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가 되어 2
아들이 몇 개월 간 집에서 뒹굴거리던 시절, 우리는 늦잠 자기나 낮잠 자기를 즐겼다.
마치 지난 세월 못 잤던 잠을 몰아서 자겠다고 작정한 것처럼, 아들은 먹고 자고 먹고 자고를 반복하며 봄, 여름을 보냈다. 그것이 못마땅했던 둘째 고양이는 기어코 안방에 들어와 우리를 깨워댔다. 그는 우리 집 대장고양이라서, 구성원 돌보기에 책임을 느껴왔다. 우리가 늘어지게 자고 있으면, 침대 옆으로 야자수 꼬리가 지나가고 기이하게, 으훙훙하는 소리가 났다.
아들은 어린이피아노를 꺼내 내장된 '라쿠카라차' 멜로디를 선택했다. 집 안에 울리는 라쿠카라차 멜로디, 그 멜로디에 맞춰 우리는 노래했다.
“밍구리가 나타났다. 밍굴밍굴 밍굴밍굴. 밍구리가 나타났다. 밍굴밍굴 밍구리. 밍구리 밍굴, 밍구리 밍굴. 하나밖에 없어요. 밍구리 밍굴, 밍구리 밍굴, 멸종위기 동물.“
라쿠카라차=바퀴벌레
하필 선곡이 바퀴벌레다. 아들은 둘째를 안방에 가두고 거듭 라쿠카라차 세레나데를 불렀다.
그 고양이는 자신이 바퀴벌레 노래의 주인공이 되었다는 사실은 모르겠지만, 우리 가족은 달랐다. 강인한 생명력, 그칠 줄 모르는 탈출 욕구, 왕성한 탐구심과 식욕에 더해 불결한 구석이, 언제나 그의 꼬리를 따라다녔던 탓이다.
어느 화창한 토요일 오후.
“엄마아아아아아아아! 똥이 있어!!!! 여덟 줄이야!!!!“
아들이 옥상에 갔다 내려오며 내지르는 소리에 나는 황급히 현장으로 뛰어갔다.
정말로, 옥상 한 구석에 대변이 몇 줄기나 누워 일광욕을 하고 있었다. 가을볕에 진작 풍화 단계로 넘어간 선배 대변들은 조각이 나서 굴러 다녔다.
나는 충격을 크게 받고 말을 잇지 못했다. 아들 아빠는 이미 한쪽에 반듯하게 누워 있었다. 두 눈을 감은 채, 한 손에는 감자칩 한 봉지를 쥐고, 다른 한 손으로는 회사 로고가 박힌 에코백을 들어 얼굴을 쪼는 직사광선을 가렸다.
그는 한동안 일어나지 않더니 한 마디 했다.
"충격적이야."
충격을 받았음이 확실했다.
나도 고장 난 두뇌회로를 재정비하지 못하고, 똥을 싸다니, 저렇게 많이 싸다니, 이런 비슷한 말을 중얼거렸다.
어느 정도 의식을 회복한 아들 아빠는 누워서 감자칩을 먹고 양분을 두뇌로 보냈다. 그리고 둘째를 잡아다 엉덩이털도 이발하고 목욕시켜야겠다고 계획을 피력했다. 나는 자리를 뜨려던 그에게 말했다.
"과자 가져가. 파리 붙어."
나는 똥에 들러붙어 황홀해하는 파리를 관찰했다. 통통하게 살이 오른 엉덩이가 오색빛깔로 빛나는 자태. 누가 봐도 슈퍼 똥파리였다. 저 녀석이 팜유로 튀긴 눅진한 감자칩을 마다할 리 없었다.
나의 경고에 정신을 퍼뜩 차린 아들 아빠가 과자를 챙겨 계단을 내려갔다.
"오래돼서 맛없지만."
그래도 파리에게 양보할 생각은 없다는 뜻이렸다.
우리는 가을 산책을 반납하고 둘째를 잡아다 청결한 남자로 탈바꿈시켰다.
아들도 목욕에 합세하여 물에 젖은 고양이가 가엾다는 둥 고양이가 좋아서 앓는 소리를 냈다. 가족들의 손길에 지친 고양이는 그대로 오침에 들었다. 나도 그 옆에 눕고 싶었지만, 옥상에 두고 온 걱정거리를 청산해야 하므로 마스크를 썼다. 그리고 한동안 집안팎으로 풍기던 쿰쿰한 악취의 정체가 무엇인지 깨달았다. 다리 다친 후 옥상 가기를 꺼려했더니, 그 친구가 혼자 다니며 일을 저질렀던 것이다. 결국 나의 불찰인 셈이었다.
둘째가 그런 행동을 했던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옥상 외출을 너무 좋아했기 때문이고, 둘째, 먹거리가 부족해져 옥상에서 세력다툼을 벌이던 까치-비둘기-직박구리-까마귀를 견제하기 위해서였을 것이고, 셋째, 들개와 지냈던 과거의 습성이 남아 있었던 탓이다.
소설가 나연만 선생님댁 고양이는 사람이 먹는 만두를 유독 좋아하여, 비비고 왕만두를 지속적으로 파손하였다고 한다. 만두라니. 고양이가 비비고 왕만두 봉지에 악착같이 붙어 있는 장면을 상상해 본다.
선생님, 고양이가 저지레를 할 때마다 속상하셨죠? 그래도 이런 일은 없으셨지요? 모쪼록 없기를 바랍니다.
글을 쓰는 와중에 코가 시리다. 외풍이 든다. 고양이들은 각자 따뜻한 자리를 잘 찾아 오침 중이다.
고양이가 쿨쿨 자는 볕 좋은 오후에는 마음을 편히 내려놓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편안한 시간이다. 고양이는 참 귀엽다. 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도 많다고 하는데, 고양이를 왜 싫어합니까? 엄청나게 귀여운데,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비록 먼지가 되어가는 정신줄을 붙잡아할 때가 생기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