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녀의 꽃밭

(손녀의 화단이 주는 기쁨, 쿠바에서 만나 바다)

by 바람마냥

얼마 전에 마련한 시골집엔 자그마한 손녀의 꽃밭이 있다. 대문을 들어서자마자 볼 수 있는 손녀의 꽃밭은 시골집을 마련하고, 손녀에게 무기한으로 무상 대여(?) 해준 꽃밭이다. 손녀가 먼 수원에서 꽃을 사다 심고, 시골집에 올 때마다 조그마한 물뿌리개에 물을 담아 꽃이 질리도록 주곤 하는 꽃밭이다. 앙증스러운 꽃을 사다 심어 아름다운 정원을 만들어 지나는 사람마다 궁금해하는 정원은 어느 것보다도 정성을 쏟는 곳이다.


가끔 내려오는 손녀가 텅 빈 꽃밭을 보며 실망하면 어쩔까 하는 생각에 언제나 물을 주고, 꽃을 사다 심는 수고도 아끼지 않는 곳이다. 첫해엔, 꽃을 심고 나자 봄추위가 찾아와 모두를 깜짝 놀라게 만들기도 했다. 꽃을 심고 나자 찬바람이 불고 하얀 눈발이 날리는 것이 아닌가? 부랴부랴 비닐을 준비하고 활 모양의 나무를 구해 자그마한 비닐하우스를 만들어야만 했으니 말이다. 저녁이면 비닐하우스의 비닐을 덮고, 햇살이 비치는 아침엔 비닐을 벗기면서 꽃을 보호해야만 했다.


이렇게 가꾸어진 꽃밭에는 작은 수선화가 꽃을 피우고, 돌단풍이 푸르른 잎을 앞세워 하얀 꽃을 피웠다. 어느새 자리했는지 꺽다리 홍접초와 백접초가 바람에 휘날리며 아름다움을 과시하기도 했다. 이렇게 아름다웠던 꽃밭이 겨울이 되고 눈이 내리면서 휑한 꽃밭이 되었고, 봄이 오면서 자그마한 꽃들이 움트기 시작했다. 겨울을 이기지 못한 꽃들은 어느새 자취를 감췄지만, 돌단풍이 하얀 꽃을 피웠고 수선화가 노란 꽃을 피워 봄이 왔음을 알려주고 있다. 그 옆엔 달맞이꽃을 비롯해 이름 모를 꽃들이 순을 내밀고 있지만, 아직도 허전함을 지울 수 없어 꽃밭을 화려하게 장식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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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함께 꽃을 파는 시장에 들러 꽃도 사고, 필요한 물품도 사러 시장에 들렀다. 사는 동네 근처엔 면 단위의 자그마한 5일장이 선다. 시장은 코로나 19로 인해 규모가 더 작아지고, 사람의 발길이 뜸해 한적함마저 주어 장날인가 싶을 정도로 한산하다. 하지만 길가에 자리하고 꽃을 파는 아저씨는 코로나 19와는 상관이 없다는 듯이 많은 손님을 맞이하고 있다. 시골에 서는 장이지만 꽃을 사는 사람들이 많아 얼마를 기다려 꽃을 사야만 했다. 중년의 무뚝뚝해 보이는 아저씨는 꽃에 관해서 만큼은 많은 것을 알고 있는 듯이 여기저기에서 물으면 묻는 대로 꽃에 관해 설명을 하는데, 어떻게 어디서 길러야 하는지와 꽃은 어떻게 피는지를 상세하게 설명을 해 준다. 시골이지만 많은 꽃을 사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봄이 성큼 다가왔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산골에 위치한 시골집은 해발 300m 정도에 위치해 다른 곳보다는 조금 서늘하다. 여름에도 냉방시설이 없어도 될 정도의 위치라 추위에 강한 꽃을 심어야 한다. 생각 끝에 선택한 꽃은 패랭이꽃의 종류인데, 내가 알고 있는 패랭이꽃 모양 말고도 많은 종류의 패랭이꽃이 있었다. 화단에 수선화와 돌단풍이 꽃을 피웠고, 얼마 있으면 튤립이 꽃을 피우고 소박한 패랭이와 화려한 패랭이꽃이 피면 화단은 꽃으로 그득해질 것이다.


패랭이꽃과 튤립을 사들고 와 꽃밭을 정리하기로 했다. 아내는 어느새 백일홍 씨를 꽃밭 가장자리에 뿌려놓았고, 여기에 패랭이꽃을 심어 꽃밭은 어느새 부자가 되었다. 하지만 주인도 모르게 씨가 날아와 안착한 달맞이꽃은 어느새 자라나 여러 포기가 꽃밭을 점령하고 말았다. 달맞이꽃은 산언덕에 의젓하게 자라나 꽃을 피워야 제격인 듯싶어 집 앞 언덕으로 옮기기로 했다. 달맞이꽃을 옮기고 나자 꽃밭은 조금 허전했지만, 아직도 대지를 뚫고 싹을 틔우는 꽃들이 여전히 용트림을 하고 있어 걱정이 없다.


정성스레 물을 주고 가꾸면 올해도 손녀의 꽃밭은 여러 가지 꽃으로 화려하게 장식이 될 듯하니, 가끔 찾는 손녀가 작은 손으로 물을 주어도 충분하리라는 생각이다. 날씨가 조금 더 풀리면 바람 따라 일렁이는 홍접초와 백접초로 꽃밭의 조화를 이루어 주고, 위에서는 감나무가 잎을 피워 꽃밭을 감싸면서 돌보리라. 아래엔 노란 수선화와 튤립이 조화를 이루면, 다양한 색깔의 패랭이꽃이 아름다운 꽃밭을 장식하며 시골집은 한층 풍성한 여름을 맞이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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