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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설픈일상 Mar 01. 2022

나중에 전화드려도 될까요?

어른이 되어가는 우리들

  출근길 아침 괜히 기분이 좋았다. 누구나 그런 날이 있지 않은가 날씨가 좋아서라던지 특별한 날이 아닌데도 발걸음이 가볍고 기분 좋아지는 날.

  그래서 출근 후 업무시작 시간도 남았겠다 오랜만에 단짝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나는 사람을 좋아하는 터라 어릴 적부터 친구들을 많이 챙겨왔고 자연스레 주변에 친구들도 많이 생겼었다. 결혼을 하고 나서도 부모님의 걱정은 가정보다 친구들을 우선시 하는게 아닐까 노심초사하실 정도였으니까 말이다.


  한명 두명 세명 전화를 건 친구들에게는 하나같이 지금은 전화를 받을 수 없습니다. 나중에 전화드려도 될까요? 라는 문자만 돌아왔다. 어릴 때는 등굣길 버스에서 괜한 감성에 빠져 오늘도 잘 보내자 이번주도 화이팅하자 날씨가 좋다 등의 별 일 아닌 일들로 연락을 자주 하곤 하면 친구들의 피드백도 바로바로 왔고 그로 인해 서로에게 힘을 주고 받곤 했는데 오랜만에 돌린 전화에 돌아오는 답장들을 보며 이제 우리가 예전같지 않구나 싶어지며 내심 섭섭함이 밀려왔다.

  하지만 그런 섭섭함도 아주 잠시 아침 업무시간은 정말 빨리 다가왔고 분주한 일상이 시작되어 버렸다.

  생각해보면 이런 반응들은 우리가 어릴적 같지 않고 이제는 어른임을 증명해주는 자연스러운 현상들이 아닐까 싶어졌다. 어엿한 사회인으로 그리고 가정을 꾸려나가는 일원이 되어 누군가는 출근하자마자 어제 있었던 일들을 다시 정리하고 확인하고 오늘 할일들을 정리하기 바쁠테고 아침 일찍부터 오늘 있을 회의, 일정들을 준비하기도 하며, 출근 전 아이들을 챙기는데 정신이 없었을 것이다.


  이렇게 친구들이 어른이 되어간다는 건 하루를 또 정신없이 시작하며 간단한 안부조차 주고받기 어려워지게 되는 게 현실이라 아쉬움이 이만저만이 아니지만 다른한편으로는 친구들이 그만큼 아주 잘 지내고 있는 것을 의미하기에 잠시 섭섭했던 감정들은 든든함으로 변해갔다.


  점심시간이 되어서야 전화를 받지 않았던 친구들에게 하나 둘 연락이 왔다. 별다른 일은 아니고 그냥 오늘도 잘 보내라는 안부전화였다고 전했고 친구들은 하나같이 아침부터 여러 이유들이 있었다.


  어른이 되고 있는 우리는 아무 생각없이 철없던 10대를 보냈고 어느새 이렇게 살아서는 안되는데 이렇게 살고만 있던 20대를 지나 이렇게 살수도 죽을수도 없는 30대 중반을 넘어가고 있었다. 그 속에서 조금이라도 더 행복하게 살아보고자 아둥바둥 살아가고 있지만 이런과정들은 우리가 평범한 어른이 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렇기에 앞으로도 나중에 전화드려도 될까요?라는 답장이 돌아와도 절대 섭섭해 말고 오늘도 힘들겠지만 하루를  시작하고 있구나! 우리  살고 있다라며 응원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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