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도 바빠도 웃기지

먼지가 되어

by 코알라

이웃집에는 아무래도 노래 선생님이 사는 것 같다.

지난 몇 달간, 한낮이 조금 지난 시각이 되면,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어떤 날은 이웃집 테라스 문이 반뼘 열려 있어서, 노랫소리가 우리 집으로 곧장 힘차게 넘어왔다.

“먼지가~~~~ 되~~어~~~”

김광석의 <먼지가 되어>. 네댓 명 여성들이 부르는 노랫소리가 오후를 나른하게 만들었다.

그 후 먼지가~~~ 되~~어~~~는 자주 우리 집 테라스를 찾아왔다. 부르는 사람은 매번 바뀌었고, 어떤 날은 아~에~이~오~우~를 구성진 음성으로 부르는

소리에 궁금증이 증폭되기도 했다.


노래 선생님이 있나 보다.

우리 식구가 이 결론에 도달한 여름날, 노래를 향한 열정도 한층 고조되어 갔다. <먼지가 되어>를 여러 번 듣게 되었는데, 이상하게도 우리 식구는 먼지가~~~되~~어~~~만 기억났다.

그리고 밤 12시 무렵까지 이어지는 노래를 향한 열정에 대해 남편과 나는 회의에 들어갔다.

이제 그만 조용히 자고 싶으니, 누군가가 가서 저 열정을 말려야 할 것 아닌가, 이런 회의였다. 다행히도 회의 중에 문제의 맹연습도 마무리된 듯 노랫소리가 더는 들려오지 않았다.


아들은 노래에 대한 열정이 과하다고 여겼다.

그는 어느 날 울려 퍼지는 먼지가~~~되~~어~~~를 마침 잘 만났다는 태도를 취하더니, 테라스를 향해 소리쳤다.


“먼지가아아아아아아아 되어어어어어엇!!!”

어떤 날은 테라스에 나가 서서 응수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상대방의 <먼지가 되어>는 느슨하지만 끊어지지 않을 정도로 이어졌다.

우리의 정신이 노랫소리를 타고 분해되어 점점 하늘로, 대기권으로, 먼지가 되어 승천하는 착각에 빠졌다.


노랫소리를 타고 저편의 세계로 날아가는 듯한 기분을 이런 식으로 느끼다니.

<쇼생크 탈출>의 앤디는 <피가로의 결혼>에 취해 철옹성 같은 감옥 담장을 훌쩍 넘어가는 황홀한 상상에 빠졌는데.


그런 상념(?)에 잠겼던 2/4분기를 지나, 찬바람 휭

부는 절기가 되니 문단속 덕분에 요즘에는 노랫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먼지가 되어>는 분명 명곡이라서 노래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마저도 안 듣게 되니, 선생님 근황이 문득 궁금해진다. 아, 너무 많이 들어서 물렸던 것일까.

이제는 적막한 합정동 골목에 먼지가~~~ 되~~어~~~가 울려퍼지면, 피가로의 결혼으로 대접할 준비가 되었다.

나 사는 작은 골목에 노래 불러 잘 산다 해주는 이가 거기 있음에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고맙소, 고마워.

골목길에 살아주시오.

내일도 모레도 골목길에 살아주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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