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삶을 살아가며, 뜰 앞에서 만난 풍경)
운동은 자전거를 타고 근육 단련을 하며 산행을 했다. 거기엔 친구들이 있어 즐거움이 있었다. 하지만 늘 친구들과 함께하는 삶만 있는 것 아니었다. 시간이 맞아야 했고, 장소가 맞아야 했다. 친구들과 어울림만으로는 은퇴 후의 삶을 살아가기엔 버거웠다. 제2의 삶, 언제나 외로움이 있었고 쓸쓸함이 있었다.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살아가기 바쁘던 시절, 남보다 뒤지는 것 같아 더 바쁘게 살았다. 무엇인가 하지 않으면 불안한 삶이 불편했다. 무엇인가를 했어야 했지만 은퇴 후에 삶에 커다란 보탬이 될 줄은 생각도 못했다. 삶을 이어가는데 중심 역할을 하고 있다. 어려웠던 시절, 생각하지도 못했던 일들이었다. 우선은 글을 쓰는 일이었다.
글하고는 소질도 취미도 없는 사람이 블로그를 개설했다. 30여 년간 국내는 물론 해외 배낭여행을 즐겼다. 바쁜 와중에도 어떻게 해서라도 돈과 시간을 마련했다. 블로그를 개설한 큰 이유는 기행문을 쓰는 일이었다. 20여 일간의 배낭여행 후 쓰는 기행문, 어디엔가는 남겨두고 싶었다. 그것이 바로 블로그였다. 20여 일 배낭여행을 하면 적어도 20여 페이지의 기행문을 남겼다. 수십 개국은 충분한 나라의 기행문, 지금도 잊지 못할 기행문이다. 기행문을 쓰기 위해 시작한 블로그는 삶의 모습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집안의 대소사가 기록되어 있고, 국내는 물론 국외의 여행 기록문이 남아 있다. 바쁜 시기를 제외하면 언제나 같이 있었던 블로그다.
제2의 삶은 외로움을 달랠 수 있는 것이 최선이었다. 우선은 글 쓰는 것을 멈추지 않았고, 음악이 하고 싶어 시작한 색소폰 연주가 있었다. 소질이 있는 것도 아니고 재정적인 풍요가 준 것도 아니다. 오로지 오래전 음악을 접해보지 못한 서러움을 풀기 위해 시작한 색소폰이다. 동호회를 만들어 회원을 모집하고 연주회를 한다. 일 년 내내 일주일에 한 번 만나 합주를 한다. 다시 연말엔 대 공연장을 대여해 음악회를 실시한다. 일 년에 하는 거대한 행사다. 가족 친지들을 초청해 연주회를 하고 식사를 대접한다. 일 년간의 고마움에 다소나마 보답하고자 하는 연주회다. 연주회를 벌써 10여 년이 지났으니 그간의 많은 사연을 안고 있는 연주회다. 20여 명에 가까운 회원이 있어 언제나 든든한 연주회다.
회원들과 함께하는 색소폰 연주, 전원주택을 마련하면서 집으로 옮겨 놓았다. 전원주택 지하 공간에 방음제를 붙이고 음향장비를 구비했다. 언제나 연주를 할 수 있는 연주회장이다. 가끔 찾아오는 손녀가 찾아 주고, 아내는 하모니카를 연주해 주는 우리 집 연주회장이다. 이층 서재에서도 연주가 가능하도록 준비를 해 놓았다. 옆에는 소프라노 색소폰이 비치되어 있어 언제나 연주가 가능한 서재로 변신했다. 오래전부터 아내와 함께 시작한 드럼을 구비하고 싶지만 아직은 망설이고 있다. 삶을 바쁘게 만들어주는 것은 색소폰 연주가 있으면 또 한 가지 수채화가 있다. 아내와 함께 하고 있는 수채화도 10여 년이 지났다.
