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주택에 살고 싶어서, 부탄에서 만난 히말라야)
시골에 주택을 마련하여 산지도 벌써 2년이 되었다. 지난해에는 일주일에 서너 번 와서 기거했지만, 올해 들어 짐을 옮기고 시골살이를 시작했다. 가끔 찾아오는 시골집은 서먹서먹하기도 하고, 동네 이웃들과 가까워질 수가 없기도 해서였다. 시골에 집을 사놓고 자기가 좋은 때만 찾아와 즐기고 간다는 오해가 있을까도 걱정이 되어서이다. 그리고 동네를 오가며 길에서 만나는 동네 사람들을 알아보지 못하고, 개인적으로 만나는 기회가 있어도 인사조차 할 수 없는 관계가 불편하기도 했다. 또 중요한 것은, 오랫동안 하고 싶었던 그리고 하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았던 시골살이였기 때문이기도 하다. 온몸으로 어렸을 적에 살아봤던 그리움을 찾고 싶어서였다.
하지만 시골살이가 좋으면서도 가장 큰 걱정이 되는 것은 혹시, 적응이 어려우면 어떨까였다. 이사를 덜컹해놓고 적응하지 못해 이사를 다시 해야 하는 경우는 어떻게 할까? 동네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해 나와야 하는 경우는 또 어떻게 할까? 시골살이한다고 이사를 한 후, 다시 이사를 나와야 한다면 그간의 노력과 비용은 어떻게 감당해야 할까? 그런 경우를 본 경우도 있고, 전에 살았던 사람도 그러했기 때문이었다. 살아가는 보금자리를 정하는 것이기에 신중할 수밖에 없지만, 고민이 되는 것은 한두 개가 아니었다. 나는 그렇다 하더라도 혹시, 아내가 힘들어하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것이 또 큰 걱정거리였다.
전원주택을 지은 많은 사람들이 적응하지 못해 많은 고생을 한 것을 여러 곳을 통해 듣기도 해서였다. 남자들은 몹시도 살고 싶어 집을 지으며 고생했지만, 여자들이 적응하지 못해 기어이 나가고 말았다는 것이었다. 그것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특별한 사람을 제외하곤 도시 생활에만 익숙한 사람은 어쩔 수가 없다. 모기 한 마리도 힘겨워하는 사람이 벌레들과 동고동락을 해야 하는 생활을 할 수가 없다. 그리고 닫힌 공간에 살면서 닫힌 생활에 익숙한 사람은 시골생활에 적응하기가 힘들게 되어 있다. 대부분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울타리가 없고 대문이 없는 시골에서, 누구나 드나들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하는 곳에서 살 수가 있겠는가?
다행히 집을 마련하고 이사를 했더니, 이웃에서 너무 좋아하는 것이 아닌가? 이유는 그렇다. 대부분이 집만 마련해 놓고 가끔 와서 쉬다가 평일에는 나가서 사는 모습만 보았던 것이다. 그런데 사람이 들어와 산다고 하자 얼마나 좋겠는가? 하지만 이웃집이 이사를 와서 좋아한다는 것도 시골생활이기에 생각할 수 있는 일이다. 도시에서야 옆집에 누가 오든지, 이사를 가든지 상관하지 않는 것이 보통일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이사를 오자 모두가 좋아하고 반겨주어 천만다행이다 싶었다. 시골에는 울타리가 없고 또 대문이 없는 집이 대부분이었다. 준비한 집도 물론 대문이 없고, 울타리가 없어 언제나 드나들 수 있는 구조였다. 그렇게 드러내 놓고 살아가는 동네라 마음은 편한 동네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었다.
시골살이는 이웃과 나 몰라라 하면서 혼자만 살아가는 것은 여간 불편한 일이 아니다. 언제나 대문을 걸어 잠그고 내가 편한 시간에만 와서 살아간다는 것은 왠지 감옥생활을 하는 것과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처음 집을 마련할 무렵부터 모든 집에 대문이 없고, 울타리도 제대로 되지 않은 편안한 동네였기에 그렇게 생각을 하게 되었다. 같이 살아가는 이웃은 물론이고, 동네 사람들과도 어울리면서 살아가는 것이 시골살이에 편하고 재미도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시골살이에 익숙한 사람들과 어울린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간의 살아가는 방식이 그러했으니 어쩔 수가 없을 것이다. 그런데 내가 들어와 살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 그러면 그들의 삶에 상처를 주는 일은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들의 삶을 언제나 존중해주어야 하고, 혹시나 그들의 삶에 상처가 되는 행동이나 말은 항상 조심해야 한다. 힘들게 일하는 시기에 사람들이나 초청하여 떠들썩하게 노는 모습은 어떻게 비칠 수 있을까? 그것은 같이 살아가는 이웃이 아니더라도 언제나 생각해야 하는 인간의 도리아니던가? 지나는 길에 만나면 인사를 하고, 철에 따라 적절한 인사를 나누며 살아간다는데 누가 뭐라고 할 수 있겠는가?
