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드베키아, 정열의 꽃을 피웠다.

(루드베키아의 계절, 길가에서 만난 루드베키아)

by 바람마냥

뒤뜰 잔디밭 가장자리에 있는 바위 언덕, 아래쪽으로는 작은 밭에 몇 포기의 고추가 자라고 있다. 옆으로는 돌나물이 자라던 바위가 근엄하게 앉아있고, 고추밭 가에는 봄에 심은 도라지가 하얀 꽃을 피워 나도 도라지라는 것을 보여주는 작은 밭의 모습이다. 언덕 위에는 봄부터 갖가지 꽃이 가득했었다. 초봄에 영산홍을 비롯해 노란 매화가 다녀갔고, 하얀 찔레꽃도 꽃을 보여 주었었다. 여름이 익어가면서 녹음이 가득해졌고, 위쪽에서 몰래(?) 내려온 칡넝쿨이 여기저기에 참견을 한다. 거기에 질세라 깔끌깔끌한 가시를 가진 환삼덩굴이 온갖 참견을 하며 이웃을 괴롭게하는 자그마한 언덕이다.


지난해 어느 날, 바위가 바치고 있는 언덕 위에 껑충한 루드베키아가 화사한 꽃을 피웠었다. 해가 바뀌어 올해는 어떨까 고심을 했지만 역시 자연은 배신하지 않는다. 지난해에 몇 포기가 있었던 루드베키아가 어느새 자리를 넓혀 노랑으로 꽃을 가득 피워 놓았다. 짙은 노랑에 검은색을 가진 꽃, 처절하도록 정열을 보여주는 듯했다. 하지만 여름이 익어가면서 숲은 푸름으로 가득해졌다. 갖가지 풀이 자리했는가 했는데, 주변을 몹시 괴롭히는 고집불통 환삼덩굴이 그냥 있을 리 없다. 매화는 물론이고 영산홍에 노란 루드베키아까지 칭칭 감고 올라 목을 죄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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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수 없이 끈덕지게 살고자 몸부림치는 환삼덩굴로부터 루드베키아와 매화를 해방시켜주기로 했다. 단단히 무장을 하고 올라 선 언덕엔 환삼덩굴 세상이었다. 곳곳의 나무는 물론, 영산홍과 매화 그리고 작은 더덕까지 괴롭히고 있었다. 우리나라가 원산지인 환삼덩굴은 원줄기와 잎자루에 자디잔 가시가 있고, 가까이 있는 나무나 식물을 감고 올라가며 살아가고 있다. 초봄에 작은 싹이 나오는가 했는데, 뒤 언덕을 온통 감싸고 있다. 매화와 루드베키아도 예외일 수 없다. 할 수 없이 환삼덩굴로부터 해방시켜주기로 한 것이다. 간신히 언덕을 정리하고 내려오자 노란 루드베키아가 한 숨을 쉰다. 꽃으로서의 자태를 자신있게 드러내고 있다.


스웨덴의 식물학자 Rudbeck 부자의 이름에서 유래되었다는 루드베키아, 북미가 원산인 국화과의 꽃으로 다양한 색깔의 꽃을 피워 저마다의 아름다움을 자랑하고 있는 꽃이다. 진한 노랑 꽃잎에 붉은색이 앉은 루드베키아는 해바라기를 닮았다고 해서 '꼬마 해바라기'라고도 하고, 꽃 가운데가 원추 모양을 닮았다 하여 '원추 천인국'이라고도 불리는 꽃이다. 시골길 곳곳에서 노랗게 무리 지어 피어 있는 모습이 정열적인 모습으로 여름을 빛내주고 있다. 왠지 강렬한 색깔로 절절한 사랑을 노래하는 꽃 같지만 인디언 처녀의 애절함이 담겨있는 꽃이기도 하다.


서부개척시대, 인디언 마을을 습격한 백인 군인과 추장의 딸이 사랑을 키워나갔다. 인디언과의 합의를 의심한부하들에게 살해당한 백인 군인, 기다리다 지친 흑인 여인이 묻힌 자리에서 그녀를 닮은 꽃이 피어났다. 처녀의 노란 살결과 검은 눈을 떠올리게 하는 꽃이 피어났으니 그 꽃이 루드베키아였다. 많은 사연을 안고 있는 꽃들의 전설, 대부분 절절한 사랑 이야기가 담겨 있다. 곳곳에서 주황색으로 동네를 밝혀주고 있는 능소화의 이야기와 흡사한 전설, 아름다운 꽃을 보면서 재미있기도 하고 슬프기도 한 루드베키아이다.

IMG_E8612[1].JPG 제방에 가득 꽃을 피운 루드베키아

자전거를 타고 나선 아침 길, 제방 건너편에 노란 꽃으로 가득하다. 아직도 금계국이 남아 있나 해서 달려 간 제방, 노란 루드베키아가 바람에 하늘거린다. 앉아서도 보고, 서서도 보면서 신나는 아침나절을 보냈다. 무심한 듯한 제방길, 사람도 많이 찾지 않는 곳이다. 외진 곳이라 사람의 발길도 뜸한 곳인데, 누가 꽃을 심어 놓았을까? 한없이 감사한 자전거 길이다. 그것도 한없이 노랑으로 치장한 정열적인 꽃을. 먼 길을 돌아 제방으로 다가 선 길이었다. 수없이 많은 루드베키아가 제방길을 환하게 비추어 주고 있었다.


루드베키아는 줄기와 잎에 작은 털이 있는 여러해살이 풀이다. 꽃의 색깔과 질감이 인디언 추장 모자 같다 하여 '인디언 국화'라고도 하는 사연 많은 꽃이다. 한 해 심어 놓으면 다음 해에도 꽃을 피워준다.뒤 뜰에 꽃을 피운 진노랑 루드베키아가 밝은 웃음을 찾게 해 놓았다. 뒤쪽으로 크게 자란 벚나무가 지켜주고, 아래쪽으로는 하얀 도라지가 꽃을 피워 빛내주고 있다. 화사해진 루드베키아가 화려한 꽃이 지면 옹골찬 씨앗을 맺게 될 것이다. 올해 자리를 넓혀 놓았으니 내년에는 널따란 언덕에서 화사한 꽃으로 무더운 여름을 밝게 빛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노란 루드베키아가 여름을 한층 아름답게 해주는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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