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주택 살이, 페루에서 만난 석양)
전원주택을 구입하기로 결정되어 부동산의 도움으로 집값을 지불하고 등기이전을 마쳤다. 이제는 내 집이 되었기에 내 마음에 맞는 형태로 손을 보아야 하지만, 그것이 그리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등기를 하고 얼마 되지 않아 앞 도로가 포장이 되고 서서히 전원마을로의 형태를 갖추어가고 있었다. 어설프게 만났던 이웃들과도 소통이 되고 시골생활에서의 필요한 정보들을 얻으면서 삶의 기초를 마련해 나갔다.
제일 고민이 되는 것은 현주민들과의 소통이었다. 현지인들과 불화가 생기면 서로가 불편하기에 항상 조심스럽게 접근해야만 했다. 하지만 여기도 사람이 사는 곳이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었다. 숨김없이 다가가는 사람을 매몰차게 내모는 사람은 없었다. 마을 회의가 있는 날, 이사 떡을 나누어주며 인사하는 사람을 싫다고 할 수 있겠는가?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지나는 길에 차에서 내려 인사를 나누고, 일하는 동네 사람들을 만나면 차에 실린 음료수를 같이 나누는 노력은 헛되지 않았다. 이렇게 하여 점점 현지인들과 소통이 되기도 했지만, 집이 들어선 위치는 현지인들과 많이 떨어진 곳이라 불편한 관계는 없어 다행이었다.
동네에 행사가 있으면 외면하지 않고 협조를 하고, 이웃들이 일하는 계절이면 현지인들에게 거슬리는 행동을 하지 않으려고도 했다. 모든 것에 조심을 하면서 다가가는 행동에 이웃들은 서서히 마음을 열고 편안해졌다. 문을 열어보면 얼마간의 상추가 놓여있기도 하고, 먹음직스러운 굵직한 가지가 놓여있기도 했다. 이웃집에서 울타리를 통해 건네지는 채소가 있었고, 푸근한 마음이 있었다. 이렇게 하여 마음이 놓이자 그다음에는 내 집안을 다스려야 하는 것이 문제였다.
우선은 마당에 조성되어 있는 잔디를 관리하는 일이 그랬다. 해 본 사람이면 아는 거지만, 돌아서면 풀이 큰다는 말이 맞을 정도로 풀이 자랐다. 아침, 저녁 시간이 나는 대로 잔디밭에 앉아 풀을 뽑는 것이 일이다. 그렇지 않으면 잔디밭이 아니라 풀밭이 될 터이니 어쩔 수 없는 것이리라. 처음에 풀을 뽑으면서는 이런 고생을 하려고 주택살이를 원했나? 남들이 보기에 어떻게 생각을 할까?
비가 오면 걱정이 앞서고, 눈이 오면 또 걱정이 앞선다. 낙엽이 지면 낙엽을 쓸어야 하고 벌레가 생기면 벌레를 퇴치해야만 한다. 나무에 소독을 하고 전지를 해야 하며, 벌레가 생기면 이것을 치료해 줘야 한다. 집안이 고장이 나면 내가 고쳐야 한다. 아니면 사람을 불러 돈을 들여야 한다. 언제나 모든 것을 연구하면서 살아가야 하는 어려움이 있지만, 해결하고 난 뒤의 후련함은 또 바꿀 수 없는 즐거움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깨닫게 된 것은 전원주택에 이 만한 고생을 하지 않고는 그 많은 혜택을 누릴 수 없다는 것이었다. 시간이 나는 대로 내가 누릴 수 있는 것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힘들이지 않고 자연을 누리려면, 사람을 시키면 되지만 그것을 자연살이라고 할 수는 있겠는가?
잔디밭 정리부터 시작한 자연살이는 그런대로 적응을 해 나가면서 아내가 좋아하는 나무와 채소를 심고, 서서히 시골생활을 적응해 나갔다. 대부분이 그렇듯이 없었던 대문을 만들기 위해 수많은 전원주택 대문을 살피고 설계해서 만들었다. 시골에 울타리가 없는 것이 대부분이듯이 없는 울타리를 조성하기 위해 갖가지 나무를 찾고 심으며 일구었던 일들, 조그마한 밭을 만들어 갖가지 채소를 가꾸는 일들, 여유로운 날마다 친지들을 초청해 나누는 몇 잔의 소주 등 모두가 행복한 시골살이가 되었다.
이웃들의 도움으로 만들어진 그들먹한 채소밭의 풍요는 누구도 해 줄 수 없는 뿌듯함이었다. 갖가지 꽃들이 주는 아름다움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함이다. 그러면서 찾아오는 아름다운 햇살은 어디서도 맛볼 수 없는 강렬한 햇살이면서 아름다움이다. 한점 구김이 없는 햇살이 있고, 귀찮도록 울어대는 새소리가 있다. 거기에 귀찮도록 찾아오는 산바람이 있어 공기는 마실수록 좋았다. 앞에서 흐르는 도랑물 소리는 언제나 듣기 좋은 음악 소리이고, 하늘 중간에 달린 밝은 달은 언제나 아름다운 등불이 된다. 거기에 바람 따라 일렁이는 우거진 녹음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아름다움이다.
한가한 때를 찾아 한잔의 커피를 마시며 넘기는 책장은 어디서 만나 볼 수 있겠는가? 마당 끝에서 들려오는 낭랑한 도랑물 소리는 어디에서 들을 수 있겠는가? 처마 밑에 집을 짓고 드나드는 새들을 바라보며, 새벽부터 울어대는 닭들의 울음소리는 오늘도 시골마을을 깨우며 삶의 즐거움을 주고 있다. 이것만으로도 시골살이의 대부분을 찾은듯한데, 철마다 만날 수 있는 시골의 맛들은 또 다른 맛을 전해 준다. 찾으면 무궁무진하게 찾을 수 있는 즐거움이 있지만, 그만한 대가는 지불해야 누릴 수 있는 것이 인생사 아니던가? 자연을 누리는 대가는 그렇게 쉽지 않았지만, 포기할 수 없는 자연과의 만남이 있어 그래도 아직은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