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위, 바위, 보'도 삼 세 번은 한다는데!

(수채화를 하면서, 동해에서 만난 파도)

by 바람마냥

수채화는 알지도 못했고 취미도 없는 사람이다. 소질이라곤 더 없는 사람이 수채화를 한다고 무모한 도전을 한 지 꽤 시간이 흘렀다. 여러 공모전도 응모해보고, 회원들과 함께한 전시회에 여러 번 작품을 걸기도 했다. 취미도 없고, 소질도 없는 사람이 이만큼 해 봤으면 되지 않았을까? 수채화 전시회라는 상상 하지도 못했던 것을 해 봤으니 말이다. 여러 번 전시회를 하면서 가져왔던 생각이었다. 분야마다 특성과 관습은 조금 피로했고 적응하기도 힘겨웠다. 어떻게 할까? 오랜 고민 끝에, 이왕 시작했으니 끝을 보자는 것이었다. 나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한 삶의 철학이기도 했다.


수채화라는 도전에 또 하나의 무모한 도전을 시작한 것은 몇 해 전이었다. 감히 생각할 수도 없었던 전국 미술대전에 응모하는 것이었다. 어떻게 할까? 이왕 시작했으니 한번 도전해 볼까? 한참을 망설이다 용기를 내서 전국 미술대전에 응모했었다. 60호의 작품을 정성껏 그려 응모했으나 입선이 될 리가 없었다. 시작한 지도 얼마 되지 않은 초보가 전국 미술대전에 응모한다는 것은 가당치도 않은 일이었다. 소질도 능력도 모자라기에 그러려니 했던 공모전이었다. 후회 없이 화실을 드나들며 다시, 나와의 기나긴 싸움을 했다.

IMG_6800[1].JPG 첫 번째 전국미술대전 공모작(60F)

그럭저럭 세월이 흘렀고 몇 년이 지났다. 가끔 지방에서 열리는 공모전에 입상도 하고, 매년 전시회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소소한 재미도 있었고, 보기에도 괜찮다는 반응에 꾸준히 화실을 드나들게 된 것이다. 우연한 기회에 도전의 명분이 다시 찾아왔다. 수채화를 같이 하는 동호회원들이 자주 응모하는 전국 응모전이 있었다. 지도 선생님이 한 번 출품해 보라는 말에 선뜻 응하고 말았다. 초보자가 전국대회에 입상할 수가 있으랴? 역시 쉬운 것이 없음을 확인하고 몇 년이 흘렀다. 정신을 가다듬고 열심히 화실을 드나들었다. 나와의 약속을 지키고 싶어서였다.


지난해에 다시 무모한 도전을 해 볼 계기가 있었다. 아마추어 미술계에서 제법 이름이 있는 공모전이다. 언젠가 응모하여 보기 좋게 외면당한 공모전이었다. 다시 재도전한다는 생각으로 응모한 공모전에 생각지도 못했던 장려상을 받은 것이다. 주변에서 더 떠들썩한 것이 아닌가? 장려상이라는 타이틀보다도 거금 100만 원의 상금을 받은 것이다. 전국대회에서 상을 받고 부상까지. 움츠렸던 간이 점점 커지더니 전국 미술대전이라는 말에 반응하기 시작했다. 선생님의 말에 귀가 솔깃하게 들린다. 어떻게 할까? 여러 날 망설이다 아내와 상의 끝에 한번 해 보기로 했다. 첫 번째 도전이 60호였으니 이번에 80호로 도전해 보기로 했다.

IMG_E1989[1].JPG 22년 두 번째 전국미술대전 응모작(80F)

동해로 소재를 찾아 나섰고 스케치에 나섰다. 80호의 크기, 생전 처음 접해보는 크기다. 가로 145.5cm 길이에 세로 112.0cm다. 사진을 놓고 스케치를 하려니 엄두가 나지 않는다. 며칠을 망설이다 시작한 스케치부터 허덕거렸다. 어떻게 할까? 이젠, 그만둘 수도 없는 것이었다. 3일간의 기나긴 스케치를 끝내고 화실로 옮겨 그리기 시작했다. 참, 난감한 그림이었다. 선생님께 묻고 또 물으며 그리기를 4개월이 지났다. 파도를 그리고 물결을 따라 색을 입혔다. 바람에 따라 일어나는 물결과 물방울이 달라야 했다. 햇살의 방향에 따라 모든 것이 변하고 변화무쌍해져 갔다. 장장 4개월의 기간이 지나면서 파도가 넘실거린다.


거의 그림이 완성되면서 모양이 잡혀 나갔다. 파도가 금방이라도 밀려올 듯했다. 우렁찬 파도 소리가 귓전에 맴도는 듯했다. 쏟아지는 햇살에 따라 물방울이 튀어 오른다. 그림자에 따라 모양이 변하고 깊이가 달라진다. 눈길이 모아지도록 초점으로 시선을 끌어 모아야 했다. 색의 조화가 만들어 내는 수채화의 묘미였다. 오랜 시간의 정성과 노력으로 만들어진 수채화다. 전국대회가 임박하여 표구를 하고 전국대회에 응모하기 위해 작품을 제출했다. 평소대로 화실을 드나들었지만 나름대로는 긴장되고 초초한 기간이었다. 무던히도 참아냈던 세월이 지나고 참, 어려운 작업이 끝난 것이다.

IMG_E5120.JPG 물에 내린 여름날(수채화 50F)

마음은 입선이라도 되었으면 하는 간절함이었다. 몇 달간의 노력과 고충을 조금이라도 보상을 받고 싶어서였다. 쉬운 일이 아님은 익히 알고 있지만 모든 이의 욕심이리라. 작품 응모를 하고 이틀이 지나 입상자 발표가 있었다. 역시, 전국대회이니 어렵다는 것을 실감한 발표 결과였다. 지도해준 선생님한테 면목이 없었지만 자신한테도 조금은 화가 났다. 그림을 많이 그려본 사람은 아니지만 그간의 노력이 허탈해서였다. 며칠 동안 그림을 그리지 않고 마음을 잡지 못했다. 어떻게 해야 할까? 수채화를 계속해야 할까? 아니면 집어치울까? 아내와 함께 고민을 하면서 아직도 결정하지 못한 수채화다.


이왕에 시작한걸, 두 번의 낙선에도 삼세번은 해봐야지 않을까? 한 번은 아쉽고 두 번은 화가 나니, 세 번을 해봐야지! '가위, 바위, 보'도 세 번은 한다는데, 그래도 아직 망설이고 있는 전국 미술대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