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회에 대한 소감)
10여 년을 버틴 수채화 전시회를 했다. 혼자 하기에는 버거워 매년 하던 동호회 전시회를 부스 전으로 전환한 것이다. 보통은 두세 점의 작품을 내걸었지만, 이번에는 50호 이상을 여섯 작품을 내걸었으니 어렵기도 했다. 몇 년에 걸쳐 작업한 작품 준비는 그렇다 하더라도 준비 과정은 언제나 어렵다. 작품을 옮기는 작업부터 DP작업까지는 지대한 고민과 노력이 필요하다. 전시 작업을 하면서 많은 생각이 오고 간다.
언제나 나만을 생각하는 사람들, 사회적인 동물이라는 말도 조금은 어색해진다. 여행길에서 만난 친구들의 발걸음에서도 느끼며, 색소폰 연주에서도 생각하게 되는 일들이다. 사람은 오로지 이기적인 삶을 위해 살아간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정치를 하는 사람들은 더 극단적이라는 생각, 보통의 사람들도 이것을 벗어날 수 없나 보다. 친한 친구들과 여행길에 올랐다. 초반 며칠이 지나고 나면 어렵고 고단해진다. 보통 사람들의 본성이 드러나게 되는 순간이다. 마음속에 담았던 생각들이 쏟아져 나오고, 심하면 말다툼이 벌어진다. 나만을 고집하는 사람의 본성 때문인가 보다.
어렵게 색소폰 합주를 하고, 개인연주곡을 준비한다. 연말에 있을 연주회를 준비하는 과정이다. 사람에 따라 다소의 능력차이가 있기에 누구나 같을 수는 없다. 합주를 하면서는 소홀하던 회원, 개인 곡엔 목숨을 걸듯이 연습을 한다. 전체를 아우르는 사람은 생각이 다르다. 남과 어우러져야 하는 합주에 진력하면서 개인 연주도 소홀할 수 없으니 노력해야 한다. 사람에 따라서는 전혀 다르다. 합주곡 연습은 따라가는 수준이지만 개인곡연습은 그렇지 않음에 서글퍼진다. 수채화 전시회엔 많은 공동작업이 필요하다. 여기에도 사람의 본성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개인적인 일과 공동의 일을 어떻게 분배하며 살아야 할까? 우선은 공동의 일에 전적으로 매달리는 사람이다. 전체적인 일이 잘 어우러지면서 개인적인 소품들이 조화를 이루어야 하기 때문이다. 나만의 일이 우선이어야 하지만 전체를 바라보는 눈이 더 필요하다. 여의도 입성이 문제이지 당의 상황은 고려하지 않는다. 더구나 나라 일은 전혀 문제 되지 않는다. 나만의 일이 우선이며, 개인곡을 열심히 한다. 친구와의 여행길을 생각하지 않고, 나만의 여행만이 중요하다. 이웃과 어우러지는 골짜기의 삶도 마찬가지다.
자그마한 시골동네에 자리를 잡았다. 이웃과 어우러지면서 살아가는 삶이어야 마음이 편한다. 이웃의 입장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나만을 고집하는 삶은 어떨까? 며칠을 버티지 못하고 떠나는 예는 수없이 보아왔다. 함께하는 삶은 여전히 어려운 인간의 삶이다. 전시회를 하면서, 연주회를 하면서 그리고 여행을 하면서 생각은 우리의 현실과도 너무 비슷하다. 사람이 만들어가는 사회이니 어쩔 수 없음은 안다. 정치하는 사람들은 더 극단적이라는 생각, 선거철만 되면 텔레비전과 절연하게 되는 이유이다.
서서히 수채화 전시회를 바라보면서도 많은 생각이 오고 간다. 10여 년이 넘은 세월을 녹인 그림을 대단하다는 말을 남기는 친구도 있고, 먼 길을 찾아와 격려해 주는 이웃도 있다. 어떻게 그 세월을 버티었느냐는 말, 그림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먼 길을 찾아와 격려해 주고 혼을 담아 주는 말은 언제나 힘이 되고 삶에 흥을 얹어준다. 느닷없이 찾아온 친구가 한마디 말을 남겼다. 어떻게 이 세계를 개척했느냐고. 고등학교에서 진학지도를 잘못한 것이 아니냐고. 한 마디의 말이 엄청난 힘과 삶에 재미를 얹어 준다. 많은 친구 그리고 지인들 덕분에 넉넉한 전시회를 마무리해 간다. 나는 과연 사회적인 동물로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많은 생각이 오가는 전시장에서의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