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감자가 꽃을 피웠다. 돼지감자 꽃)
텃밭 언덕에 이름 모를 식물 키가 부쩍 커졌다. 다닥다닥 붙어 있는데 무엇인지 이름을 알 수는 없다. 제법 굵직한 줄기를 한 것이 언덕을 가득 메우고 있는 것이다. 지난여름엔 해바라기와 비슷한 노란 꽃을 피웠는데, 올해 들어 언덕을 가득 메우도록 가족을 늘려 놓았다. 순식간에 그렇게 번식할 수 있을까를 의심할 정도였다. 널따란 잎을 자랑하던 꺽다리 풀이 어느새 꽃을 피운 것이다. 노란빛을 띠고 있는 꽃은 하늘을 바라보며 보란 듯이 거드름을 피우고 있다. 무슨 꽃인데 저렇게도 거만스러울까?
대단한 번식력을 자랑하는 이름 모를 꺽다리 꽃, 세인들의 관심에서 벗어나 있던 '돼지감자'였다. 한 무더기가 피어 있기도 하고, 드문드문 떨어져 살아가기도 한다. 언덕이든 평지이든 가리지 않고 무리를 지어 살아간다. 어느 누구도 관심 없는 외딴 언덕 위에서도 보란 듯이 꽃을 피우며 살아간다. 바라보지 않으면 혼자라도 살아간다라는 거만한 모습으로 살아간다. 어느새 한 무더기의 무리를 이루어 누구도 다가갈 수 없는 무리가 되었다. 자전거를 타고 지나는 길에 한 무더기의 돼지감자를 만났다. 거대한 무리를 지어 세를 불려 놓았다. 지난해 생각이 퍼뜩 떠 올랐다.
근처에 살고 계신 누님 댁에 들렀다. 가끔 찾아가면 이것저것을 챙겨주시는 고마운 누님이시다. 밭 언덕에 자라나던 돼지감자를 캐서 깍두기를 담았단다. 커다란 통에 담아 내미는 것이 아닌가? 이 귀한 것을 주느냐는 말에 많이 담갔으니 먹으라는 것이다. 아삭아삭하기도 하고, 성인병에도 효과가 있어 일부러 담았다는 누님의 설명이다. 오래전에는 시골 곳곳에서 우두커니 자라던 돼지감자로 만든 깍두기였다. 누구도 거들떠보지도 않던 천덕꾸러기였다. 돌보지 않아도 성큼성큼 자라 밭을 마음껏 차지하기 때문이다.
돼지감자, 이름부터 심상치 않다. 왜 하필이면 돼지감자일까? 북아메리카가 원산지로 국화과의 식물이다. 돼지감자라고 하지만 감자와는 전혀 다른 종류이다. 맛이 없어 돼지나 먹는 감자라 하여 돼지감자라 했다고도 하고, 생김새가 돼지코를 닮아 돼지감자라 했다고도 하는 식물이다. 그럴듯한 별명 '뚱딴지'도 있다. 예쁜 꽃과는 어울리지 않는 울퉁불퉁하고 엉뚱해 보이는 모양이어서 그랬단다. 또 한 가지는 번식력이 대단해 이곳저곳에서 뚱딴지처럼 자란다고 해서 뚱딴지라고 했다 하는 식물이다.
영어 이름은 '예루살렘 아티초크'라고 하는 특별한 이름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원산지가 예루살렘도 아니고 아티초크도 아니란다. 아티초크 냄새가 난다고 하여 이탈리아에서는 해바라기 아티초크(girasole articiocco)라 했던 것이 변해 예루살렘 아티초크로 와전되었다고 한다. 그 밖에도 미국 감자, 국화 감자 등 많은 이름으로 불린다. 대부분의 식물은 그럴듯한 이유와 사연을 품은 이름을 얻는다. 꽃은 해바라기와 같이 아름답지만 생김새는 그렇지 못하다. 하지만 깊이 품고 있는 성분만은 무시할 수 없는 '니눌린'이라는 영양소가 대단하다고 한다. 겉모습만 보고 평가하고 있음에 반항이라도 하듯이 대단함을 보여주고 있다.
당뇨병에 효과가 있다는 이야기가 퍼지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한 돼지감자는 콜레스테롤 개선과 배변활동, 식후 혈당 상승 억제 등에 효과적인 '이눌린'이 풍부한 식재료로 알려져 있다. 생으로 먹으면 아삭아삭하고 시원한 맛이 난다. 세인들의 관심을 받게 된 이유이다. 시골길을 가다 보면 곳곳에서 무리 지어 살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누구도 바라보지 않고 외면하지만 어느 곳이든지 끄떡없이 살아가고 있다. 무시하거나 외면한다고 해서 절대로 기가 죽지 않는 돼지감자이다. 외면하는 사람들을 유혹하듯이 아름다운 꽃을 피우면서 내심으로는 인간에게 유익한 영양소를 품고 있는 돼지감자이다.
한 무리의 돼지감자가 푸르름을 자랑하고 있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수북하게 자라고 있다. 커다란 줄기는 마치 해바라기 줄기를 연상케 한다. 꽃이 피면 마치 해바라기처럼 노랗게 피어 아름답다. 하지만 해바라기 꽃과는 다른 모양이다. 길쭉한 꽃잎이 아름다움에 거만스럽고, 오가는 바람에도 끄떡없이 살아가고 있다. 마치, 모양만 보고 평가하지 말라하며 돼지감자의 오기를 노란 꽃으로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한 무리의 돼지감자가 노란 꽃으로 단장을 하고 파란 하늘 아래 하늘거린다.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아름다움에 머리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여름이 깊어 갈수록 넘치는 번식력으로 곳곳에 자리 잡은 돼지감자가 노란 꽃을 피워 여름을 노래하고 있다. 거만함을 무시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