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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설픈일상 Mar 01. 2022

아내를 구출하고 싶다.

아내의 입덧

  땡큐가 생겨서 마냥 좋았지만 크게 생각해보지 않았던 고민거리가 생겼다. 예상치 못했던 아내의 입덧이다. 임신을 하면 누구나 겪어야하는 일이며, 누구는 전혀 입덧이 없었다고도 하고 누구는 아이를 출산할때까지도 입덧이 심했다는 사람이 있다는 말들을 나는 직접 경험해보지 않았기에 사실 대수롭지 않게 여겼었다.


  임신을 하면 어느정도 입덧은 당연히 있을거라 생각을 했고 그 입덧이란게 어느정도 고통인지 전혀 체감하지 못했었던 것이다. 나의 아내 역시 아이가 생기고 속이 조금씩 울렁울렁 거린다는 말을 매일 반복하긴 했지만 이제 초기니까 당연한거고 울렁거림 정도야 뭐 금방 괜찮아지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날 수록 울렁거림 뿐이 아닌 우웩우웩 변기를 붙잡는 일까지 생기기 시작했다.


  산부인과 의사선생님께서 ''지금이 초기여서 가장 입덧이 심하실텐데 조금만 더 아마 다음주 다다음주 정도면 나아지실 거에요'' 라고 하신 말씀만 철썩같이 믿고 조금만 견디면 되겠지 했는데 그 시기가 벌써 지났는데도 아내는 점점더 입덧이 심해지고 있는 것 같다.


  아내도 최대한 표현하지 않으려고 애를 쓰는지 새벽마다 내가 자고 있는 시간에 화장실을 들락날락 하는 듯 한데 그럴때면 내가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그냥 모르는척 하고 있을때가 많아진다.


  요즘은 아내와의 대화도 절반이 우웩 우웩으로 지나간다. 물론 계속 화장실을 가는 건 아니지만 그만큼 힘이 드니 알아달라는 아내의 표현임을 알기에 최대한 따뜻하게 받아주려고 노력하지만 그보다 나는 의사도 해결할 수 없는 아내의 증상을 자꾸 해결책을 찾으려 하고 있는 듯 함이 크다.


  입덧이 심할때 옆에서 잘 챙겨주어야 한다는데 도대체 어떻게 하는 것이 잘 챙겨주는 것일까? 매일 아내에게 먹고 싶은것 하고 싶은 것을 묻고는 있지만 아내는 매번 먹고 싶은것도 별로 없고 하고 싶은일도 별로 없다.

  그러다보니 요즘 아내는 과연 행복할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고 어떻게 하면 아내를 행복하게 해줄 수 있을까란 고민이 떠나질 않지만 고민의 끝은 결국 아내의 입덧을 해결해주고 싶다로 끝나기 일쑤다.


  인터넷에 많은 입덧 완화방법 입덧 완화 음식들 입덧약도 있지만 아내는 본인의 입덧상태가 또 엄청 심한 건 아니라며 약을 처방받진 않고 있다. 결국 아내의 입덧은 내가 크게 도와줄 수 없는 부분이라 안타깝고 미안하다. 아내가 힘들어할때마다 뱃속에 '땡큐 이녀석 엄마 힘들게' 라며 한마디씩 하긴 하지만 한편으론 그만큼 땡큐가 개구장이 처럼 잘 지내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란 생각도 든다.


  앞으로도 내가 직접 아내를 입덧으로부터 구출해줄 수는 없지만 이번주는 아내의 입덧이 나아지길 바라며 아내만의 방식을 잘 이해하고 더 잘받아주며 함께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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