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입구에 서서)
일주일에 서너 번, 근처에 있는 체육관으로 운동을 하러 간다. 자그마한 면단위 시골이지만 생활하기엔 불편함이 거의 없다. 대형마트도 들어서 있고, 운동할 수 있는 환경도 다양하다. 자전거를 즐길 수 있는 자전거 길이 있고, 체육관도 번듯하게 들어서 있다. 도시에 있는 체육관이 멀어 올해부터 이용하고 있는 체육관이다. 한 달 사용료가 단돈 10,000원, 다양한 운동기구와 샤워시설이 갖추어져 있다. 어른부터 젊은이들 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운동을 하는 체육관이다. 오늘도 늦게 도착한 체육관엔 사람들이 많다.
땀을 흠뻑 흘리고 동네로 들어서는 길, 이보다 더 산뜻할 수는 없다. 산골 집에서 피어나는 아침 연기가 오래 전의 기억을 떠오르게 한다. 먼 산부터 초록이 가득한 시골동네, 골짜기 밭에는 벌써 배추가 가득하다. 해발이 300m 정도여서 고랭지 채소가 넘쳐난다. 엊그제 점푸름이던 배추는 어느덧 줄푸름이 되었다. 아침부터 스프링클러가 돌고 있는 모습은 상상도 할 수 없었던 풍경이다. 산밑 배추밭 근처에 하얀 찔레꽃이 피어있다. 언제나 정감을 주는 하얀 찔레꽃, 시골 정취를 안고 바람그네를 탄다.
먼 산에선 뻐꾸기가 울고, 산 밑으로는 검푸른 배추가 가득하다. 배추밭 언덕엔 하얀 찔레꽃이, 작은 도랑 건너 다락논엔 거대한 농기구가 모를 심고 있다. 오늘도 뻐꾸기가 울어주는 푸르른 시골동네에 농사철이 찾아온 것이다. 순식간에 그득해진 들판이 여름을 재촉하고 있다. 밭둑 언저리엔 승용차가 주차되어 있고 근처에도 하얀 찔레꽃이 피어 있다. 오래전 누런 소가 오가며 써레질을 하던 논, 거대한 기계가 모든 것을 대변한다. 잊지 못할 모 밥이 생각나는 아침이다.
바지를 걷어 올린 사람들이 모를 들고 서 있다. 못줄을 넘기길 기다리는 중이다. 논 양쪽 끝에서 못줄을 대주고, 온 동네 사람들이 모를 심는 풍경이다. 논두렁엔 미루나무가 연초록 잎을 달고 햇살에 반짝인다. 따스한 논물이 출렁이는 다락논에 여름해가 내려왔다. 허기가 몰려 올 즈음, 엄마는 광주리를 이고 아이 손엔 주전자 들려 있다. 하얀 쌀밥과 반찬이 들어 있는 광주리에 막걸리가 담긴 누런 주전자다. 품앗이 모를 심던 사람들이 논둑으로 나왔다. 다리엔 진흙, 얼굴엔 흙탕물 자국이지만 전혀 상관없다.
근처 들판 사람들을 다 불러 모았다. 온 동네 사람들이 다 모인 점심 상이다. 밥그릇에 쌀밥이 고봉으로 담기고, 맛깔난 반찬이 내어졌다. 기름이 흐르는 고소한 김에 하얀 소금이 얹혀 있고, 노르스름한 콩나물엔 고춧가루와 깨소금이 있다. 고추장으로 치장한 청태는 석쇠에서 구워졌고, 씨암탉도 한몫을 하고 있는 점심상이다. 온 동네 사람들이 함께 먹는 점심은 잊을 수 없는 성찬이었다. 막걸리 한잔으로 거나해져 내일처럼 모 논으로 들어선다. 언제나 정겹고도 그리운 시골의 모내기였다. 세월은 성큼 변해 도시 속 시골이 되었다.
하얀 찔레나무가 서둘러 꽃을 피우고 지나는 5월을 노래하고 있다. 모를 심은 다락논에 바람이 찾아왔다. 작은 물결을 이루는 논자락에 밝은 햇살이 찾아왔다. 맑은 햇살에 반짝이는 찔레꽃, 하얀 솜털을 이고 작은 바람에 바르르 떨던 찔레나무다. 어린 순을 내밀어 봄을 알려준 찔레꽃이 어느새 꽃을 피워 세월은 6월로 달음질치고 있다. 긴 뻐꾸기 울음은 아직도 이어지고 있는 골짜기, 산뜻한 바람이 산을 넘었다. 배추밭에 일렁이던 물 뿌림이 바람에 흔들린다. 덩달아 배추 잎이 파도를 만드는 순간 한 무리 산까치가 하늘을 가른다. 봄부터 산란을 위해 동네를 휘젓고 다니던 산까치다. 봄이 무르익어 여름으로 치닫는 골짜기 풍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