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줌의 냉이무게는 달아낼 저울이 없다.

by 바람마냥

아침 운동을 마치고 쉬고 있는데 전화가 울린다. 멀리 사시는 누님전화다.

자주 안부전화를 드리고 계절이 바뀌면 모시고 나들이도 가는 누님은 벌써 여든이 되셨다.

밭에 냉이가 많으니 캐러 오란다. 순간의 생각, 거리가 40여 킬로에 기름값도 올랐다는데 어떻게 할까?

잠깐의 머리 스침을 멀리하고 얼른 간다고 대답했다. 이런 전화를 몇 번이나 더 받을까라는 생각이 번뜩 떠 올라서다. 여든이 되신 누님은 평생 수영으로 몸을 지키셔서 아직도 정정하시다.

남이 보기엔 70대로도 보지 않는 건강을 가지고 계신다. 얼른 옷을 차려입고 차에 올랐다.


고속도로에 들어서니 차가 밀린다. 앗! 길을 잘못 잡았나? 걱정을 하는 사이에 사고차량이 해결되고 길이 뚫렸다. 한참을 달려 도착한 누님네 밭에 누님 내외가 벌써 나와 기다리고 계신다.

한편에 냉이를 캐어 놓고 환하게 웃으신다. 냉이를 캐러 백 리 길을 달려온 동생이 반가워서다.

동생도 70이 넘었으니 노인들이 만난 것이다. 얼마전에도 만났지만, 반가움은 여전했다.


형님이 계실 때는 형님이 전화를 하셨다.

상추가 자랐으니 뜯어가라 하셨다. 옥수수가 익었으니 따가라 하신다.

그런데 거리가 40여 킬로이니 백리를 달려갔다 돌아와야 한다. 어떻게 할까 순간 망설이다 얼른 달려가곤 했다. 그냥 갈 수 없어 먹거리를 사들고 달려갔는데, 몇 년 전에 형님이 돌아가셨다.

푸릇한 상추와 먹거리를 주시던 형님이 돌아가시고, 가끔 전화할 곳이 한 곳 줄어들어 늘 허전했다.

허전한 그 자리를 누님이 채워주고 계신 것이다.


여든이 되신 누님은 집 근처에 700평 정도 밭에 소일삼아 농사를 짓는다. 배추와 무 그리고 고추 등 대부분의 푸성귀를 기르며 가끔 가족들을 불러 모은다. 냉이 캐러도 가고, 미나리가 먹음직스럽다며 뜯으러 오라한다.

총각무가 싱싱하다며 총각김치 담그러 오라 한다. 수시로 불러 챙겨주고, 점심까지 대접받고 돌아오곤 한다.

점심값을 내면 멀리서 온 것도 고마운데 왜 그러냐며 얼른 내고야 만다.


오늘도 두런두런 냉이를 캐며 지난 일을 주고받는다. 어려움을 이겨낸 어린 시절의 추억과 고단함,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누님이다. 언제나 주기만 하시는 누님, 세상에 하나뿐인 소중한 사람이다.

세상에서 가장 신나는 일은 '누님이 잘 살고 계신 것이다'. 한치의 거짓도 없는 말, 정말 고마운 일이었다.

고생으로 살아 오신 누님이 만약에 허둥대며 살아가신다면 어떻게 했을까?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을 매형이 해결을 해 준 것이다. 늘 고맙게 생각하는 내외분이다.


냉이 한 줌이 얼마나 될까? 냉이 한 줌을 캐러 백리를 달려왔다. 그건 값으로는 계산 할 수 없는 무게였다.

형님과 누님이 건네준 옥수수 몇 자루와 상추 한 줌을 값으로 계산할 수 있을까? 어림도 없는 일임은 잘 알고 있다. 따스함과 정이 묻어나는 누님과 형님은 동생이 생각나고, 또 보고 싶어서였다.

오늘도 어김없이 점심값은 누님 몫이었다. 순간의 머뭇거림에 기회를 잃고 말았다.

다음 나들이길을 기대하는 수밖에 없다.


오늘도 백리를 달려가 냉이를 캐고 돌아오는 길, 억만장자가 된 뿌듯함이다.

이런 호사를 얼마나 더 누릴 수 있을까? 세월은 잔인하도록 공평하게 흐르고, 누구도 예외가 없다.

냉이를 캐는 봄은 몇해가 이어질까? 한 줌의 냉이가 주는 무게는 달아낼 저울이 없다.

따스한 봄날에 냉이가 주는 고마움과 따스함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