이웃들과 잘 어우러지고, 동네 어른들과도 소통이 된다면 이젠, 내가 적응하는 것만 남았다. 그것도 아내가 적응하는 일만 남아 있었다. 아내도 시골생활을 해 보지 않은 사람이라 걱정을 했지만, 그런대로 잘 익숙해져 갔다. 잔디밭에 풀을 뽑고, 자그마한 밭에 채소를 가꾸는 일에 잘 녹아들어 갔다. 봄이면 새싹이 나오는 것을 신기해했고, 열매를 맺는 것에 반하고 말았다. 이웃들과 울타리를 넘어 오가는 채소를 고마워했고, 어려운 일을 도와주는 이웃들을 항상 감사해했다. 나눌 것이 있으면 같이 나누고 이웃들과도 같이 어울려 살면서, 가진 것을 서로 나누는 모습에 안도의 숨을 쉬게 되었다. 하지만 걱정은 철에 따라 나타나는 각종 벌레들과의 전쟁이었고, 습기와의 전쟁이 있었다.
특히, 여름이 되면 습기와 전쟁을 해야 한다. 올해와 같이 장마가 길게 오면 습기와의 전쟁을 끝없이 해야 한다. 틈이 나는 대로 문을 열어 환기시키고, 한 방울의 습기를 제거하기 위해 제습기를 동원하면서 노력하면 웬만한 습기는 해결이 가능하다. 다행히도 사는 집은 대지에서 조금 북돋워지었기에, 각종 벌레나 습기에도 어느 정도 대비가 되었고, 외벽을 두텁게 지어 많은 도옴이 되었다. 두터운 벽에 튼튼한 이중창은 웬만한 소음은 거의 차단이 되고, 밖의 공기와는 차단이 되어 안심이 되었다.
또 한 가지의 걱정은 끝없이 나타나는 벌레들과의 전쟁이다. 열무를 심어 놓으면 싹이 돋을 때부터 앙상한 줄기만 남겨 놓는다. 배추를 심어도 마찬가지이고, 무엇이든지 남겨 놓는 것이 없다. 살고 있는 동네는 해발 300m 정도에 위치하고 있어 조금은 서늘한 곳이다. 따라서 채소를 심어도 다른 곳보다 일찍 심어야 하고, 과일나무도 월동에 신경을 써야 한다. 지대가 높아 좋은 것은 또, 모기가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다. 여름에 밖에서 생활을 해도 모기 걱정을 그렇게 많이 하지 않아 천만다행이다. 이와 같이 끝없이 나타나는 벌레는 이웃들의 경험과 충고를 받아 서서히 적응해 나가면 큰 문제는 되지 않았다. 또 웬만한 것은 동고동락한다는 생각으로 살아야 한다. 누구의 말대로 그들의 구역에 인간이 들어왔으니 조금은 양보하면서 살아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하게 한다. 요즈음에는 각종 시설이 완벽하게 되어 있어 웬만한 벌레는 해결이 되게 되어 있기도 하다.
많은 고민과 노력으로 살아가는 시골살이는 좋은 점이 많다. 그만한 좋은 점을 안고 살아가려면 적당한 대가는 지불해야 된다는 생각인데, 대가는 많다면 많을 수도 있고 즐기면서 하면 대부분은 해결이 가능한 즐거운 일들이다. 이만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으면서 시골살이를 하려고 하면 난감한 일들이 많이 생길 수 있다. 살아봐도 후회를 하고 살아보지 않아도 후회를 할 일이면, 한 번 해 보는 것은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모든 것이 어렵지만 마음에 두었으면 한 번쯤, 해볼 만한 시골생활이라고 생각하는 오늘 아침도 도랑물 소리가 흥겹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