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조지아를 여행하면서)
그 아이는 어떤 생각이었을까?
처음 만난 사람 옷이 예사롭지 않다. 깨끗하게 차려입은 옷이 분위기에도 어울리며 품위가 있다. 다시 한번 보게 되는 것은 누구나 같을 것이다. 옷이 날개라는 말, 옷을 잘 입으면 사람이 달라 보인다는 뜻이다.
색소폰 연주는 회원들과 어울리는 즐거움이다. 일주일에 한 번 모여 합주를 하고, 연말 연주회를 하는 동호회다. 연습곡을 받고 손가락 연습을 위해 음악실을 찾았다. 잠깐의 연습을 끝내고 홀가분하게 집에 가는 길이다.
아무 생각 없이 걸어가는 중, 갑자기 편의점 밖 의자에 앉아있던 젊은 여자가 인사를 한다.
"안녕하세요, 000 선생님 아니세요?" 깜짝 놀라 바라보니 얼굴은 기억에 없다.
미안한 생각에 얼굴을 다시 보는 순간, "저 000이에요, 오래전에 선생님한테 배웠어요, 축제 때 색소폰 연주가 너무 멋졌어요. 그런데, 저 이번에 작가가 되었어요" 순식간에 쏟아낸 말에 반갑지만 또 어리둥절했다.
순식간에 쏟아낸 제자의 말, 색소폰 연주 그리고 작가가 되었다는 말까지 혼돈스러워서다. 근처에 있는 학교에 재직하던 중, 학교 축제에서 색소폰 연주를 했다. 교사 중에 누군가는 했으면 좋겠다는 제의를 받아들여서다. 갑자기 만난 제자의 인사에 당황하면서도 순간적으로 다행이다 싶었다. 오래전 선생님을 만나 작가가 되었음을 알리고 싶었던 아이, 오래 전의 선생님을 보고 어떤 생각을 했을까? 순간적으로 많이 궁금했다.
평생 옷엔 진심이었다.
살아오면서 옷에 신경을 많이 쓰며 살아왔다. 아이들에게는 옷이 어떤 것인가를 알려주고 싶었고, 사람들에게 깨끗한 인상을 주고 싶어서다. 오늘도, 늙어가면서 더 깨끗하고 어울리는 옷이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나름대로 깔끔한 옷을 선택한 날이었다. 우연히 만난 제자는 오래전에 멋져 보였던 선생님을 보고 어떤 생각이었을까? 혹시, 후줄근한 옷으로 만났더라면 아이는 어떤 생각이었을까?
옷, 분위기에 어울리고 용도에 적당한 옷을 고집하는 사람이다. 옷이라는 것은 첫인상을 말해 주기도 하지만, 상대방에 대한 예의이기 때문이다. 결혼식장에 어울리는 복장이 있고, 장례식장에 어울리는 복장도 있다. 외면보다 내면이 중요하다는 것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내면의 중요함도 있지만 외모도 무시할 수 없다는 생각에서다. 옷을 잘 챙겨 입은 오늘도 얼마나 다행한 일이던가!
오랜 세월 동안 체육관을 찾아간다. 늙음에 몸도 보전하고, 올바른 자세와 근육을 위함이다. 운동하는데 편리하고 안전한 복장이고, 신발이어야 한다. 효율도 있지만 안전을 위함도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어울리는 복장에 동감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만날 수 있다. 실내화를 신고 운동을 하며, 평상복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위험하기도 하지만, 동료들에 대한 배려도 아니다.
어느 정치인의 장례식장 이야기다. 대부분은 어울리는 복장이지만, 밝은 복장으로 등장한 여자 정치인은 많은 질책을 받았다. 왜 그런 복장으로 왔을까? 혹시, 일부러 그랬을까? 많은 사람들의 공분을 샀던 기억이다.
어느 나라 대통령 복장이 문제가 된 적도 있었다. 많은 사정이 얽혀있었지만, 정장 착용 요구에도 그렇지 않았음에 많은 논란이 있었다. 분위기에 어울리는 복장이 필요하다는 사회적인 통념이 있었기 때문이다.
세월은 걱정도 많게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옷에 대해 불편함도 자주 만난다. 언제나 체육복 차림으로 등장하는 사람도 있고, 실내화를 신고 외출도 한다. 등산복이 평상복이고, 등산화는 평생의 신발이 된다. 개인의 사정이 있고 삶이 있을 터이니 누구를 탓할 수는 없지만, 사회생활에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회적인 통념이 있다. 규정은 없지만 지켜져야 하고, 모두가 수긍하는 사회적인 상식이 있다.
사람이 첫 대면이 중요함은 누구나 수긍한다. 웃음으로 인사하고 다정하게 대하는 사람, 분위기에 어울리는 복장으로 등장하는 사람을 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오래전에 멋지게 색소폰 연주하던 선생님을 만난 제자는 어떤 생각이었을까? 순간적으로 깜짝 놀란 사건이었다. 내면의 삶이 훨씬 중요하다는 것을 누구도 부정하지 못하지만, 외모의 중요함도 부정할 수 없다. 긴 세월을 살아낸 늙음엔 훨씬 더 공감하는 옷차림이다.
공적인 삶에서 복장에 대한 사회적인 통념이 있다면, 개인적으론 나를 보여줄 수 있는 깨끗하고도 품위 있는 옷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삶에 어울리는 옷은 보임이 다르고 삶이 달라 보인다. 고가이면서 화려함이 아닌 깔끔하면서도 어울리는 옷은 사람을 다시 보게 하는 멋스러움이다. 옷은 본인을 얼굴이면서 상대방에 대한 예의이기도 하다. 긴 세월을 이겨낸 늙음에 만나는 옷차림이 훨씬 중요한 이유다. 옷이 날개라는 말, 늙음엔 훨씬 더 신경 써야 하는 옷차림임을 되새겨 본 사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