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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새벽부터 닭은 울었다!

(같은 소리 다른 느낌)

by 바람마냥

아침부터 도란거리는 소리는 이웃이 닭과 이야기하는 소리다. 가끔은 커다란 개와도 말을 주고받는다. 동물과 의사소통이 가능할까? 개나 닭과 말을 건네는 이웃을 보고 갖던 의문이다. 오늘도 새벽부터 닭은 울었다. 무슨 좋은 일이라고 새벽부터 울어준다.


가끔은 늦잠이라도 있었으면 하는 닭이지만 어림도 없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여지없이 새벽을 알려준다. 언제나 새벽을 알려주는 수탉의 울음소리는 길고도 카랑카랑하다. 멀리서도 새벽을 알리는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는 이유다. 시골에 자리를 잡은 후에 닭에 관해 관심이 많아졌다. 이웃집에 닭이 있어 새벽부터 울어주고, 낮에도 어김없이 울어주기 때문이다.


초봄에 안마당을 헤집어 놓던 병아리는 어머님의 보물이었다. 어머님은 헛간 여기저기에 낳은 알을 모았다. 어머님의 수고로 암탉은 볏짚으로 만든 둥지에서 알을 품었고, 둥지에서 고개를 두리번거리는 암탉의 수고는 성스러웠다. 암탉의 수고로 3주가 지나자 알을 깨고 나온 병아리가 어미를 따라 안마당에서 수선을 떨고 있는 것이다.


어미의 뒤를 따라 아장거리는 병아리, 노란 개나리빛이 귀엽다. 저것이 언제 커서 닭노릇을 할까 의심하지만 순식간에 중병아리가 되고 암탉으로 태어난다. 싸라기를 손에 쥐고 닭을 부르는 어머님의 소리, 아직도 귓가에 맴돌고 있다. 아직도 닭의 닭울음소리에 익숙해진 이유다. 가끔은 오래 전의 고향집이 떠오르고, 어머님이 보고 싶어 진다. 그리운 안마당에 노란 병아리가 아장거리는 모습은 정다웠다.


어머님의 닭과의 만남은 늘 성스러웠다. 닭을 모아 모이를 주며 닭을 길러냈다. 알을 모아 5일장에 팔아야 했고, 여름이면 보신을 해야 했다. 명절이면 제사상에 올려야 했고, 가용돈을 얻을 수 있었다. 시골에서 알을 주고 고기를 주는 닭은 한 식구나 다름없다. 더러는 집을 어지르며 불편하지만, 떨칠 수 없는 닭과의 삶이 이루어지는 이유였다. 세상에 어떤 동물보다도 뛰어난 헌신을 한 닭의 삶이다.


가끔 시골을 찾아오는 아이들은 짜증을 낸다. 닭의 울음소리에 늦잠을 잘 수 없어서다. 시도 때도 없이 울어대는 암탉의 소리, 알을 낳았어도 울고 이웃닭이 울어도 울어댄다. 덩달아 긴 울음을 토해내는 수탉이다. 어떻게 해야 할까? 시골에선 그러려니 하면서 살라하지만, 아이들은 불편한 모양이다. 새벽부터 잠을 깨워 놓으니 어떻게 하란 말인가? 닭의 소리지만 사람에 따라서 다르게 들림에 시골살이는 어렵다.


다른 이웃이 차 한잔을 하자한다. 젊은 친구들이라 언제나 조심스럽지만 예의 바르고 다정스러운 젊은이들이다. 갖가지 꽃을 심으며 주변을 정리하는 성실한 젊은이들, 시골에서 살기엔 아직 젊은듯하지만 시골생활을 한껏 즐기고 있다. 차 한 잔을 나누며 하는 말, 닭의 울음소리에 살 수가 없다 한다. 새벽부터 하루 종일 울어주는 닭소리, 삶의 질이 떨어진다는 하소연이다. 더워도 창문을 닫고, 귀마개를 하고 산다며 어떻게 해 줄 방법이 없느냐며 소원이란다.


아내에게 이웃의 고민을 슬쩍 건네보라 하지만, 어림도 없다며 망설인다. 아침부터 말을 하며 살아가는 삶의 일부인데 어떤 말을 하느냐고. 수탉이라도 한두 마리 해결하면 좋겠다는 말에도 머리를 젓는다. 시골에서 살아가는 재미이고 닭은 한 식구나 다름없이 살아가는 이웃이다.


오늘도 새벽부터 닭은 울었고, 이웃이 나서서 닭과 말을 주고받는다. 밤새 잘 지냈느냐는 말부터 갖가지 말을 하며 모이와 물을 준다. 오래전 내 어머니처럼 닭과는 한 식구가 된 지 오래다. 몇 개의 알을 들고 나오는 이웃은 흐뭇한 얼굴이다. 시골살이가 어려운 이유이다. 이웃과 어울려 살아야 하는 시골살이, 닭소리도 참아야 하고 어울려야 한다.


개 짖는 소리도 그러려니 하며 살아야 한다. 하늘을 날며 울어대는 새소리는 당연한 소리이고, 언제나 어울려야 하는 아름다운 소리여야 한다. 귀를 열고 마음을 다스려야 함께함이 즐거울 수 있다. 암탉이 알을 낳고 또 울어댄다. 이웃 닭이 품앗이하듯이 울어주는 골짜기, 오목한 골짜기에 울음소리가 가득하다. 닭소리에 새소리 거기에 도랑물도 옹알거리는 골짜기, 어울리며 살아가는 수밖에 없다. 아름다운 자연과 함께하기 위해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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