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의 반이 지나는 시점, 수채화 전시회를 한다.

(수채화 전시회, 동해의 파도가 주는 환희의 소리)

by 바람마냥

새해의 시작과 함께 하는 일 년은 늘 새롭기만 하다. 무엇을 하면 올해도 행복하게 보낼 수 있을까? 새로움을 취함도 괜찮은 듯하지만, 늘 하던 일을 충실하고 싶었다. 여행을 갈 수도 없는 일이니 그림을 그리고, 색소폰 연주를 하며 가끔 운동이나 열심히 해야겠다는 계획이었다. 연초부터 화실에 열심히 드나들며, 색소폰 동호회를 빈틈없이 기획해야 했다. 코로나 등살에 쉬이 드나들 수 없는 곳이기에 늘 조심스럽기만 했다. 여러 곳에서 삶을 지탱하고 있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 화실이고 색소폰 동호회실이다. 화실에는 몸만 가면 되지만, 색소폰은 동호회 일을 맡고 있기에 쉽지 않다. 회원들을 살피며 동호회를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IMG_E1615[1].JPG 파도의 춤(수채화)

쉼 없이 살아온 올해도 벌써 반이 지나가고 있다. 아직도 반이 남아 있으니 알차게 채워가려 하지만 늘 마음대로 되는 것은 아니다. 우선은 수채화를 열심히 그려야겠고, 연말 색소폰 연주회 준비를 해야 한다. 아내와 전국을 돌며 수채화 소재를 발굴하러 헤맨다. 소재를 찾아가다 맛있는 먹거리도 찾아가는 것은 살아가는 재미이기도 하다. 수채화는 공모전 준비를 해야 하고 또, 전국 미술대전에 출품작을 준비해야 한다. 수채화 동호회원들과 전시회 준비를 해야 했다. 전시회 준비와 공모전 준비는 준비가 끝났으나 국전 출품작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수채화에 전시회와 공모전에 열중인 이유는 뭘까?


그림에 소질도, 취미도 없는 사람이다. 머리에는 직각과 직선만을 고집하며 살았던 삶이었다. 굽힘과 곡선의 미를 알기엔 언제나 부족한 감성의 소유자였다. 윗사람과 어울리지 못하고 타협이 불가능한 사람이 그림을 그리려 한단다. 오래전에 만났던 지인이 깜짝 놀란다. 수채화를 하면서 가끔 동호회원들과 전시회를 한다는 소식을 들었단다. 수채화가 그려지느냐는 얼굴빛이다. 타협이 불가능한 고집불통이 수채화에 집착하게 된 이유다. 지난해 수채화 공모전에 입상하여 거금(?)을 받은 기억도 있다. 작은 상금에 적자를 봤지만 가족들에게 선심을 쓰고, 지인들한테 자랑삼아 술을 살 수 있었다. 서서히 올해의 반이 지나가고 있는 시점이다. 수채화 동호회원과 수채화 전시회가 열리는 달이다.

IMG_9114.JPG 가을의 색깔(수채화)

일 년간 전시회를 위해 작품을 준비하고 전시장을 물색했다. 중소도시이다 보니 전시 공간도 넉넉하지 않다. 여러 곳을 찾아다니며 물색한 공간에 두세 점씩을 전시하기로 했다. 6월 말부터 일주일 정도로 전시기간을 잡고 있다. 처음에 만났던 전시회, 전시회에 그림이 걸리면서 마음이 설레었다. 수채화를 접해보지도 못했고 소질도 없는 사람이 전시회를 한단다. 입구에는 출품작가 속에 이름이 적혀있다. 내가 작가라니, 커다란 현수막을 제작하여 전시장 입구에 걸었고 내부엔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왠지 유명 작가가 된 기분에 마음마저 설렌다. 일주일 동안 친구들이 찾아오고, 친지들이 꽃다발을 안고 찾아온다.


올해도 어김없이 전시회를 개최한다. 두 작품 이상을 전시하게 되는데, 50호 두 작품을 전시하기로 했다. 동해에서 야심 차게 흔들리는 파도를 그린 작품이다. 바위에 부딪치는 싱그러운 파도와 바다가 이루는 물결을 표현한 작품이다. 살아 움직이는 바다를 그리려 했지만 어떻게 보일지 궁금하기만 하다. 또 한 작품은 가을 전경을 그린 작품이다. 지난해 지리산 계곡에 가을이 찾아온 풍경이다. 두 작품을 완성하는데 거의 4달 정도가 소요되었으니, 두 달씩 심혈을 기울인 작품이다. 올해의 반이 넘어가는 시점에 커다란 산을 하나쯤 넘어가고 있다. 다시 남은 커다란 두 산이 남아 있다. 우선은 대한민국 미술대전이 남아 있다.

IMG_1920[1].JPG 아내 작품과 나란히

7월 초에 열리는 대한민국 미술대전 구상 부문이다. 80호로 동해의 출렁이는 파도를 그리고 있다. 햇살에 따라 보임이 다르고, 물결에 따라 색깔이 다르다. 보기에 따라 갖가지 형상으로 보이는 파도를 실감 나게 표현하려고 했다. 심사원들에게 얼마만큼 인정받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열과 성을 다해 준비하고 있다.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더라도 아직은 할 수 있다는 생각이 있어 다행인 듯싶다. 무엇이든지 해보고 후회를 하는 것이 하지 않고 후회하는 것보단 낫다는 생각에서다. 생각을 하고 고민을 하며 세월을 알차게 보내고 싶다는 마음이 앞서는, 한 해의 반이 가고 있는 여름날이다. 전국 미술대전이 어떤 결과이든지 상관없다. 그림에 무관했던 사람이 도전해 봤다는 것이 훨씬 의미가 있지 않을까?


전국 미술대전이 끝이 나면 또 다른 도전이 남아있다. 음악과 상관없는 사람의 또 다른 색소폰 연주회다. 색소폰 연말 연주회를 준비해야 한다. 20여 명의 많은 사람과 어울려야 하는 연주회, 가끔은 다툼이 왜 없겠는가? 하지만 누군가는 주도해야 하는 일, 서둘러 연주회를 준비해야 하는 이유다. 연주회장과 연주곡을 기획하고 동호회원들의 연습을 독려해야 한다. 전체 합주곡이 완성되면 개인곡과 듀엣과 트리오 곡을 완성해야 한다. 기획과 연주 그리고 사회까지 봐가면서 연주회를 준비해야 한다. 생각만 해도 고민이 되지만 이루고 난 후의 뿌듯함 때문에 올해도 기쁘게 한 해를 마무리하고 싶다. 한 해의 반이 지나가는 시점에 늙어가는 청춘의 색다르고도 무모한 도전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