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협죽초, 작은 화단을 빛내 주고 있었다.

(협죽초를 만나다, 협죽초)

by 바람마냥

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어느 점심 나절, 아내와 더위도 식힐 겸 점심을 먹으러 길을 나섰다. 가끔 자전거를 타고 지나는 시골길에 식당 표시가 있는 곳이다. 자그마한 시골길, 사람도 많지 않은 곳이라 설마 식당이 있을까 의심할 정도로 외진 곳이다. 어떤 식당이 이런 곳에 있을까? 무슨 맛을 주는 집일까? 더위에 지친 몸을 달래려 찾아가는 길이었다. 커다란 느티나무 밑을 지나 작은 동네에는 맑은 물이 흐른다. 좁은 길을 타고 오른 길, 갑자기 포장도로가 끝이 났다. 어, 길이 끊어졌는데 하는 순간, 출입문에 식당이라는 표시가 되어있는 것이 아닌가?


자그마한 마당이 있고 식당 둘레는 산으로 둘러 싸여 있다. 하늘만 보인다. 마당엔 자갈이 깔려 있고 마당 둘레에는 작은 화단이 만들어져 있다. 식당으로 들어가다 화단을 보니 각종 꽃이 가득 피었다. 크게는 나리꽃이 그윽한 우아함을 자랑하고 있고, 껑충한 접시꽃이 식당을 지키고 있다. 넙적한 붉은 꽃잎은 접시를 닮았고, 나리꽃의 연한 노랑빛은 눈을 의심케 할 정도로 예쁘다. 그리고 곁에는 이름 모를 꽃이 피어 있는 것이 아닌가? 분홍빛을 물들인 아름다운 꽃이다. 다복하게 피어있음이 더운 여름날을 빛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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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복한 모습으로 진한 분홍 빛깔 꽃을 피웠다. 여러 군데 꽃이 피어있는 모습에 주인에게 꽃 이름을 물었다. 꽃은 좋아하지만 꽃 이름은 모른단다. 접시꽃과 나리꽃은 알고 있지만 그 꽃은 이름을 알 수 없단다. 식사를 하고 나오던 길에 사진을 찍었다. 사진으로 검색해보니 '풀 협죽도'라는 것이다. 풀 협죽도라고도 하고, 플록스 또는 협죽초라는 이름을 가진 꽃이었다. 협죽도라는 이름은 들어 봤지만 풀 협죽도는 들어 보지 못했다. 협죽도와 풀 협죽도, 모양이 같은 것이겠거니 생각을 하게 하는 이름이다.


협죽도, 주로 남부지방에서 만났던 꽃이었다. 제주도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나무인데 꽃은 복숭아꽃을 닮았고, 잎은 대나무를 닮았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협죽도에서 죽(竹)은 대나무를 뜻하고 도(桃)는 복숭아를 뜻하겠는데, 그러면 협(夾)은 무슨 의미일까? 협(夾)의 여러 가지 뜻도 있지만 '섞이다'라는 뜻도 있으니 복숭아와 대나무가 섞였다는 뜻이 아닐까? 중국에서 사용하던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인데, 버드나무 잎과 비슷해 유도화(柳桃花)라는 이름이 더 어울리는 듯도 하다.


6월부터 늦가을까지 피는 협죽도는 보기와는 다르게 독성이 있는 나무란다. 푸른 대나무 형상은 군자를 닮았고, 꽃은 붉은 복사꽃 같다 하였지만 줄기나 잎에 독성이 있고, 꽃가루가 눈에 들어가면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나무로 주의해야 하는 꽃이란다. 꽃말이 '방심은 금물'이라 하니 독성이 있음을 나타낸 것이 아닌가도 생각하게 한다. 붉은색이 대부분이지만 분홍과 연한 황색 등 다양한 꽃으로 이국적인 정취를 주는 꽃이 협죽도이다.

IMG_8455[1].JPG 고운 빛깔의 나리꽃

아내와 함께 찾은 식당의 화단에서 만난 꽃은 풀 협죽도였다. 협죽초라고도 하는 풀 협죽도는 협죽도와 달리 독성이 없으며, 남부지방에서 자라는 협죽도를 닮았다 하여 풀 협죽도라 하는 것인데, 꽃고비과의 여러해살이 풀이다. 독일에서는 화염 꽃이라 하고, 속명인 플록스(Phlox)는 그리스어의 '불꽃'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작은 꽃송이가 모여 다복한 모양으로 피어나는 풀 협죽도는 여름을 장식하는 꽃 중에 하나로, 다양한 색깔을 가진 꽃잔디를 닮은 꽃이었다.


소박한 주인댁은 꽃 이름에는 관심 없이 꽃을 좋아하는 여인이었다. 하지만 조용하고 외진 식당에서 만난 작은 화단은 화려했다. 화단엔 화려한 색상을 자랑하는 고고한 나리꽃이 있고, 커다란 키에 접시를 달고 화단을 지켜주는 접시꽃이 있다. 군데군데엔 붉은 빛의 봉숭아가 감추어졌던 추억을 불러내 주고, 작은 채송화가 자리 잡고 있다. 거기에 다복하게 핀 풀 협죽도가 여름을 빛내주고 있다. 저마다의 색깔로 어우러진 화단이 푸르름 속에 숨어 있는 식당을 지키며 여름날을 함께 하고 있다.


분홍빛 협죽초가 화려하게 빛을 내고 있지만, 작은 화단에는 협죽초를 빛나게 해주는 많은 꽃들이 있었다. 작은 돌 틈 가까이엔 채송화가 낮은 자세로, 고고한 나리꽃이 그 위에서 바라보고 있다. 곳곳에 봉숭아가 붉은빛을 발하고 있고, 멀찌감치 접시꽃이 화단의 어울림을 도와주고 있다. 오롯이 협죽초만 있었다만 허전하고도 어울리지 않았을 화단, 거기엔 주연인 듯, 조연인 듯 어우러지는 꽃들이 있었다. 이름 모를 시골 식당에서 만난 화단은 화려하진 않았지만 함께 빛나는 꽃들이 있었다. 함께 빛나는 작은 화단은 산으로 둘러싸인 시골집을 화려하게 빛내주고 있었다. 거기엔 협죽초와 함께 어울려주는 꽃들이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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