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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설픈일상 Apr 21. 2022

우리의 저녁 식탁

맛집 301호

  땡큐가 생긴 후부터 아내와 나에게 또 다른 고민거리가 생겼다. 바로 저녁식사를 해결하는 문제였다. 맞벌이를 하고 있는 우리가 매일저녁 퇴근길 한번도 빼놓지 않고 하는 대화는 "여보 뭐 먹고싶은거 있어? 뭐먹을까?"이다. 땡큐와 아내를 위해 먼저 의견을 묻는 나의 배려와 남편을 위한 아내의 배려가 매일 이렇게 오고가는 듯 하지만 이런 배려는 '내가 선택하기 어려우니 당신이 해줘' 라는 또다른 의미를 담고있어 아내의 역할과 예비 엄마의 역할을 잘하고 싶은 아내에게는 저녁 메뉴 선택을 미루는 나의 결정장애가 스트레스가 되어가고 있었다.


  이렇게 아내의 스트레스가 쌓여가며 매일 저녁메뉴 선택의 늪에 빠져들고 있을때 우리의 고통을 깔끔하게 해결해줄 해결사가 등장했다. 그 해결사는 바로 나의 장모님 홍여사!!


  30년이 넘는 결혼생활 속에서 아직도 매일 저녁 장인어른과 처남을 위해 아내와 같이 저녁메뉴 고민을 하고 계시는 장모님께서 딸의 고통을 아주 잘 알고 계셨기에 땡큐를 가진 딸에게 조금이라도 스트레스를 덜어주고 싶으셨던 것이다.


  처가가 가까워 왕래가 잦긴 했지만 주로 아내만 가거나 기념일 등 행사가 있을때 혹은 주말에 한번씩 식사를 하는게 전부였는데 어느 날 부터 퇴근 시간이 다가오면 오늘 저녁 메뉴가 통보되기 시작하며 퇴근 후 매일 처가에 방문해 식탁을 마주하게 된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오징어볶음, 닭도리탕, 부침개, 고기를 시작으로 요즘은 봄철 빼놓을 수없는 쭈꾸미, 두룹, 달래, 간장게장 등 메뉴는 매일 정말 다양하게 펼쳐졌고 차려진 식탁은 항상 일품의 맛을 자랑하며 한상 가득찼다.


  이렇게 매일 가득찬 식탁을 준비하시려면 장모님은 퇴근 전 또는 며칠 전부터 끊임없이 메뉴를 고민하시고 장을보셔야하고 이후에는 분주하게 움직이셔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처음엔 죄송스러운 마음이 컸지만 한편으로는 가족들을 위한 저녁 식탁 차림이 장모님의 즐거움이 아닐까 생각하니 오히려 차려진 음식들을 맛있게 먹어드리면 되겠다 싶어졌다.


  그리고 평소에 먹는 양이 많지 않은 처가에 나는 무엇이든 가리지 대식가로 등장했고 로운 캐릭터로 자리잡힌덕에 장모님의 30 주방 생활에 새로운 도전과 즐거움을 안겨드릴  있다고 생각하니 부담 보다는 덩달아 즐거움이 커졌다.

  장모님의 저녁 식탁은 단순히 아내의 저녁메뉴 선택의 스트레스를 해결해주는 것 뿐아니라 우리의 생활비 절감과 처가 식구들과 한층 더 허물없이 편안한 관계를 형성해 주고 있고 덕분에 퇴근길 근거리에 계시는 장모님과 한번씩 카풀을 위한 전화도 부담없이 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아내가 출산 후 산후조리원에 들어가 있는동안 나의 저녁 식사가 암묵적으로 자동예약 되었다. 이 모든 것이 장모님의 배려와 사랑으로 그려진 큰 그림이기에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편안해진 처가 방문에 나는 식탁이 차려지지 않는 날이나 주말에도 아내에게 음식을 배달 시켜두고 불쑥 방문하자고 하여 짧은 시간이라도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사위 사랑은 장모라는 옛말이 정말 이런것인가 싶을 정도로 사랑을 받으며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결혼생활과 예비 아빠로 거듭나고 있다.


  이렇게 사랑받는 만큼 나 또한 아내와 처가에 정성을 다하며 모든 최선을 다해야겠다고 다짐하며 나는 오늘도 사랑과 즐거움이 가득한 식탁이 차려진 나만의 맛집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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