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도 바빠도 웃기지

구슬땀

by 코알라

매일 살고 매 순간 땀을 흘린다. 사람이 하루 동안 흘리는 땀의 양은 보통 600~700ml.

다한증인 나는 보통 값의 곱하기 2. 다이나믹 코리아의 열돔시즌에는 1배럴 같은 땀을 배출한다.


메이크업 불가.

세일러문이 외치는 “무운~ 크리스탈 파워 메이크업“을 따라 하며 결의를 다졌던 과거도 있었다. 그러나 체질에는 결의도 의지도 없다. 얼굴에 분을 바르고 아이라인을 그려 보고 만족스러운 2시간을 누리면 예외 없이 조커 같은 몰골로 바뀐다.


멜트 다운이 직감된다.


아, 어디든 화장실을 찾아야 한다. 비로소 화장실 거울을 들여다보면, 조커 같은 얼굴이 입꼬리를 파르르 떨고 웃고 있다.


사우나, 대중탕에 가면 벽에 붙은 메시지 몇 개를 볼 수 있다. 대우미래사랑 찜질방 입구에는 안면홍조가 있으면 고온찜질을 삼가라고 쓰여있었다. 경고와 상관없이, 나는 그곳 사우나를 애용하여 월간 이용권을 끊고 즐겼다. (금지된) 열탕과 사우나를 오갔다. 당당하게 다한증을 뽐내듯 땀을 쏟아냈고 안면홍조증 파워 업으로 인간 토마토가 되었다.


어느 해건 결혼식 초대장을 건네는 친구를 축하해 줬다. 하지만 결혼식이 11~3월에 걸린다는 사실을 깨닫고, 내심 한숨이 흘러나오는 걸 겨우 숨겼다. 한국의 예식장은 난방시스템이 뛰어나다. 한국의 대중교통도 난방 서비스가 좋다.

고로, 나는 겨울에도 땀이 줄줄 나고 두 볼이 벌게진다.


살려줘.

주례사가 이어지는 사이, 아는 얼굴을 오랜만에 찾아내고 소리 죽여 우스갯소리를 주고받는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속으로 절규하고 겉으로는 따라 웃는다.

얼굴 화장이 녹아내리는 것을 느끼고 눈을 질끈 감는다. 땀이 눈주름 사이에 고인다.


발가락은 터질 것 같다. 족저근막염, 무지외반증은 구두를 원체 허락하지 않으니, 성질을 부려댔다.

벗어라, 벗어라.

화장실에 가 세수를 하고 운동화로 갈아 신어 버리는 시간. 밖에서는 차 한 잔 하러 갈까, 저기 좋아 보이던데 돌아볼까, 웃음기 어린 제안이 오고 간다.

피곤해서 전방전위증이 도진다. 스타킹이 혈액순환에는 최악이라는 걸 다시 확신한다.

그래도 참아야지, 참아야지. 아세트아미노펜, 이브프로펜, 나프록센, 좋잖아.

차 한 잔 더 하자. 지금 죽으나, 집에 가서 죽으나 똑같겠지. 어, 그래, 아메리카노로 통일. 분해도 못 시키는 카페인이래도 마시면 신나겠지.


아, 드디어 집이다, 집, 집, 스윗 스윗 스윗 홈.

내일은 수영을 할까, 사우나를 갈까. 제대로 땀을 흘리자, 땀을 식히자. 머리를 식히자.

상상해 보니 정말 좋다. 마음이 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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