따르자 얼른 받는다. 술잔을 받는 할아버지의 표정, 순박한 모습으로 함박웃음이다. 얼굴 가득히 짓는 맑은 웃음, 야 저런 웃음이 정말 웃음이구나! 할아버지가 할머니에게 술잔을 건넨다. 할머니는 손사래를 치다 마지못해 술잔을 받는다. 한 모금의 막걸리를 따르고, 건배를 하는 모습에 넋을 놓고 말았다. 두 분의 함박웃음을 한참을 바라봐도 행복해 보였다.


웃는 모습이 저런 모습이어야 하는구나! 티끌 하나 없이 웃는 할아버지, 막걸리가 좋으셨을까 아니면 할머니의 모습이 고마웠을까? 한참을 생각해도 알 수가 없다. 궁금함을 참아가며 바라보기만 해도 행복했다. 우선은 불편한 몸으로 막걸리를 가져와 따라주는 할머니가 고마웠을 테고, 한편으론 고단함 끝에 마실 수 있는 한잔의 막걸리 맛도 좋지 않았을까?  하지만, 함박웃음 속엔 누구도 헤아릴 수 없는 아름다움이 숨어 있었다. 평생을 해로했을 노부부의 행복한 막걸리 한잔, 가슴에 남아있는 잔잔한 그림이었다. 


할아버지 세월이면 저런 웃음을 지을 수 있을까? 아내가 건네주는 한 잔의 막걸리에 그렇게도 좋아할 수 있을까? 맑은 얼굴에 가득한 웃음이 부러웠다. 내가 아내와 함께 마신 막걸리는 무슨 맛이었지? 불편한 몸이지만 웃으며 나누는 노 부부의 막걸리 맛이 달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긴 세월 속에 삶이 곰삭으면 그 모습이 되려나? 아직도 자신 없는 노부부의 막걸리 건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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