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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설픈일상 Jun 26. 2022

100명 중 90번째

29주차 땡큐

  매월 말 한번씩 땡큐를 만나는 날만 기다리다보면 어느새 한달이 지나간다. 언제 나오려나 했던 땡큐는 진작 D-100일을 돌파하고 29주차를 맞이했고 이번주 드디어 땡큐를 만나는 날이였다. 땡큐와의 만남에 대한 기대감은 월요병도 잊게 했고 금요일이 오기만을 기다리며 한주를 보내게 한다.


  요즘 유난히 아내의 배가 많이 불러오고 있고 땡큐의 몸부림이 예사롭지 않기에 아주 건강하게 쑥쑥 자라고 있구나라는 기대감과 함께 진료실에 들어갔다.


  초음파를 시작하며 의사선생님께서 이제 아이의 몸무게를 예측해 볼 수 있다며 수치에 따라 1부터 100까지 표시되어있는 벽에 붙어있는 표를 보라고 하셨다. 우리 땡큐는 매번 초음파 검사를 할때면 꼭꼭 숨어 본인을 잘 보여주지 않았는데 여전히 얼굴을 푹 파묻고 요리조리 움직이느라 바빠 선생님께서도 '요녀석 엄청 장난꾸러기네요 엄마가 힘들겠어요'라고 하시며 초음파를 시작하셨다.

  초음파로 측정한 결과 땡큐는 1581g!! 수치상 1이 가장 작고 100이 가장 크다고 하면 100에서 90이 넘는 수치였다. 의사 선생님도 혹시나 본인이 잘못 측정하셨을까 싶어 다시 한번 측정을 해보셨지만 결과는 큰 변화가 없는 1555g!! 역시나 100에서 90이 넘는 수치였다. 나는 옆에서 같이 보며 순간 '땡큐 딸맞죠?'라고 의사선생님께 되물었고 '땡큐는 운동을 시켜야겠네요'라고 했다.

  이대로 가면 땡큐의 40 예상 몸무게는 3.7kg으로 아주 조금은 엄마가 수술에 대한 마음의 준비도 해야한다는 선생님의 소견을 받았다. 물론 앞으로  지켜봐야 하기 때문에 벌써부터 크게 걱정하거나 하진 않아도 된다고 하셨고 일을 많이 먹으면 당을 많이 섭취하게 되어 아이가 커진다는데 아내의 과일 사랑이 땡큐가 크게  이유라고 하셨다.


  진료를 마치고 나온 아내와 나는 주차 기록을 입력하면 아이의 신체 평균이 어떻게 되는지 나타내주는 어플에 땡큐 초음파 기록을 입력해보았다. 체중은 100명 중 90번째, 머리크기는 100명 중 20번째, 허벅지 길이는 100명 중 95번째 정리해보면 비슷한 주차의 아이들에 비해 머리는 작고 몸은 크고 다리는 길다는 결과였다.


  처음엔 사실 무게만 듣고 걱정이 덜컥 들었다. 딸인데 골격과 체격이 큰 아빠를 닮게 되었을까봐였다. 땡큐가 딸이라고 알게 된 순간부터 절대 나를 닮아서는 안된다고 바라는 것이 몇가지 있었다. 골격, 땀이 많은 내 체질, 투박한 손과 발 이것만은 절대 아빠를 닮지 않고 온전하게 엄마를 닮아야 하는데라며 매번 걱정을 하곤 하는데 체중이 100명중 90번째라니!!


  하지만 그런 걱정도 아주 잠시였다. 다시 생각해보니 땡큐가 너무 귀엽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 것이다. 엄마 뱃속에서 그렇게 요란을 떠는 것도 본인의 몸보다 엄마 뱃속이 작으니 알아달라는 건가 싶기도 하고 약한 아이보다는 아주 건강하게 잘 크고 있다고 생각하니 안심이 되기도 했다.


  돌아오는 길 나도 아내도 서로 부모님께 전화를 드렸다. '땡큐가 100명 중 90번째래요!' 우리 부모님은 며느리가 힘들겠는데 어쩌냐며 걱정을 하셨지만 건강하게 잘 크고 있으면 되었다며 걱정말라 하셨다.


  그길로 여전히 장모님 댁으로 향해 저녁을 먹으며 한창 100명중 90번째인 땡큐이야기를 했다. 그러다 보니 처남이 몸무게가 3.7kg으로 나왔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고 더욱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남은 나같은 체격이 아니고 골격이 다소 여리여리한편이기 때문에 태어날 때와는 큰 상관이 없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저녁을 먹고 난 후 주문해 도착한 유모차 조립에 나와 처남이 달라붙었다. 쉽게 조립을 완성시키진 못했지만 그래도 처남과 힘을 합치니 금방 완성을 하게 되었다.


  유모차 조립까지 완성하고 나니 땡큐를 맞이할 준비에 박차를 가하는 것 같은 기분과 함께 온 가족의 사랑을 받을 땡큐를 빨리 만나고 싶어졌다.


  땡큐야 아빠 엄마는 네가 100명 중 몇번째였는지 전혀 중요하지 않단다. 그러니 마저 건강하게 쑥쑥 자라서 얼른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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