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줄 이야기, 뜰에서 만난 거미줄)
시원한 아침 바람이 산을 넘어왔다. 하지만 나무로 가득한 앞산은 안개를 뒤집어쓰고 있다. 창문을 열자 시원한 바람과 함께 보이는 것은 하얀 거미줄이다. 창문 밖에도 거미줄이 보인다. 거미줄에 방울방울 아침 이슬이 내려앉았다. 거미가 아침부터 아름다운 시골 풍경을 만들어 준다. 현관문을 열고 나가도 거미줄이다. 다양한 크기로 거미줄을 만들어 모양도 제각각이다. 집을 둘러보러 잔디밭으로 내려가도 곳곳에 거미줄로 가득하다. 잔디밭에도, 화단의 나무에도 하얀 거미줄이 있다. 밤새 부지런이 설치 해 놓았는가 보다. 아침 공기가 시원해 자전거를 타기로 했다. 자전거를 타고 시골길로 접어들자, 곳곳에 농작물이 그득해졌다.
엊그제 심은 것 같은 논 자락엔 어느새 검푸름이 찾아왔다. 수북하게 자란 검푸름은 논바닥을 충분히 덮고도 남았다. 논두렁을 걷는 농부의 마음이 흐뭇하리라는 생각이다. 멀리는 아침 먹거리를 찾아 새들이 날아다닌다. 모두가 바쁘게 살아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슬이 내린 논, 어느새 몸집을 불린 벼 위에 하얀 이슬방울이 맺혀있다. 눈에 띄는 것은 하얀 거미줄이다. 곳곳엔 밤새 거미가 만들어 놓은 거미줄에도 이슬이 하얗게 내려앉은 것이다. 작은 바람에 흔들림이 아름답기만 하다.
어떻게 저렇게도 예쁜 거미줄을 만들어 놓았을까? 거미에게는 삶의 전부로 작은 곳은 작은대로, 커다란 것은 커다란 대로 멋을 부렸다. 거미줄에 하얀 이슬이 앉아 아름다움을 빛내 주고 있다. 여기저기에 장렬한 예술품들이 진열되어 있다. 어디에 숨어 있는지 작가(?)는 보이지 않는다. 웅크리고 숨어 아침 식사를 기다리고 있는가 보다. 누구한테 들키면 굶어야 하기에 몸을 최대한 낮추고 있으리라.
설치 예술가 거미, 거미 목(目)에 속하는 절지동물의 총칭으로 한자로는 지주(蜘蛛)라 하였다. 지(蜘)와 주(蛛)는 모두 거미를 뜻하는 것으로 주모(蛛蝥)·줄 무(䖦蟱)·체모(蝃蝥)등으로도 불리며 우리말로는 거믜, 거 뮈로도 불렸던 동물이다. 몸길이도 작은 것에서 큰 것까지 있을 정도로 다양하며, 배에 달린 방적 돌기에서 나온 거미줄로 곤충을 잡아먹고 살아간다. 거미가 그물을 치는 일은 생업을 이어가는 수단이다. 곳곳에 쳐 놓은 거미줄은 거미의 생업이니 거미줄을 제거하는 일은 거미의 삶을 어렵게 하는 것이다.
거미는 기분 나쁜 동물로도 보기도 하지만, 파리나 모기 등을 잡아먹는 천적으로 인간에게 많은 도움을 주고 있는 동물이다. 거미에 관한 많은 속담들이 있는 것을 보면 거미는 인간의 삶과 여러모로 관련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거미는 작아도 줄만 잘 친다', '거미도 줄을 처야 벌레를 잡는다'도 있지만, 우리의 삶을 되뇌는 말도 있다. '산 입에 거미줄 치랴'라는 말로 삶을 위로하기도 하고, '거미줄에 목맨다'는 말로 쓸데없는 일을 나무라기도 한다. 거미줄은 어떻게 만들어 질까? 늘 궁금한 일이기도 하다.
거미는 체내에 다양한 단백질을 점액 상태로 저장해 놓는다. 거미줄이 필요할 때 분자를 결합시켜 방적 돌기를 통해 분사하는데, 액체상태의 실이 기다란 관을 통해 나오면서 아주 강하고 질긴 실로 변한다고 한다. 거미의 몸속에서 만들어지는 다양한 단백질로 신축성과 견고함을 유지하는 거미줄을 만들 수 있다고 한다. 거미줄 모양도 다양하니 신기한 자연의 조화이다. 거미줄은 환경에 따라 다양한 모양임을 알 수 있다. 거미의 신비한 기술이 돋보이는 거미줄이다. 거미는 어떻게 거미줄을 칠까?
거미는 나무나 풀 위에 올라 줄을 치기 좋은 장소로 뛰어내려 테두리를 두르고, 그 안에 자전거 바큇살 모양의 살을 만든단다. 틀이 만들어지면 중심으로부터 같은 간격으로 뱅글뱅글 돌면서 나선 모양으로 거미줄을 친다고 한다. 거미는 거미줄을 마음대로 오가도 거미줄에 붙지 않을까? 거미줄에는 끈끈한 거미줄과 건조한 거미줄이 있다고 한다. 건조한 거미줄은 이동하거나 휴식을 취할 때 사용하고, 끈끈한 거미줄은 곤충이 달라붙는 곳에 사용한다고 한다. 건조한 거미줄은 자전거 바큇살처럼 방사선 모양의 세로줄에, 곤충이 달라붙는 끈끈한 거미줄은 동심원상의 가로줄에 사용한다고 한다. 신기한 자연의 조화에 감탄을 할 수밖에 없다.
자전거를 타고 가는 제방 위 각종 나무에도 하얀 거미줄이 가득하다. 하얀 줄에 맑은 이슬이 내렸고 떠오르는 햇살과 마주했다. 영롱하게 빛나는 이슬이 거미줄에 맺혀있다. 크고 작은 거미줄이 그럴듯한 조합을 이루고 있다. 곳곳의 나무 상하에 무수히 달려 있는 거미줄은 설치미술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힘겹게 달려가는 자전거 길이라도 페달을 멈추어야 한다. 수없이 만들어진 거미의 예술품(?)을 외면할 수 없기 때문이다. 화려한 설치물에 이슬까지 내려 찾아온 햇살에 빛나고 있다. 자연의 설치 예술가 거미의 환상적인 작품에 오늘도 자전거길은 행복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