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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마냥 Jan 31. 2023

아버지 세월이 알려준 사연

(공평한 세월, 석양에 온 바다:수채화)

더디게 흐르던 세월 야속해

어서 가라 조르던 긴긴 하루와 또 하루

세월에 묻어 가난은 긴 산 길을 넘어가고

목구멍에 풀칠할 먹거리는 넘쳐났다


황소걸음으로 느릿한 어제는 가버렸고

냉정하리만큼 공평한 세월은

바쁘디 바쁜 걸음이 되어

내 아버지 세월로 데려오고 말았다


내 아버지 잊히는 뒷모습 아쉬워

서둘러 찾아간 산자락 언덕엔

수풀이 산을 이뤄 범접하기 어려운 자식

오래전 내 아버지 작은 등이 생각 나

하염없는 발걸음을 멈추고 말았고


내 아버지 생각에 가쁜 숨결이 막혀

내가 왜 그랬나 뒤돌아 보는 사이

살아가기 힘들었다는 부질없던 그 핑계는

하늘가에 맴돌다 산너머로 숨고 말았다


이젠, 찾아갈 내 아버지 없고

빙 둘러봐도 허리 굽힐 사람 없는 세월

어느새 앉아 기다리는 신세되었지만

이래도 그만이고 저래도 그만인 일임을

이제야 내 아버지 세월은 일러 주었다


가슴 구석엔 작은 기다림 남아 있지만

허튼 생각 말라는 아버지 세월이 탓해

얼른 외로움 구석으로 밀어 놓고

벌렁대는 가슴 부여잡는 사이

그예 햇살은 또, 뒷 산을 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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