미술에 대한 그리움이 불러준 수채화, 아내가 먼저 시작했다. 다시 아내를 따라 시작한 수채화다. 그림에 소질도 없고 취미도 없는 사람이다. 하나씩 그려나가는 그림이 좋아 끊임없이 화실을 드나든다. 각종 공모전에 출품하고 매년 동호회원들과 전시회를 한다. 가끔은 공모전에 입상도 하면서 상금도 받아보는 쾌감도 있는 수채화다. 언제나 화실에서만 할 수 있는 수채화가 불편했다. 할 수 없이 전원주택에 남아 있는 방에 작업실을 마련했다. 커다란 탁자를 마련하고 언제나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준비를 했다. 신이 나면 색소폰을 연주하고, 글을 쓰기도 하며 또 그림을 그리기도 한다. 수채화와 색소폰 연주, 여기에 빠질 수 없는 것이 브런치와의 만남이다.
블로그를 시작한 지 십수 년이 지났다. 간간히 글을 쓰고 기행문을 써온 블로그다.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을까? 늘 고심하던 일이었다. 우연히 알게 된 브런치, 글을 쓰는 마음가짐이 달라졌다. 잠시 블로그를 접고 시작한 브런치, 어설픈 글이지만 끊임없이 도전해보려 한다. 글을 쓰고 수없이 퇴고를 하여 글을 올린다. 다른 작가들의 글을 하루에 수십 편씩 읽는다. 모두가 대단한 작가들이라는 생각에 마음가짐이 달라지는 블로그다.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을까? 늘 부럽기만 한 작가들이다. 하나라도 더 읽으며 글 쓰는 방법을 배워나간다. 글을 잘 쓰려면 늘 책을 읽어야 하기에, 가끔 읽던 책이 책상에 항상 쌓여 있다. 읽을 책이 없으면 허전한 일상이 된 지 오래다. 하나라도 더 읽으면서 글을 쓰고자 하는 마음이다.
하나라도 더 읽으며 잘 쓰고 싶은 마음에 오늘도 책을 읽는다. 다시 글을 쓰고 브런치에 발행하며 다른 작가들의 글을 읽어 나간다. 아침 운동을 마치면 언제나 제일 먼저 하는 일이다. 다시 운동을 하고 자전거를 탄다. 시간이 되면 화실로 달려가고 색소폰 연주를 한다. 지금은 전원에서도 연주를 할 수 있고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이런 일들은 은퇴를 하고 만들어진 것들이 아니다. 늘 바쁘게 살아가면서 남에게 뒤지지 않도록 늘 해왔던 일들이다. 평소에 해 왔던 일들을 가정으로 끌어들인 것뿐이다. 갑자기 은퇴를 하고 서둘러했던 일들이었으면 벌써 싫증을 냈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평생을 해 온 일들을 체계적으로 하는 것뿐이다. 무엇이 그렇게도 바쁘고 시간이 없었는지 모른다. 지금은 가끔 생각해 보는 일이다.
나는 늙을 줄을 몰랐다. 노년 후에 살아가는 방법을 쉬이 생각해 보지 않았다. 다만 남들에게 뒤지는 삶을 살고 싶지 않음에 여행을 하고 운동을 했으며, 이것저것에 기웃거렸을 뿐이다. 은퇴를 하고 나니 이런 일들이 삶에 많은 도움이 되었음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가끔 글을 쓰고 책을 읽으며, 색소폰 연주와 그림을 그린다. 친구들과 어울림으로 운동을 한다면, 전원주택이 앉아 호젓하게 할 수 있는 일들이다. 삶의 전반기에 필요했던 국어, 영어, 수학이 후반기에도 필요한 것은 아니었다. 조금은 소홀이 하기 쉬운 예체능이 절대적으로 필요함을 알게 한다. 언제는 할 수 있는 읽고 쓰기와 음악과 미술이 있어 제2의 삶에 많은 도움을 받고 있는 전원주택의 삶이다. 전원에서의 삶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