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휴일, 사람들이 초정약수에 다 모였다.

(봄비 내리는 날)

by 바람마냥

대도심을 오가면서 불편함은 교통제증이다. 교통체증에 따른 피로함은 중소도시에 속하는 시골에 살기 때문이다. 고속도로에서도 교통체증, 나들이 하고 돌아오는 주말은 고속도로가 복잡하다. 얼른 고속도로를 벗어나 인접 도로로 우회하기로 했다. 한가하리라는 생각은 어림없고, 생각했던 도로도 차량이 꽉 막혀있다. 시골에서 도심으로 들어오는 길도 어김이 없다. 명절 즈음에 도심으로 오는 길은 언제나 붐빈다.


큰 도로를 벗어나 농로길로 접어들었다. 어림도 없음을 알았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좁다란 농로길은 교행도 할 수 없어 오도 가도 못한다. 괜히 나왔다며 후회를 하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누구나 생각은 비슷하다는 것을 실감하며 후회를 한다. 일상을 살아감에도 어김이 없다. 대부분은 비슷하게 살아간다. 추근대며 비 내리는 날에 부침개와 막걸리 한 잔이 생각난다. 외국여행에서 굶주림은 구수한 된장맛이 그립고 삼겹살과 김치가 생각나는 한국인이다.


몇 년 전에 시골에 집을 차렸다. 산바람이 좋고, 푸름이 좋아서다. 시골에 살아도 수십 년을 도시에서 살아온 사람이 변함은 쉽지 않다. 통닭 한 마리 아쉽고 짜장면 한 그릇도 그리운 시골이지만, 열광하는 스포츠 중계를 보면 입맛을 다시게 된다. 시원한 생맥주 한잔과 바삭한 통닭이 떠올라서다. 도심이든 시골이든 살아감엔 다름이 없어 비슷한 삶에 깜짝 놀라기도 한다.


늦가을 휴일, 추적대는 가을비다. 하루 세끼 아내 신세를 지기 불편해 근처 국숫집을 찾았다. 국숫집이라 해도 엄청난 맛을 주는 집이 아니라, 오로지 시골냄새가 나는 아련한 맛이다. 국수 값도 저렴해 아주 착한 값이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동네 사람들이 다 모여 앉을자리가 없다. 특별한 것도 없는 국수, 흐물흐물하지만 포기할 수 없는 면발이다. 하얀 국수에 양념간장 한 숟가락 얹고, 방금 나온 겉절이 한 가닥 놓으면 모든 것이 끝이다. 비가 오는 날이면 동네 사람들이 다 오는 이유다. 두부 한 접시에 어울리는 막걸리 한잔도 포기할 수 없다. 사람이 살아가는 방식이나 생각을 담은 삶의 문화가 같음을 실감한다.


휴일 아침부터 봄비가 내린다는 예보였다. 어김없이 비가 내림은 일기예보가 정확함이다. 산길을 오르는 길엔 버드나무 가지에도 푸름이 내려왔다. 푸릇함이 묻어 있는 나무, 어느새 봄이 와 있는 것이다. 비 오는 아침에 일어나니 몸이 무겁다. 간단하게 운동을 하고 들어와 사우나 가자는 말에 아내는 선뜻 따라나선다. 세종대왕도 눈병을 고치러 왕림했다는 초정약수다. 초정으로 향하는 길, 비가 여전히 내린다.


초정(椒井), 초(椒)가 산초나무를 뜻한다. 초정(椒井)은 산초처럼 따끔따끔한 물이 나오는 샘이 있는 동네인 오래 전의 초수리다. 초수(椒水), 즉 탄산수가 나는 우물이 있다고 붙여진 초정(椒井)이다. 큰길을 벗어나 초정약수로 들어가는 길엔 차가 가득하다. 이 길은 갈 곳이 초정약수 밖에 없는데, 이렇게 많이 갈까를 의심하며 길을 서둘렀다. 비가 오니 사람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은 나만의 착각이었다.


기어이 도착한 초정약수, 커다란 주차장에 주차 공간이 없다. 비가 주룩 거리며 내리는데, 사우나에 사람이 북적이는 것이다. 나와 같은 생각으로 온 사람들, 쉬는 날에 비가 오니 누구나 사우나가 그리운 것이다. 초정으로 들어서는 입구의 풍경도 여느 동네와 비슷하다. 곳곳에 빵과 커피가 어우러진 커피숍이 자리 잡았다.커피 마시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곳곳에 보이는 풍경이다.

대형 공사는 대부분 커피숍임에 살아감이 같다는 생각을 또 하게 된다. 점심 식사 후엔 냉커피 한잔이 들려있어야 어울린다. 명절이면 해외여행 대열에 한 번은 끼어야 또 어울리는 삶이다. 함께 살아가는 사회이니 생각도 비슷하고 삶도 비슷하다.


사회가 어우러지는 모습이고, 원동력이기도 하다. 가끔의 생각, 여기에 반하는 삶은 어떨까? 하루종일 오지 않는 전화, 전화기를 놓고 필요할 때만 사용함이다. 하필이면 이럴 때는 전화가 온다. 전화를 받지 않는다며 불편함을 호소한다. 왜 전화기를 샀느냐며 핀잔이다. 늙음에도 비슷한 삶을 살아야 어울릴 수 있음을 알게 한다. 젊은이가 커피숍을 가자하면 따라나선다. 괜히 비싸다고 투덜대면 다시는 상대하지 않는다. 어차피 함께 살아감엔 늙음과 젊음의 구분이 없다. 늙어가면서도 살아가는 사회와 함께 어울리는 삶이 필요함을 알게 한다. 봄비 내리는 휴일 날, 모든 사람들이 초정약수에 다 모여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